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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국 Aug 19. 2024

상업영화의 존재 이유 1/2

<프리 가이>

사람들로 가득 찬 상영관 안에서 유명한 얼굴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상업영화를 보고 나올 때면 주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역시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다. 잘 만들었네." 이런 생각? 아니면 "그럭저럭 괜찮은 듯." 이런 생각? 또는 "이게 뭐야." 이런 생각이 들 때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상업영화라면 관객의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야 바람직할까? 나도 깨달은지 얼마 안 된 사실이지만 상업영화라면 최소한, "이거 너무 재미있다" 정도의 감상은 끌어내야 하며 "미쳤다"는 감탄사는 나와 줘야 그 본분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1년, 코로나가 기승이었지만 여느 때보다 열심히 영화를 보러 다니던 때였다. 시간이 남아서였던가, 을지로 근처에 있다가 대한극장에서 가장 가까운 시간대의 영화를 예매해 관람했는데 그게 <프리 가이> 였다. 코로나가 유행한 뒤로 극장을 대관해서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진짜 대관이 아닌, 예매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던 경우) 대한극장이어서 그랬는지 사람이 꽤 차 있었다. 거리두기를 해서 띄엄띄엄 앉았지만 여럿이서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본다는 게,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달까. 아무튼 그렇게 별 생각 없이 보게 된 영화는 그날 나에게 새로운 감정을 안겨 줬다. 불현듯 이거다, 싶은 느낌. 바로 이게 영화의 정수다, 하는 생각.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야 얼떨떨하게 극장 밖으로 나왔던 기억이다. 


시작부터 나를 완전히 몰입시킨 영화는 마지막에 이르러서 완벽한 작별을 고한다. 게임 속 캐릭터는 다시 게임 속 세상으로, 현실 세계의 인물은 회복된 현실로 돌아와 영화는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 작품처럼 끝난다. 완전하게 닫힌 이 이야기가 이토록 만족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엔딩 크레딧에 뜨는 '숀 레비'라는 이름을 그때부터 머릿속에 각인시켰던 것 같다. 재미를 느끼게 하면서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적절한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것이란 해내기 어렵지만 영화감독으로서 해내야만 하는 일이고 숀 레비 감독이 그걸 완벽하게 이루어냈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액션영화라 하면 뻔한 레퍼토리에 현란한 액션 장면, 주인공의 로맨스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프리 가이> 는 장르의 구분을 넘나든다. 처음에는 이게 어떤 내용이지? 싶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액션영화의 모습을 띠기 시작하는데 그 배경과 방식이 아주 흥미롭다. 자아를 가지고 프로그래밍된 것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게임 속 NPC와 그 게임을 파헤쳐야만 하는 현실 세계 주인공 게임 캐릭터의 만남이라니. 눈 앞에서 게임이 재생되는 것처럼 인물들은 다양한 공간을 넘나들고 무기와 아이템을 장착해 싸우거나 도주한다. 글로만 읽었을 때는 굉장히 뻔한 장면이 그려질 테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라이언 레이놀즈 특유의 연기에 조디 코머의 완벽한 딕션과 액션은 숀 레비의 연출과 어우러져 매우 감각적인 장면들을 뽑아낸다. 어쩌면 이런 장면들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영화관에 가는 게 아닐까? 


사실 영화관에 간다는 것의 가장 큰 의미는 개봉한 작품을 바로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영화를 보는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티브이 모니터로, 또는 노트북이나 휴대폰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과 공간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로 영화를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이건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다'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는 주로 어떤 걸 뜻할까. 눈을 즐겁게 만드는 영화, 귀를 즐겁게 만드는 영화일 것이다. <프리 가이> 는 미술과 연출은 물론이고 음악까지 센스 있게 삽입되어 그 기준을 완전히 충족한다. 상업영화는 말 그대로 팔려야 하는 영화다. 많은 사람들이 만들었고 많은 돈이 들어갔으니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한다. 그렇다면 영화관에서 볼 이유가 충분한, 관객들이 즐기기에 충분한 영화여야 할 것이다. 요즘 상업영화들은 그 기준을 충족시키는가? 


더 많은 이야기는 다음 연재에서 2/2 편으로 <데드풀과 울버린> 영화와 함께 진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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