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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Apr 27. 2023

두 아들과 ‘다운천사’ 딸 사이의 균형



개구쟁이 두 아들과 ‘다운천사’ 딸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두 아들의 기준에 맞출 수도, 그렇다고 ‘다운천사’ 딸의 기준에 둘 수도 없다. 이런 고민은 몇 달 전 한글학교를 결정하며 시작됐다. 단순히 생각하면 두 아들은 한글학교 초등반에 딸은 유치반에 들어가면 된다. ‘다운천사’ 엄마이기에 단순할 수 없었다. 통합교육이 아닌 곳에서 딸이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두 아들의 엄마이기만 했다면 난 진작에 한글학교에 갔을 것이다. 성장은 느리지만 딸은 여느 아이들처럼 보고 느끼며 생각한다. 자기의 감정도 잘 표현한다. 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자신과 같은 모습의 친구들 사이에서 조차 다름을 느끼면 어쩌지? 뒤처져서 못 따라가는 딸의 모습을 보는 또래 친구들의 시선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처음 만나게 될 엄마들 사이에서 나는 괜찮을까? 편견과 맞서야 하며, 단단하게 성장해야 하는 것도 안다. 알면서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이 내 마음을 후비며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함께하고 싶어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던 딸, 말이 되지 않아 웅얼웅얼 거리는 딸의 목소리가 무시되는 모습. 사실 딸 보다는 그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어미 된 마음이 힘들었을지도.  


이렇게 까지 고민하면서 한글학교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제2 외국어로 영어를 배운다. 우리가 사는 Nordrhein-Westfalen(노드하인베스트팔렌) 주에 Duisburg(두이스부륵)의 한글학교는 독일 교육청 소속이다. 한글학교에 입학하고, 등록 서류를 교육청에 보낸다. 수업에 빠짐없이 참여하면, 학기별로 제2외국어 점수에 한국어점수로 받을 수 있다.


​모국어가 독일어인 독일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제2외국어가 된다. 하지만 독일에서 그것도 한국인 가정에 태어난 두 아들은 제2외국어가 아닌 제3외국어가 된다. 두 아들을 위해 한글학교 입학을 결정해야 했다. 한글학교는 매주 금요일 독일학교 방과 후에 시작된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차로 30분 가야 한다. 왕복 한 시간 운전해야 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었다.


 만 12세 첫째, 만 7세 둘째는 한글학교 입학은 이미 늦었다. ‘다운천사’ 딸을 위해 미루고 미뤄 여기까지 왔다. 더 이상은 늦출 수 없었다. 마음을 잡고 작년 가을 서부터 고민한 끝에 한글학교를 올해부터 다니게 됐다. 두 아들과 ‘다운천사’ 딸 사이의 조화로움은 풀지 못할 마음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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