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내 침대에 묻어 있는 피를 발견했다.
다른 애들과 달리 까순이는 내 침대가 편하다고 내가 없는 동안 내 침대에서 공부를 하곤 했다. 그런 까순이가 내 침대에 피를 묻혔다. 생리 양이 많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생리하는지도 몰라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굵은 피 한 방울이 침대 커버에 진하게 묻어 있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까순이를 불렀다.
"까순아 너 이리 와 봐!"
"아니, 왜 또?"
"빨리 와!"
"아이참..."
투덜거리며 까순이는 내 방으로 왔다.
"야, 너의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했잖아!"
"!?"
"묻혔으면 빨아야지?"
"뭐?"
"저거!"
나는 침대 커버에 묻어 있는 피를 가리켰다.
"내가 안 했어!"
"야! 웃기지 마. 너밖에 없어!"
"아니! 애들이 할 수도 있잖아? 사인펜 일 수도 있어!"
"아니! 사인펜 아니야. 피야. 잔소리하지 말고 빨아!"
"아니 뭐 때문에 그러는데?"
시끄러운지 아내가 와서 물었다.
"저거 봐!"
"에이고, 그냥 모르게 처리하지, 애 창피하게... 아빠가 그런 것도 몰라... 쯔쯔쯔..."
아내는 그냥 조용히 처리하지 않고 이슈를 만든 나를 타박했다.
'조용히 넘어가야 했을까?'
'정말, 경솔했나?'
...
아니, 나는 내 행동이 경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말 잘 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
여자가 생리하는 것이 창피한 일인가?
아니면 수치스러운 일인가?
과거 남성우월주의에서는 생리하는 여자들을 비웃거나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했다.
뭐, 불과 몇 년 전에도 트럼프가 비슷한 발언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리는 대변이나 소변, 트림, 방귀 같은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 중 하나다.
그래서 여자 스스로도 생리하는 것을 억지로 숨기거나 몰래 해야 하는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자랑할 일도 분명 아니다.
다만, 그 뒤처리는 제대로 해야 한다. 깔끔하게. 티 안 나게.
그래야 남자들이 모른 척 넘어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까순이에게 뒤처리를 깔끔히 하라고 가족들 앞에서 창피를 준 것이다.
각자 생각은 다르겠지만...
나는 중학생 아이가 이불에 똥이나 오줌을 싸면
아이가 직접 손빨래를 해서 세탁기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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