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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Byun May 23. 2023

욕망배틀 B

B.


심심하잖아?"



친구들과 모여 앉아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본 적 있니?

넓적한 풀잎 위에 모래를 뿌려 밥도 짓고 알록달록 꽃잎을 콩콩 찧어 반찬도 만들고.

단풍 손을 움직여가며 몰두하는 그 뽀얗고 말간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엔 이렇게 허물없는 생명체도 존재하는구나 삼스러워져.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미는 재는 탄성이 나올 만큼 무해하지. 거친 나뭇 틈 비집고 나오는 연한 연둣빛 새 순,  아기새의 젖은 털, 새근새근 잠든 아가의  뺨.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태초의 생명게 어떤 의문을 품을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지.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살인은 계획이나 모방이 아닌 본능에 따른 사건다는 것을.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릴 적에도 지금처럼 사교육이 이었어. 태권도 피아노도 그랬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이 반짝 인기몰이 주산암산, 웅변 학원 같은 곳들이 많. 방학이 되면 나도 그런 몇 곳을 다녀야 했지.

이 느린  내게 주산학원 개중 최악이었어. 선생님이 읊어 주는 숫자를 주판알을 튕겨 더하고 빼. 일십백천으로 자는 점점 불어나는데 눈을 감고 암산까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잖아?

그나마 참을만했던  나와 쿵작이 잘 맞는 친구가 원에 어서였어. 언제부터 우리가 친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친군... 그동안 알아왔던 주변 친구들관 달랐어. 내 마음을 하게 하 흥밋거리를 줄줄 꿰고 있어서 걔하고 있으면 신나고 즐거웠지. 시쳇말로 뭘 좀 아는 애였어. 학원이 끝나고 우린 동네 어귀를 쏘거나 떡볶이 집이나 오락실에 기도 했어. 어느 날인가는 학원을 빼먹고 시내까지 나간 적이 있었는데, 들통이 나 눈물 쏙 빠지게 혼이 났지만 후회하진 않았어. 

 새로운 세상을  아인 엄마 아빠 말고 걔가 초였을 거야.


그날은 최고로 더운 여름날이었어.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 오르막 벌하게 뜨거웠지. 정수리 내리꽂는 열기가 불이 붙은 것처럼 홧홧할 정도였으니까. 바람 한 점 없는 정오름아래 걸음은 느려지고,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은 벌 피부 타고 내렸지. 지친 우리는  없어. 몇 걸음을 걸어가다 그 애가 저 길가 철퍼덕 주저앉.


"아이 씨! 더워 죽겠네..."


나도 가방을 내던지  앉 버렸어.


"오늘따라 돈도 없고... 너 진짜 백원도 없어?"


"없다고..  아까 말했잖아."


난 사실 얼른  가고 싶었어. 마가 어제 장고에 어 둔 수났거.


"우리 집 갈래?"


"아니..."


걘 시큰둥어.

그렇지 이대로 어날 생각도 없어 보였. 바람 한점 없는 하늘은 앉아 있어도 나을게 없었어. 땀범벅인 옷이 몸에 척 들러붙어 떨어지지도 않았어.


"갈 거야? 난 먼저 간다."


엉덩이를 툭툭 털며 끙하고 몸을 으키는데 친구가  허리춤을 붙잡았어.


"잠깐만.. 잠시만 있어봐."


 친구는   끌어앉혔는데 시선은  곳 있었어. 학원이 있는 아래쪽 길에서 아파트 단지로 이어지는, 언덕 비탈 초입. 친구의  바로 우리가 올라시작 지점에 멈춰 있었어.


"야, 저기.... 봐.  쟤 온다. "


친구의 니 언덕아래 오르고 있는 작은 체가 보였어.  뭐 대수롭지 않았. 친구는 를 툭툭 치며 다시 말했어.


"쟤 있잖아. 우리 학원 말 더듬이."


목표물을 포착한 고양이처럼 친구의 두 눈이 생기로 반짝고 있었.


"그게 뭐..."


시원치 않은 내 반응 과 열기로 달아 오른 얼굴이  밀착해 왔어. 그리고 밀하 속삭였어. 


".... 심심하잖아...?

여기 뒤에 숨어있다가 깜짝 놀래켜주자 ㅋㅋㅋ"


 대답 전에 친구는 용수철처럼  일어나 뒤편 화단 쪽으로 싸게 몸을 숨겼어. 얼떨결에   게 되었지.


"하나 둘 셋 하면 로 뛰어나가는 거야. 알겠지? 큭큭"


쭈그려 앉은 채 고개를 끄덕였어. 오줌 지린내가 올라오는 것 같은 한 화단발아래 움직이는 분주한 개떼가 신경 쓰였어. 하지만 친구는 표물어질 듯 중하고 있었어. 언제였더라.. 볼록렌즈의 돋보기로 태양빛을 모아 신문지를 태웠던 일이 떠올랐어. 친구의 눈이 꼭, 그때의 볼록렌즈 같다고 생각했거든.

이마를 타고 흐른 군가의  방울이 , 떨어졌을 때 그 아이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어.

우리 학원 특이고 이상한 여자애.

체구도 작고 말도 서툴 참 어린 동생인 줄 알았던 애. 워낙 말이 없 첨엔 말을 못 하는 앤가 했어.


"내내.. 내, 내 거야. 도도도도 돌려줘!"


어떤 아이가 연필을 져갔을 때 처음으로 걔 말을 했어. 누가 불러도 대꾸하는 일이 없 애가 자기 물건에 대한 집착은 엄청던 거지. 하루는 사인펜 한 자루를 잃어버렸다고 선생님까지 나서서 교실의 모든 책상과 가방을 탈탈 털어 뒤진 적도 있었어. 결국 사인펜 찾못했찾기 전엔 간다고 버티는 바람에 결국 걔 엄마까지 호출되었거든.

조용하지만 이상하 고집스럽고 어리숙한.

그런 아이였어.


그 애가 오기까진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어.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 흘러내려 고쳐 메느라 걸음을 멈춰야 했고 운동화 끈 풀어져 질질 끌리고 있었거든. 그래도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오르막을 오르고 있었어. 우린 오르막이 끝나는 정점에 을 죽이고 있었.

한걸음 두 걸음, 윽고 그 애가 사정거리 들어오려고  때였어.


"지금이야!!"


가쁜 목소리가 귓가를 때리마자,  아이에게로 돌진했어. 친구가 손을 세게 잡아는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지만 우리는 거의 동시에, 그 아이 앞을 막아섰어.


"!!!"


"아악...!!!"

 

그 아인 새된 비명을 지르며 몇 발짝 뒷걸음질 치다 그대로 쿵 엉덩방아를 찧었어. 메고 있던 가방은 벗겨지고 신발 한쪽은 날아 상태로 붙어 .  지금 무슨 일이 어진 건지,  나자빠진 건지 르는 것 같았어.


". 후하하하하!!!"


친구는 그 모습을 보곤 배꼽이 빠져라 웃어 댔어.

바닥을 가며 한참을 웃었어. 물론 나도 함께 웃었지. 


"크크 크큭. 푸하하하하! "


배를 잡고 바닥을 뒹구는 동안 그 아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 몇 분 전 빠진 얼굴 무색할 만큼.  소스라치게 놀라 꽥꽥 비명을 러대던 애가 맞나 싶을 만큼 태연해 보였어. 가방을 고쳐 메고 벗겨진 운동화를 다시 찾아 신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가던 길 가려는 것 같았. 정신없이 웃고 있던 우리 모습이 좀 머쓱해지더라고.

만약... 그 애가 화를 내거나 울어버면. 때 그랬다면 을까? 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

어쨌든 그 앤 그러지 않고 그대로 발길을 돌리려 했어. 순간, 친구가 그 애 가손에서 확 낚아챘어! 그리 순식간에 뒤편 나 걸어버렸. 그건 나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던 '돌발 이벤트'였.

친구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실로 의기양양한 얼굴그앨 내려 .


'쯧. 이래도 네가 안 울고 배겨?'


이건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을 거야.. 무표정했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어. 방이 걸려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어. 연필이나 사인펜 한 자루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난 재이었겠지. 떨리는 입술을 옴싹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 나무 걸려 있는 가방을 어떻게든 잡아보애쓰기 시작했어.


"푸후훗, 프하하하하하!"


친구의 웃음이 더 크게 터졌어. 


"쟤 봐! 아하하하하하!"


하지만 어쩐지  웃음이 나오지 않았어.


'건 계획에 없던 건데...'


그 아인 여전히 닿지 않는 가방을 잡아 보려 팔을 뻗 있는 힘껏 뛰어올랐어. 우릴 향해 라 소리치기도 한 것 같았지만 친구의 웃음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어.


아....

장난을 치려한 것뿐인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편해졌어.

그때, 친구가 내 어깨를 들며 말했어.


"뭐 해? 빨리 도망자!"


우리는 언덕의 내리막을 내기 시작했어. 으로 젖은 옷은 이  식어 있었어. 어오는 바람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어. 뒤에서 그 아이의 울음소리가 미하게 들려왔어.


한 해 두 해 시간이 흘러, 학원이 문을 닫고 친구 소식 끊어지었을 때. 내가 어느덧 중학생이 되고 학폭의 피해자가 되어 전학을 전전하다 결국 자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때. 늘 그 장면이 떠올랐어.

아이들이 날 둘러싸고 낄낄대며 웃을 도. 태연한 척 무심한 표정을 으면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올 때도,

피맺힌 입가를 닦으며 터덜터덜 걸어갈 때마다 생각했어.

내가 벌을 받너희들 벌을 받게 되겠. 지루한 누군가의 어느 날, 욕망이 넘실 흐르다가 너희를 견하고 처럼 혀를 날름거리 다가오는 순간이 겠지.


도움을 청하지 않았느냐고 누군가 물을 때가 있었어. 하지만 대답할 수 없었어. 냐하면,  알고 있었거든.

누군가를 향한 욕망. 짓밟고 비웃고 무너뜨리고 싶은 이유 없는 욕망이 시작되면 멈출 수 없다는 걸 말이야.


 아직도 기억.

그날 그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언덕길을 내달리  하게 웃고 있었던 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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