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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Jun 27. 2024

이 시대의 사표(師表)를 바라며

우리 가족이 지켜야 할 7가지 핵심가치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본부에서 추진하는 교회갱신운동의 하나로 "교회갱신을 위한 7가지 핵심가치"를 <빛과 소금>이란 월간지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서 출처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양해 말씀을 드립니다.  당시 그 글을 읽으면서 나중에 이것으로 우리 집 가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교회"라는 단어를 "가족"이라는 말로 대치했고,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가끔씩 보여주면서 "우리 가족이 지켜야 할 7가지 핵심가치"가 우리 집 가훈(家訓)이라고 설명해도 너무 길어서인지 모두들 시큰둥합니다. 게다가 기억도 못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도 잘 기억을 못 하겠습니다. 역시 가훈은 한 줄로 만들거나 최대한 축약해서 만드는 것이 제격입니다.

  그래도 취미로 중국어 공부에 한창일 때 중국인 친구에게 번역까지 도움을 받아 한중대역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정성만큼은 갸륵하지 않나요? 누가 가훈에 대해 물어보면 중국어로 설명하기 위해 "나 좀 멋진 듯" 하는 맘으로 열심히 외우기도 했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편협한 마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랑하지 않았을뿐더러 마지막 7번째 "우리 가족은 모든 일에 탁월성을 추구한다"까지 어느 항목도 변변히 내세울 자격이 없어 보입니다. 액자에 낀 먼지를 손으로 털어내며 입으로 훅 불어 옛일을 추억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가끔씩 들여다보는 "7가지 핵심가치"는 가장 못난 나의 모습과 부끄러움을 확인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할 판입니다.  가장 연약하고, 가장 잘 못하는 부분을 좌우명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 본능인가 봅니다.


  앞서 같이 읽었던 내용 중 “이 시대의 사표를 바라며”란 특집이 있었는데, 제목도 강렬했고, 본문 내용도 의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경할만한 스승이나 어른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은 시대의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복잡하고 다변화된 가치 혼돈의 시기를 살다 보니 포털사이트의 검색기능을 “땡땡땡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도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념이나 가치가 사회적 약속처럼 정해져 있고, 가야 할 방향도 대체적으로 비슷했던 7-80년대나 90년대보다는 현재가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싶진 않습니다. 윈도라는 컴퓨터 운영체제가 등장했을 때, 소위 Dos 기반의 신들린 프로그래머들 중에 새로운 변화를 못 받아 드린 사람은 결국 도태된 것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변화를 재빠르게 인정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지혜라 할 수 있겠습니다.


  5살 때 길어귀에서 걸어오는 수녀만 보면 냅다 달려가서 꾸벅 인사를 했습니다. 귀여워라 머리를 쓰다듬어 줬던 그분은 지금 어디 계실까요? ㅎㅎ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무조건 달려가 인사했던 아이의 행동은 아마 당시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일반화된 전통적 사표(師表)의 모습이 자동 충전되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양성과 다변화된 세대교체의 시기를 걸어가며, 공장에서 찍어낸 규격화된 추종적 사표를 그리워하기보다는 비판과 존경을 냉철하게 받아들이면서 옳고 그름을 명확히 따질 수 없는 시대적 난제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 줄 “대안(代案)적 사표(師表)”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안 외워져도, 내용이 너무 많아도 우리 가족이 지켜야 할 7가지 핵심가치는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 안에 교회와 가정과 개인의 갱신을 위한 “대안적 사표”를 바라보며 또 오늘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날씨가 무척 덥습니다. 시원한 팥빙수가 그리운 계절입니다.


사표(師表) : 학식과 덕행이 높아 남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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