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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Byun Mar 13. 2023

불행배틀

첫 번째 이야기

A.


  한 번도 내 불행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없었어.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나는 누가 봐도 불행한 사람으로 확정되는 것 같았거든.



너를 잊었었어.

너와 나는 각자의 길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적어도 내가 거길 떠을 때부터 우린 다른 운명이었어. 그날 이후부터 나의 로운 세상이 열린 거.


그렇잖아?

하고많은 아이들 중 하필 나니. 어린 아기도 아니고 8살 여자아이를 입양아로 선택다니.

그들이 방문한 날, 마침 그 방 앞을 지나다  미끄러 실수가 아닌 운명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지.


온화한 중년의 부부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끼고 사랑해 주었어. 안락하고 쾌적한 환경, 따뜻한 사랑과 관심, 그 모두를 주었지. 내가 누리 것들이 동화 속 세상인  믿어지지 않더라. 그리고 모든 것들이 익숙해질 때쯤 그들을 닮은 작은 아이가 태어났어.

솔직히... 그때 내 완벽한 세상은 여기서 끝났구나 싶었.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놀랍게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그들은 변함이 없었어.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완전한 모습의 가족이 탄생했다고 너무도 기뻐했지. 사랑 많은 엄마 아빠의 의젓하고 예의 바른 첫째, 애교 많은 응석받이 둘째.

나는 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이 행복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어.


내 동생.. 본 적 없지?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야. 두 분을 꼭 닮았지. 그들의 우수한 유전자를 받아서 영리하고 온화한 성품을 가졌어. 우린 무척이나 우애 좋은 자매였어.

균열이 시작 건 아마, 내가 엄마에게 나온 자식이 아니란 걸 알고나서부터?

이유는 몰라.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우린 지금껏 우애 좋은 자매로 지냈을지도 몰라.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불행이란 뭐랄까, 서서히 다가오는 것 같진 않아.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서 우르르 쾅 벼락이 치듯,  고장 난 트럭이 뒤에서 덮치는 일처럼 급작스럽게. 믿기지 않게 일어나지. 아니, 어쩌면 매일의 안락함에 취해 등 뒤에서 다가오는 어두운 그림자를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땐 이미 불행의 아가리에 집어삼켜진 뒤라 옴짝달싹할 수가 없어. 내가 잘못한 게 뭔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곱씹어봐도 돌이킬 수 있는 일이란 없지.

극복? 인내?? 이후의 성찰이나 깨달음?

뿔 ㅎㅎㅎ 그런 건 없어. 그런 게 가능한 일이라면 그건 처음부터 불행이 아닌 거지.

몸부림쳐봤자 어쩔 수 없구나, 그냥 가만히 온몸으로 고통을 견디는 수밖에... 

있겠지 하고 죽어라 견디면 또 다른 게 덮쳐 오지.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내 양부모내게 남긴 유산이 한 푼도 없다는 걸 알았을 때 크게 놀랍진 않았어.  

버려진 아이를 거둬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켜 독립까지 시켜주었잖아. 그거면 내가 받을 수 있는 몫은 모두 받은 걸 거야. 어떤  대가도 없이 그들은 선행을 베풀었잖아?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거야.

이해 가?


지병이 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건강이 나빠지셨어.

어느 날 에게 말했.

'혈육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

그리고, 덧붙였지.

'우린 모두 하나님 아버지에게 태어난 서로의 피붙이고 우리 만남은 은혜였다'라고.

그땐 몰랐어 왜 그 말 유언처럼 들렸는지...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내 몫의 유산은 모두 교회에 헌금을 했더라고.  

주변 사람들은 주의 사명을 몸소 실천하신 분라며 부모님의 높 뜻을 새겨야 한다며  붙들고 '아멘'지.

끔찍했어.


그들은 절대 모를 거야.

믿음의 증거로 제단 위에 올려져 산채로 목이 잘리고 배가 갈려 만신창이가 된 어린양.

내가 맡은 배역은 그거였어.


장례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한테 전화가 왔어.

교회사람들에게 무슨 얘길 떠들고 다니는 거냐며 따지는 거야. 그 말더라고.

 '언니의 눈빛이 싫었다'고.

엄마와 자신이 같이 있을 때마다 달라지던 눈빛.  불안 같기도 공포 같기도 증오 같기도 한 유기동물의 눈빛.

눈빛이, 그런 눈의 내가 지긋지긋했다고.

동생과 있을 때 웃던 엄마를 곁눈질로 살피던 시선. 그 애가 독립한 날, 새 집 가구와 가전을 쓰다듬는 척 눈여겨보던 일. 청소를 돕는다며 옷장, 화장대를 뒤지던 살벌한 뒷모습.

미처 알아챌 수 던 내 눈빛.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아이'로 보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왔는데.

솔직히... 눈빛을 트집 잡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ㅎㅎㅎ

그때 알았어. 난 처음부터 아니었구나.


내 몫을 찾겠다고 변호사 선임해서 그 앨 찾아갔을 때 묵묵히 듣고 있던 그 애가 나를 빤히 보더니 그럴 줄 알았다고 딱 한마디 하더라.

 첨부터 그럴 맘이 있던 건 아니었는데.. 그럴 줄 알았다니! 도대체 언제부터?

억울했어. 내  내놓으라고 소송하러 간 건 맞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순간 화가 훅 치밀더라.

그 애 회사 로비에서 악다구니를 썼지.

'첩실한테 태어난 년이 뭔 고결한 척'이냐고. 너나 나나 그렇고 그런 핏줄인데 다를 게 뭐 있냐고.

입을 쩍 벌리고 서서 나를 보던 그 애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


우리 양부모 생각보다 더 완벽한 사람들이더라.

본인들이 없어진 다음에도 자기 자식 유산을 양녀가 섣불리 넘볼 수 없도록 손을 써놨더라고.

그럼에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ㅎㅎ

소송 시작할 때 그 사람이 그러더라.

자긴 첨부터 우리 가족이 싸했대. 특히 내 동생 나에게며 자기에게 대하는 태도가 맘에 안 들었대.

진해서 발 벗고 소송에 서주더라?

내가 입양아란 걸 알았을  속였니 뭐니 난리를 치더니...

가식적인 집구석에서 얼마나 당한 게 많았겠냐고 이제라도 억울한 일 없어야지 않겠냐길래,

참나 어이가 없었어.

애초에 음흉한 인간인 건 알았지만.

내가 소송으로 이득 좀 보면 자기한테도 떨어지는 게

있을 거란 계산이겠지. 얄팍한 인간... 


하하. 근데 지, 그게 다가 아니었어. 

여자가 있더라고.  


사진 문자 녹취.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지.

그리고 어느 날 '옛다' 하고 폰을 던져 줬어.

차 뒷좌석 시트 아래에 숨겨둔 그 인간 세컨드폰을.

멀뚱히 바라보더라고 죽은 생선 눈깔 같은 한 눈빛으로.  

그리곤 실수니 용서해 달라는 변명도 없이 그냥 폰만 낚아채서 그대로 집을 나가버렸어.


사람은 동물이라 누구나 본능이지.

눈앞의 이, 내 행복 우선순위로 하고 살아가.

강자든 약자든 다르지 않아.

어떤 이는 타인의 행복에 동승하려 개 같이 엎드려 구두를 핥아 데기도 하지. 그러다 뻥하고 차이면 말이야.

무슨 생각이 드는 줄 알아?

 나쁜 인간들 천벌 받아라! 일 것 같?

 아니. 그게 아냐.

'맞아 나는 개였지. 저들과는 다르지...'

낳은 부모는 나를 버리고 양부모에게 이용당하고 바람난 남편은 집을 나가고.

남들에겐 일생동안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이런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때마다 나는 왠지 그럴 것 같았어서 놀랍지 않았다는 거야.


. 예상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일들은 징그럽게도 예상한 그대로야.  

어쩜 내 세상은 그래. 당연하게, 모두가 짠 듯이!


여태.

내 불행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없었어.

지난 일을 곱씹은 적도 없어.

입 밖으로 뱉는 순간. 마치 내게 스스로 내리저주처럼 누가 봐도 정말 나는 그런 사람으로 확정되는 것 같았거든.



넌.... 넌 어때?

이런 불평 너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




 B.


있잖아
너무 행복하려고 애쓰지 마




담배 있니?

여긴 금연이라 며칠 못 폈거든..ㅎㅎ



후....


한 번도 널 잊은 적이 없었어.


우린.. 결국 만나게 되었을 거니까.

난... 내내 똑같았어.

특별히 좋고 고 없이 그냥 살았단 말이야.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는 길 위에서 훔쳐먹는 밥, 그 밥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고양이하고 싸우는 법, 적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가 전부인 것처럼.

그냥 되는대로 살았어. 어차피 이번 생은 좇망이려니


열여덟에 보호조치 종료되고 나도 거길 떠나왔어.  

그 후론 늘 비슷하게. 언니 오빠들 지겹 얘기한 모습 대로.  양말 공장에서 그릇 공장, 주유소 일...

불법체류 아닌 신분만 되면 바로 일들 있잖아.

어떻게 나면 나를 써주는지, 돈을 거나 지들 대로 자르면 어떻게 깽판 치면 되는지 도가 틀만큼 선수가 .  

인생 뭐 있? 먹고사는 일은 있는 놈 없는 놈, 다 적당히 치사하고 드러운 거그러던데? ㅎㅎ


 어릴 때 이미 보고 겪 거라 잘 알잖아

릇에 있든 남의 그릇에 있일단 차지하려면 남들보다 힘이 세거나, 민첩하거나 이도저도 안되면 비열하거나 비굴해야 된다고.

다른 건 몰라도 그거 하난 확실히 배워놔서 밖에 나와 벌어먹고사는 건 어렵지 않았어.

가족이 아닌 사람들 가족인 척 엉겨 사는  다신 못할 짓이지.


 기억나? 우리가 동생처럼 이뻐한 애. 작고 약해빠져 선 더 어린애들한테도 맞고 울고 다녔잖아ㅎㅎ

하루는 숨어서 울다가 잠드는 바람에 애 없어졌다고 하루종일 찾고 난리도 아녔ㅋㅋ

근데  모르지?

너 가고 몇 년 있다 걔 입양 갔던 거.  

가서 잘 살라고 내가 꼬불쳐뒀던 초콜릿에 편지도 끼워 줬는데. 소식이 희소식이라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삼사 년쯤 지나 다시 컴백!!

갔던 애가 다시 오는 건  알잖아?

. 망할 놈의 종자..

돌아왔는데 잘 왔 할 수도 없고 고생 많았네 할 수도 없 말을 겠더라고.

... 많이 변했더라?

키가 나보다 한 뼘 넘 크고 덩치도 커지고, 물러빠진 그 울보 아니었어.

어디서 맞고 다닐까 봐  챙겨야 했던  오히려 나를 지켜주려 하더란 말이야.

소롭게ㅎㅎ


그런... 어느 순간 좀 이상 기분이 들었어.

나한테 하는 행동.  보는 눈빛. 스치는 손길..

 자식 오버하는데 싶다가 점점 짜증 나고 거북어.

싫은 티도 내고 모른 척 피하기도 했는데

하루는  뒷으로 부르더란 말야

모른 척 무시했. 그랬더니 이 새끼가 더 집요하게 날

쫓아다니는 거야. 

언니 오빠 사랑에 눈 뜬 새끼라며 놀고...

 이상 숨기 하는 그 눈 24시간 나를 따라다녔어. 턱턱 혀 오 다른 코너 몰리는 쥐새끼가  기분이었.


어느 날 밤, 걔가 화장실 가는 나를 쫓아왔어.

등줄기에 소름 끼치더라고.

제발 라고 소릴 지르는데 그놈이 내 입을 막은 채 껴안고 발버둥 치는 날 제압했어...

그리고 키스했지.

눈이 미쳐 돌아있었는데 힘이 엄청나더라고. 

이 새끼가 제정신이 아니구나 싶어서 정말 온 힘을 다해 뺨을 후려쳤어.

멍하던 이 잠시 들리 것 같더니 울먹는 나한테 뭐라고 중얼거.. 대로 뛰쳐나갔어.


벌. 너무 무서웠어.

다시 돌아와 달려들까 봐 뒤 안 돌아방으로 가 문을 잠갔지.

바람도 없이 찌 8월이었는데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범벅 눈물범벅으로 꼼짝 않고 었어.

질질 울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걔가 다시 오면 죽여버릴까, 아님 내가 그냥 확 죽어버릴까 ㅎㅎ

 중 하난 없어져야 날 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그날 이후 영영 돌아오지 않았어.



여름이 오면... 생.

유난히 후텁지근한 밤공기. 축축한 땀냄새. 달은 또 왜 그리 환했던지. 

날 보던 겁고 정신 나간 눈빛이 아직 생생해. ㅎ

지금 생각해 보면,

그놈은 내가 첫사랑이었을 텐데 누나 된 맘으로 너그럽게 어줄 걸 그랬나, 잠깐 만나줄 걸 그랬나..

키도 크고 잘 생겼었거든 그 자식ㅋㅋ

그 정도 와꾸는 내가 살면서 만나본 적이 없는데ㅋ

밖에 나가서도 아마 여 울리고 다녔을걸?


... 떻게 지내는지, 밥은 먹고 사는지.

혼자 살아가기엔 그때 너무 어린 나이였는데.

다시 만나면, 남자 새끼 연약한 여자한테 힘자랑하는 거 아니라고, 그러면 여자는 무서워서 도망간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보다 진한 한 지붕 형제자매 어쩌고 해 봐야 결국 실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니까.

사방이 꽉 막힌 곳에서 같이 잠들고 눈뜨, 살 부대끼게  지내 염병 같은 데서도 감정이 스물스물 자랄 수 있다는  우린 몰랐 거지.

어찌 됐던 마음은 잘못된 게 아닌데

열다섯열여섯 즈음되면, 누나가 여자 보이는 일다는 건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니까.

걸 알았으면 내가 진심으로 그앨 죽일 어처구니없는 상상으로 괴로워하며 밤을 새진 않았을 텐데..


혼돈에 지버린. 날 보던 그 아이 눈이 생각나면 

때론 서럽고... 슬퍼.

 

ㅎㅎㅎ

아무리 삶의 무게가 랄 맞은 삼십 대라도 이제 그럴 일은 없으니 됐지.

감상에 빠지는 건 사춘기 애새끼 때나 하는 거.ㅋ

인생은 원래 각개전투란 걸 까먹고 뇌에 새기면서 살 복잡하고 어려울 것도 없어.

치열하게 살면 뭐 노동의 보람 같은 거도 찾아오고 말야.

공장에서 일할 때 월급이 자꾸 밀려서 새벽시간청소   적이 있었거든. 내가 한 일 중 최고잘한 선택! 최알바였. ㅎㅎ

극장이었거든.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데다가 정말 좋은 게 뭔지 알아?ㅎㅎ

아침 조조가 시작되기 전에 영화를 틀어줬어.

물론 나 보라고 틀어준 건 아니지만 ㅋ

테스트 상영이라고 해서 그때  볼 수가 있거든.

벌어먹는 게 다 같은 일이 아니란 걸 그때 깨달았지ㅋㅋ

새벽 극장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신날 수 없었어. ㅎㅎ  동이 트기도 전에 벌떡벌떡,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쓰레기 주워 담는 일 나도 안 힘 거야.

청소를 마치 영사실에 들키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 자릴잡고 앉 아무도 없는 나만의 상영관이 펼쳐져. 나는 이 vip가 되는 거야!

캬...  림이 그려져?

개봉작이란 개봉작들은 놓치지 않고 죄다 봤지.

그때 맘먹었어. 담 생에는 영사실 직원, 아니 극장집 딸로 태어나겠다고!


한 6개월 꿀 빨았는데 같이 청소언니한테 들키는 바람에..  특별상영은 그걸로 막을 내렸지.

입 다무는 조건으로 같이 자고 했었

젠장. 코를 어마무시하게 골더라고.

드르렁드르렁 하는데 가 안 들렸다니까!

내가 쪽을 좀 줬더니 정 상했던지 어 일러바쳤던 모양이야..  거기서 거든.

크..! 복지차원으 최고였는데 말이지.



.... 재미없지? ㅎㅎ 내 얘기



니 소식. 사실 알고 있었어

같은 하늘 아래 살 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만나게 된잖아.

가끔 보육원 찾아가면 원장님 전해주기도 했고.

그리고..

네가 몇 년 전 이사 온 아파트. 사실 거기 내가 장사하야.

아파트 상가 사이 골목 자리 내 구역.

원래 양말을 팔았는데 그 동네 속옷가게랑 한판 대차게 붙 바람에 업종을 바꿨지ㅎ

붕어빵 포장마차. 본 적 없어? ㅎㅎ

겨울엔 어묵도 파는데, 멀리서 오는 골도 꽤 있어.


지나가는 널 , 한 이 년 넘었나. 

하긴 같은 자리에서 365일 는데 못 보면 이상한 거 .

세월이 흘렀어도 단번에 넌 줄 맞췄잖아.

견하 들고 있던 밀가루 주전자를 그대로 쏟아 버렸. ㅎㅎ

그날 이후.. 수없이 봤지.

푸석한 얼굴로 커피를 사러 가는

폰에 시선을 꽂고 걸어가는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던 .

몇 시쯤, 무슨 요일 어딜 가는지, 고 있었 ㅎ


그리고 니 남편, 

보게 됐어 다른 여자와 있는.


 그 여자랑 내 가게에서 붕어빵을 사간 적도 있지.

얼굴에 뜨거운 붕어빵을 처던져줄까 싶기도 했어. 근데 계산하다 말고 내 얼굴을 가만히 보는 거야. 자기 마누라랑 닮아 보이는 아줌마가 붕어빵을 팔고 있으니 당황스럽기도 했을 거야. ㅋㅋ


니 남편 그 여자랑 오래됐을 거야. 니가 아는 것보다 더.

그래. 기간이  문니 빌어먹을 종자인 거 이제 알았으면 됐지.

처음엔 니 남편한테 찾아가서 그 짓 그만두라고, 한 번 눈 감아줄 테니 정리 안 하면 터뜨려 버다고 협박해 볼까 고민도 했어. 근데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 진짜야. 아닌 은 끝까지 아니야.

길에서 오래 지내본 나 같은 사람은 이 저 별의별 인간들 다 봐. 생 거 표정 말투만으로 어떤 인간 폭탄인지 본능적으로 감이 와.

그러니까 갈라서기로 한 거 잘한 거야.

그래도 씨벌, 억울하면 내가 해줄게.

난 잃을 게 없는 사람이잖아. 세상에서 젤 무서운 사람이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며.

그년 머리채 쥐어달라면 죄다 뽑아줄 수도 있고 그 인간 회사 가서 사내에서 불륜한 말종이라고 써 붙이고 회사 한복판에서 칼춤 춰 줄 수도 있어.

그 정돈 일도 아니야, 어떻게 만난 동생인데.


이제야 말이지만...

우리 함께  시간이 길지 않잖아.


여기 오는 길에...

의사 방 들렀다 왔지? 뭐 라디?

한... 두어 달 ?

아니 낼 바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내 몸 내가 잘 알지.

여기 실려 온 날, 이저것 검사해 보더니 바로 보호자를 찾더라고.  보호자도 없고 가족도 없다니까 내 앞에서 젊은 의사 선생이 머뭇머뭇해.

괜찮다고. 말하라고.. 내가 세상 사람들보다 잘하는 게 있는데, 뭔 일에도 안 놀래는 거라고.

그리고 병원비만큼은 안 밀리고 낼 수 있으니 뜸 들일 거 없다고.

그랬는데, 설마 하니 죽을 줄은 몰랐지

예상 밖이긴 했지만 뭐, 무섭진 않아 아쉽지도 않고.


죽기 전에 너도 보고 살아봐야 내 인생 뒷 이야기가 별게 있겠니.  

사실 이런 말하면 미친 같겠지만 죽는 날이 다가온다는 게 약간 설다? 

다른 사람 안 해본 거 그래도 많이 해 본 축에 속하는데, 이건 아직 한 번도 안 해본 거잖아.

죽고 나면 영혼 같은 게 진짜 하늘로 가는지도 궁금하고  아무 일 없이 그냥 자빠져 자는 거라고 해도 누워 쉬기만 하면 되니까.ㅎ

는 그 순간에 숨이 콱 히고 엄청 아플까 봐 겁은 좀 까짓 거 죽는 게 일박이일 걸리는 거도 아니고 잠깐 숨 좀 참으면 끝나겠지.ㅎㅎ

딱 하나 너를 두고 가야 하는 게 맘에 걸리는 거지.

내가 ... 넌 혼자일 거니까.


있잖아 너무 행복하려고 애쓰지 마.

항상 행복하려고 아등바등 사니가 안타까웠어.

난 되는대로 살아 그런지 기대할 것도 실망 것도 없었거든. 뿌리 없는 떠돌이 인생 남들 보기에  보이기도 하겠지만 돈이든 사람이든 진 게 별로 없어서 잃을 것도, 아쉬울 일도 없었어.

 

그러니 나를 위로 필요가 없어.


울지 마...

널 두고 가서 미안해

그래도 널 한 번은 봐야겠단 생각에 연락을 했는데 이렇게 봤으니 잘했다 싶어.

내가 눈 감을 때 있어주지 않아도 돼.  마지막 순간 나도 지켜주지 할 거니까.

원비는 이미 다 지불했고. 참, 침대 옆 사물함 서랍 열어보면 통장이랑 카드 들어있을 거야.

비밀번호는 니 전화번호로 해놨어.

얼마 안 되지만 소송할 때 써. 그 으면 자립할 때 보태 쓰고. 


아...  이것까지 해결하고 나니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다. ㅎㅎ


휴...

나 눈 좀 붙일게.



언니...

죽는 게 마음 편해?

난 언니한테.. 이런 말 들으려고 온 거 아니고 위로해 주려고 온 건데?

농담처럼 가볍게 말하지 마

내 불행은 비교도 안될 만큼 상처투성 거잖아.


언니?


  떠 봐!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내가 궁금하고 걱정됐다?


..... 나 임신했어.

이 말하려고 온 건데 축하는 해줘야지

하나밖에 없는 이몬데!

널 닮으면 이쁘겠다. 건강하게 잘 키워서 둘이 꿋꿋이 살아보라고.

불행의 씨앗 아니라고 얘기해 줘야지?


양부모에게 속 버림받고 남편이 바람나 집을 나갔어도 넌 아직 건강하고 집도 있고 곧 아기도 나오고.

불행한 거 아니라고 말해야지.


넌.... 누가 봐도 불행한 인생 맞잖아, 니 불행으로 내 불행을 위안 삼. 그렇게 말 줘야지!

혼자 살아온 밑바닥 하급인생에 견주면 그게 대수냐고 개의치 말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오분 언니도 언니라며.

그 집, 원래 나 아니고 니가 가기로 정해져 있었다며!

그 자리 언니니까 양보한 거라며!

내가 모를 줄 알았니?


....니가 갔어도 별 수 없었을 거라고 어서 말해.


죽어버리는 건 비겁하잖아.

눈 뜨라고 나쁜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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