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이론서
이번에 소개할 책은 '필립 바구스'와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 공저의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이다.
이 책은 사실,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오스트리아 국민학파의 경제 이론'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점을 분명하게 했다.
원칙대로라면 우리는 이 책에 '오스트리아 국민학파의 화폐이론 입문'이라는 제목을 붙여야 마땅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가 시간에 국민경제를 파고들고 싶어 할 사람은 없거나 극소수이기에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책에 담긴 정보를 당신에게 전달함으로써 앞으로 당신이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될 대부분의 주로-국민경제학자들보다 당신이 훨씬 뛰어나게 우리 시대의 문제점들, 특히 나쁜 화폐의 작용으로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책 P. 297)
나쁜 말로 하면 사기를 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속임수를 써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왜 점점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지,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이 많이 팔리게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는 소리로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책은 '루트비히 폰 미제스'에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에 이르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전통을 따라가며, 국가의 개입이 어떻게 화폐를 왜곡시키는지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화폐'와 '나쁜 화폐'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좋은 화폐는 자유 시장 안에서 현물과 같은 실질적 가치와 연결된 화폐이고, 나쁜 화폐는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무제한으로 찍어낼 수 있는 화폐라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제를 폐지한 이후,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은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통화량 확대를 습관처럼 사용했다. 그 결과 물가가 오르고 화폐의 구매력인 실질가치는 떨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단순히 물가 상승이 아니라 부의 재분배 메커니즘이라는 점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즉 새롭게 풀린 돈은 먼저 권력과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나중에 월급생활자나 연금 수급자에게 도달할 때쯤이면 이미 물가는 올라 있어 사실상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경고한다.
“당신이 월급생활자이거나 연금 수급자라면 패자의 쪽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롭게 만들어진 돈이 당신에게 도달할 무렵이면 그 돈을 제일 먼저 손에 넣은 사람들은 이미 그 돈을 쓴 상태다. 그들은 부동산을 구입하고 주식에도 투자했다. 이어서 당신의 차례가 돌아올 때쯤이면 당신이 기꺼이 구입하고도 남았을 토지의 가격은 이미 가격이 너무 오른 후다. 한마디로 당신이 몇 년 동안 저축해서 마련한 돈으로는 그 토지를 구입하기에 역부족이다.” (책 p.97)
“국가는 화폐제도와 통화량 확장, 그리고 부채 증가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더 가난하게, 부자들은 더 부유하게 만든다.” (책 p.178)
또한 지난 30년간 기술 발전과 세계화로 인해 물가가 하락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상승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결국 “엄청난 규모의 통화량 증대와 그 배후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재분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풀린 돈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일부 부자들만 더 부자로 만드는 양극화로 귀결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개입은 결국 거품을 만들고, 거품은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그 단적인 예였고,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화폐 시스템은 파괴의 싹을 가지고 있다. 지속적인 금리 인하와 강도를 더해가는 통화량 확장의 길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사람들은 결국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고 말 것이다. 이 길의 끝에는 화폐 시스템의 불가피한 붕괴가 기다리고 있다.” (책 p.146)
그리고 이러한 붕괴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가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경험한 것처럼, 돈 많은 부자들이 아니었다. 돈 많은 그들은 더 큰 부자가 되었다. 결국 국가의 개입은 빈부격차의 가속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빈부격차는 다시 국가의 개입을 더욱 정당화하는 도구가 된다.
“소득 하위계층은 시간이 흐를수록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줄어든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구매력이 명목상 임금상승을 통해 임금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정치인들과 노동조합, 그 밖의 다른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무대 위로 등장해 본인의 임금으로는 더 이상 생계를 꾸려갈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법적 최저임금을 요구한다.”
(책 p.244)
물론 국가의 개입 없이 자유시장만으로 모든 것이 더 잘된다는 말은 다소 이상화된 측면이 있다. 그리고 경제위기의 원인이나 빈부격차의 문제에 대한 원인은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지난 수십 년 동안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영향을 받은 신자유주의의 부작용도 이미 경험한 바 있는 상황에서 빈부격차와 양극화의 원인을 오로지 국가의 개입에서 찾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양극화 현상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부자들의 음모》와 함께 읽으면서 경제 구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이해하며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것은, 최근 금융의 흐름은 다시 한번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최근 디지털 화폐가 급성장하고 있고, 특히 미국은 국채를 판매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통과시켜 스테이블코인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경제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앞으로도 돈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달러는 무제한으로 더 풀릴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법안이 앞으로 세계 경제와 돈의 흐름을 어떻게 바꿀지 나는 아직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다. 그래서 조금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된 책들을 몇 개 주문하기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금융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시대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그러한 금융에 대한 지식이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거나 아니면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은폐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아는 것이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