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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Dec 16. 2022

다운 천사의 다섯 번째 생일

우리가 사는 주에는 눈이 많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2017년 12월 9일 진통해서 병원에 들어가는 날 눈이 엄청 내렸다. 퇴원해서 집에 오는 그날까지도. 아마 비가 내렸다면 슬펐던 내 마음은 더 서글펐을 것 같다. 눈이라 다행이었다.


​사실 딸을 처음 품에 안고 '다운 천사'의 모습에 많이 놀라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하염없이 울었다. 당황스러웠던 내 마음이 먼저였기에 딸을 온전히 축하해 주지 못했다. 누워있는 딸을 쳐다보기도 싫었다. 현실이 아닌 꿈이길 바랐다.

​반겨주지 못했던 미안함은 딸의 생일 때면 여지없이 내 마음을 콕콕 쑤신다. 이렇게 예쁘고 건강하게 자랄걸 그때에는 왜 그리 서럽게 울었는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산처럼 느껴졌었다.


딸의 생일을 맞아 유치원 친구들, 선생님에게 나눠줄 선물을 준비했다. 12월은 초콜릿을  ​많이 먹는 달이다. 이를테면 12월 1일부터 시작되는 아드벤트스칼렌 더

(Adventskalender) 있다. 그 안에는 초콜릿이 들어 있어 12월 24일까지 매일 하나씩 꺼내 먹는다. 12월 6일에는 니콜라우스타그(nikolaustag)라고 해서 산타 모양의 초콜릿을 받는다.

딸의 유치원 친구들에게 초콜릿이나 사탕보다는 과일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귤, 배를 하나하나 개별 포장을 하는데 아이들, 선생님 얼굴이 떠올랐다. 등원 길에 다희를 보면 목청껏 "희"를 부르며 뛰어오는 알렉산더, 유치원 문 앞에서 들어가지 않으려 떼쓰는 다희를 반갑게 맞아주는 선생님 라우라, 유치원에 데리러 가면 "희"를 부르며 "너희 엄마 왔어"라고 말해주는

레아.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어서 다희의 유치원 생활이 즐겁다는 걸 깨닫는다.

​과일만 가져가면 서운해할 귀여운 꼬마들을 위해 머핀도 구웠다. 집에서 만든 거라 설탕이 덜 들어가 밍밍 할 수 있지만 서로 나눠먹는 재미가 있기를. 양손 가득 준비한 선물과 머핀을 들고 유치원 문을 두드렸다.


유치원의 선생님들이 나와서 “생일을 맞은 다희 생일 축하해”라며 반겨주었다. 자기 날인 줄 아는 다희는 그 분위기를 즐겼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다희 머리에는 왕관이 씌어있었다. 생일 맞은 아이에게 씌워주는 왕관이었다. 종일 유치원에서 얼마나 많은 축하를 받았을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딸을 위해 만든 케이크에 촛불을 붙여주었다. 가족이 둘러앉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데. 괜히 코 끝이 찡했다. 지나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앞으로도 다희와 함께 할 일상이 평범하지 않겠지만, 이제는 슬픔이 아닌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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