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정확한 인간을 만든다.

밤새, 밤을 새우니, 날이 샜다.

by 양심냉장고

프랜시스 베이컨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독서는 완전한 인간을
토론은 부드러운 인간을
글쓰기는 정확한 인간을 만든다.


그런데, 위 말에서 다른 내용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글쓰기가 정확한 인간을 만든다'는 말은 얼른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 어원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


그동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어휘의 의미가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쓰는 말조차도 사람마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전에는 두루뭉술하게 넘긴 말도 사전을 더 찾아보고, 맞춤법도 더 신경 쓰게 된다. 글쓰기는 영구적으로 박제가 되는 행위이니, 이왕이면 더 정확한 표현과 함께 어휘의 의미를 한번 더 확인하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최근에 '밤새'라는 어휘의 의미를 찾으며 알게 되었다.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나는 '밤새'가 '밤을 새다'의 축약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밤새'는 '밤사이'의 준말이었다. '틈새'가 '틈사이'이고 '요새'가 '요사이'인 것처럼 말이다. 한편 '금새'는 또 잘못된 표현이란다. 원래 '금시(今時)에'의 준말이니 '금세'가 맞단다.


우리말은 참 어렵다.


그런데, 더 알아보니 '밤을 새다'는 잘못된 표현이란다. '밤이 새다' 또는 '밤새우다(밤을 새우다)'가 맞는 말이다. '새다'는 '밝아 오다.'이고 '새우다'는 '한숨도 자지 아니하고 밤을 지내다'라는 뜻이란다. 그러니 '밤이 새는 것'이고, '밤을 새우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날샜다'와 같이 관용적인 표현으로 쓰일 때도 있다.


'날샜다'와 같은 관용적 표현으로 '김샜다'와 같은 표현이 있기도 하다. '흥이 깨지거나 맥이 빠져 싱겁게 되다.'의 의미인데, 여기서 '새다'는 '기체, 액체 따위가 틈이나 구멍으로 조금씩 빠져나가거나 나오다.'라는 뜻으로 '날이 새다'의 '새다'와는 어원이 다르다. '날이 새다'의 '새다'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동쪽'이라는 의미에서 온 것이고, '김샜다'의 '새다'는 '틈새'라는 말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위에 쓴 내용도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좀 틀려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글을 쓰다 보면 왜 정확해져야 하는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 이런 말도 쓴 적이 있다.


글은 마음을 쓰는 일이다.
여간 마음 쓰이는 게 아니란 말이다.


글을 쓰려면 이처럼, 특히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면, 이처럼 지속적인 자기 검열을 해야만 한다. 마음을 쓰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고려하면서, 문제가 될만한 내용은 없는지 계속 따져야 한다.


그래서 베이컨은 글쓰기가 정확한 인간을 만든다고 말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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