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원으로 알아보는 '서울대'의 의미

by 양심냉장고

'서울'의 어원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글을 썼으니, 이제는 '서울'의 의미를 알아보기로 하자. '서울'의 본래 의미를 파악함으로써, 확대해석일 수 있지만, 서울대가 지향해야 할 의미와 방향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의 어원은'새+벌'에서 온 것으로 본다. 이건 이견이 별로 없다. '새벌'은 본래 신라의 수도 경주(동경)를 말하는 것이었다. 이 말이 한 나라의 수도라는 의미로 남아서 오늘날의 '서울'이라는 말로 쓰이는 것이다.


신라의 수도 경주(동경)는 '해가 떠올라 가장 먼저 비추는 동쪽 벌판'이었다. 토함산(吐含山)은 '해를 토해내는 산'이라는 의미이다. 이 토함산에서 떠오른 해가 가장 먼저 비추는 곳이 '서라벌'이고 '서벌'이고 '새벌'이라고도 불렸던 것이다.


나라 이름을 서라벌(徐羅伐) 또는 서벌(徐伐)【지금 경(京) 자의 뜻을 우리말로 서벌이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라 하고 더러는 사라(斯羅) 또는 사로(斯盧)라고도 하였다.

삼국유사, 제1 기이 신라 시조 혁거세왕


향가인 '처용가'를 번역한 양주동도 그래서 동경(東京)을 '새벌(서울)'로 해독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벌'은 어떤 어원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미 '새-'가 동쪽과 관련 있는 말임을 짐작할 수 있지만, 더 자세히 이해하려면 먼저 동서남북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동서남북'의 순우리말


제주도 방언에서 채록한 것으로 알려진 '동서남북'의 순우리말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제주도 방언은 오래된 우리말의 보물창고로 불린다. 이는 제주도가 갖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제주도는 과거에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려운 섬이자 유배지였다. 이는 언어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따라 들어간 말이 제주도에 정착하여 그 흔적들이 오래 남아 전해지는 것이다. '폭삭 속았수다'도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동쪽은 '새'이다. 서쪽은 '하늬(갈)'이다. 남쪽은 '마'라고 한다. 북쪽은 '높(된)'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이러한 말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중고등학교 지리시간에 배운 '높새바람'은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북동풍'이다. '마파람에 게눈 감춘다'는 속담도 있다. 그리고 서해안 어부들의 말속에는 여전히 '하늬바람'이 있다.



그런데 바람의 종류를 따로 정리한 자료도 있어 추가로 보여드린다. 특히 한자의 음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한 것이 색다르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나오는 것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새벌(서울)'은 동쪽 벌판, 해가 떠올라 가장 먼저 비추는 곳'과 같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권력이 집중되는 수도라는 의미를 갖기 전에, '서울'은 '갓 떠오른 해가 비추는 새로운 곳'이라는 의미가 강했던 것이다.


한편, '새다'라는 동사나 '새롭다'라는 형용사, 그리고 '높다'라는 말이 각각 '동쪽'과 '북쪽'을 나타내는 말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날이 새다'의 '새다'는 원래 해가 떠오르는 동쪽이라는 뜻을 가진 '새'와 어미 '-다'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동사일 것이다. 그리고 '새'에 '~롭다'가 붙으면 형용사가 된다. 그리고 '새'가 동쪽의 의미를 가짐은 '샛별', '새벽'과 같은 말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


또한, '높다'는 '높'에 '-다'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로 보아도 될 것이다. 원래 북쪽은 높고 신성한 곳으로 여겨져 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글에서 시작하여 '서울'의 어원까지 알아보았다.


최근 서울대는 권력과 부가 집중되는 지위권력의 상징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은 서울대를 가려고 난리다. 그래서 심각한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 병목현상이 모든 교육문제의 원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음을 말했다. 이는 서울대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재정지원을 통해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10개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었다.


이렇게 어원의 의미를 고려하면, 이제 서울이라는 공간이나 서울대는 '지위권력'을 만드는 한가운데 중심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의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빛이 온 세상에 두루 퍼지듯이, 이제는 '서울공화국'이라는 한 곳으로 집중된 부와 권력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곳곳으로 퍼져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본래 '서울'이라는 말의 의미가 갖는 진정한 가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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