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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송 May 29. 2024

프랑스 국립 도서관

16.03.03_National Library of France

위치 : 파리 (Quai François Mauriac, 75706 Paris)

설계 : Dominique Perrault Architecture (Feat, 이화여대 ECC 설계자)

준공 : 1995 (설계기간 : 1988-1991)

연면적 : 365,173 sqm

용도 : 도서관 (교육연구시설)


프랑스 국립도서관 전경 (출처 : Archdaily)

파리에 도착한 다음날 설레는 마음으로 거리로 나섰다. 눈앞에서 흐르는 센 강을 따라 정처 없이 걷다 보니 낮은 언덕 위에 정교한 두 개의 타워가 보였다. 그런데 잠시 후에 반대쪽으로 대칭적인 건물이 다시 한번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네 귀퉁이를 감싸고 있는 기하학적인 건물에 호기심이 생겼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스케치 (출처 : Archdaily)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파리 13구 센 강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파리 중심부에서 벗어난 위치이기에 주변에는 정돈된 도시 경관과 모던한 건물들이 줄지어있었다. 10층 정도 되는 주변 건물들 사이에서 우뚝 솟아 정교하게 자리잡은 도서관 건물은 눈에 띄었다.

센 강과 도시에 면한 도서관
도서관 전경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기하학적인 형태와 유리 재료를 통해 단순하지만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네 코너를 막은 건물은 하나하나 독립적인 건물이 아니라, 일부가 잘려나간 사각형의 일부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가운데에 귀중한 무언가를 지키는 성벽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두 생각이 교차하면서 귀중한 무언가를 간직한 사각형 건물이라는 추론을 도출하였다. 가운데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도착한 건물 중심에는 거대한 숲이 있었다.

언제 봐도 감동적인 거대한 숲과 도서관

평지에 정원이 있거나, 작은 건물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스쳐가는 생각을 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선큰 정원이 있었다. 200X50m가 넘는 거대한 선큰공간은 정원이기보다는 숲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의외의 공간에 놀라서 멍하니 이 풍경을 감상했다. 어느 정도 충격이 가시고 나서 건축가의 의도를 희미하게나마 읽었다는 기쁨과 건축가와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는 즐거움의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건물의 형태가 가끔은 그 자체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건물 전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몇몇 장면은 입구가 없고 사방에서 진입할 수 있는 점, 계단에 삼삼오오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거대한 숲을 중심으로 빙빙 돌고 있는 사람, 그리고 건물 안에서 멍하니 밖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었다. 건물이 도대체 무슨 용도인지 궁금해하던 찰나에 건물 이름표를 발견하였다. 건물 안쪽에 아주 작은 글씨로 '프랑스 국립 도서관 (Bibliotheaue nationale de France)'라고 적어놓았다. (나중에 돌아보니 반대편에 커다란 도서관 간판이 있었다.) 도서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궁금했던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은 글씨로 적어놓은 국립 도서관

국립도서관은 나 같은 외국인을 제외하면 모두가 알고 있는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신을 홍보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건물이기에 어디서나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또한 계단에 삼삼오오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도서관에 가기 전에 마음을 정리하거나, 아니면 거리를 지나다니다가 머무르는 사람들일 것이다. 도서관은 안에 들어가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차분하고 조용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그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물 안에서 멍하니 밖을 보고 있는 사람은 복잡한 논문을 쓰다가 머리를 식히려 선 큰 숲을 멍하니 바라보고는 중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 경험하에서 도서관은 시험기간에 공부를 한다는 구체적인 목적성을 가진 건물이라고만 생각했었지 거리의 일부, 광장, 도시의 일부라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자유롭게 드나드는 계단이자 휴식공간 / 광장 벤치

광장을 한 바퀴 돌면서 건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크기나 높이로 보면 거대한 건물인데 무척 가벼운 건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단순히 커튼월 건물이라는 특성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자세히 관찰하다 보니 건물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히든바를 사용해서 모든 면이 유리와 코킹으로만 이루어지도록 계획하였고, 특히 코너 부분이 유리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유리파사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건물에 각이 많은데 코너부에 멀리온이 줄지어 서있으면 강한 외곽선을 만들면서 가벼운 느낌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커튼월 건물에 의례적으로 보이는 스펜드럴창 부분이 없었다. 이 점이 건물을 단순하게 보이도록 해주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기본적으로 천장부터 다음층 바닥 사이공간에 설비 시설을 보이지 않으려고 스펜드럴창을 설치하는데, 국립도서관은 1m 정도 슬라브를 밖으로 내어 판유리로 모두 시공을 하였다. 안쪽으로 보이는 보와 설비는 그대로 노출하였지만 슬라브를 내보낸 1m 공간에 커다란 목재루버를 설치하여 보가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였으며, 동시에 필요에 따라 빛을 통제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건물 코너부

기하학적 형태와 유리로 이루어진 건물은 현대 도서관임을 분명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이미 조형적으로 놀라움을 주었지만, 그래도 내부를 안 보고 떠나기엔 아쉬워서 광장 한편에 자리 잡은 철골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계단을 따라 올라오고, 다시 계단을 타고 내려와서 건물로 들어가는 동선)

도서관 진입로

건물에 진입하니 중정을 둘러싸는 복도가 나왔다. 복도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개인 의자도 놓여있어서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오거나, 잠시 자연을 보고 공부를 이어가는 공간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아쉽게도 중정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중간중간 환기라도 되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중정을 둘러싼 복도

평면은 사각형 중정을 중심으로 복도가 둘러싸고 있고, 그 뒤로 필요한 실들이 계획되었다. 장방형 면에는 열람실이, 단방형 면에는 서비스실들이 배치되었다. 언어가 안되다 보니 구석구석 돌아다니기가 힘들었고, 건물 전체를 상세하게 돌아보지는 못했다. 포디움 부분에서 내부 배치가 중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 중정에서 멀어질수록 빛이 들어오기 힘든데, 안쪽은 모두 인공조명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았지만 이 궁금증은 다음번에 확인해야겠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살짝 들여다본 열람실 / 라운지

도서관에서 센 강 쪽으로 나왔더니 야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다시 한번 도서관 전경을 감상하는데, 또 넓은 면 쪽에서 바라보니 사이 공간의 광대함에 한번 더 놀랐다. 갑작스럽게 마주친 건물이었지만 오랜 시간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 중정 (야경)
도서관 전경 (야경)



<참고 도면 및 자료들>

배치도 (출처 : EUMiesAward)
지상층 평면도(출처 : EUMiesAward)
지하 1층 평면도 (출처 : EUMiesAward)


단면도 (출처 : EUMiesAward)



#세줄 요약

- 건축 형태(조형)는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담고 있음

- 도시의 일부인 공공건축

- 커튼월이 극대화된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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