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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이사한 지 2달 만에 차고지가 생겼다.

by 베존더스



시에서 최종 준공검사를 하러 나왔다. 이사한 지 2달 만이었다. 도면과 규정대로 공사가 진행되었는지 점검받는 것이었다. 건축 회사에서도 직원이 나왔다. 우린 건축 회사에 할 말이 많았다. 아직 계단 시멘트 작업도 끝나지 않았고, 전기 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설치되지 않았으며, 차고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마당에 땅을 고루고루 속아내고 다지는 마무리도 덜 되었다. 최종 준공검사는 도면과 규정대로 지었다며 통과됐다. 외관, 창문 크기, 높이 등 문제가 없어서였나 보다. 통과를 받고 건축 회사 직원에게 집으로 들어와 보라고 했다. 마무리되지 못한 부분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3일 후 차고지가 생겼다.


벽돌로 쌓아 만들어 짓는 줄 알았는데. 이미 완성된 차고지를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듯 집 옆으로 살포시 내려놓고 갔다. 당연히 되어야 하는 것들이 독일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기다리다 자포자기할 때 띄엄띄엄 일이 진행된다. 한국은 인터폰까지 건축 과정에 당연하게 포함되어 있는데 독일은 작은 것 하나도 무엇이든

‘선택’을 해야 한다. 인터폰도 개인적으로 회사를 찾아보고 문의해야 한다. 차고지도 마찬가지였다. 포함이 아닌 선택. 차고지는 생겼지만 차는 여전히 밖에 주차되어 있다. 마당 공사가 덜 되어 땅과 차고지 높낮이가 맞지 않았다. 차고지만 놓고 갈 뿐 높이 공사와, 차고지 안쪽 전기 공사는 일하는 일꾼을 기다려야 한다. 또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할까?


차고지가 들어왔으니 다음으로는 이웃과의 의논이 필요하다. 울타리가 없어서 마당의 경계선이 없다. 모두가 퇴근한 저녁 시간 뒷마당에서 이웃 부부를 만났다. 울타리를 어떤 자제로 할지, 가격은 얼마를 예상하는지 의논했다. 잡초가 무성한 뒷마당을 보며 옆집 부부는 독일 사람들 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다며 푸념했다. 그들의 푸념은 나에게 가식으로 들렸다. 같은 날 같은 회사에서 집 짓기를 한 독일인 집. 그들은 뭐든 수월했고 일사천리로 지어졌다. 계단 시멘트 마무리도 잘되어 말끔했으며 다락방 계단도 예전에 설치되었다. 우리 집 계단 공사는 여전히 그대로며 시멘트 회색이 드러났다. 새집인지 흉가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다락방 계단 회사 직원은 차를 40분 운전해서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요. 건축 회사의 승인이 떨어져야 하는데 기다리다 기다리다 직접 왔어요. 계단은 이미 완성된 지 오래예요. “라는 말에서 조급함이 느껴졌다. 본인은 제작을 했는데 수고비도 받지 못하고 날려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일이 빨리 진행되지 않는 정확한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건축 회사의 승인이 나지 않아 지연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미치자 인종 차별을 의심했던 마음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독일 국민성이 확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주위의 지인들은 ‘어딜 가나 독일사람들을 상대하려면 전투태세로 전환해야 해’라며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그 말의 의미가 이런 거였구나를 알게 되니 그동안 우리가 보여줬던 친절에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우린 언제나 상냥했으며 따지기보다는 신사적으로 풀어가려 애썼다. 더 이상 그들에게 친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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