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Nov 21. 2024

당신이 무심코 내던진 말은 당신의 본심인가?

우린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

이른바 셀럽이랍시고 연예인이라고 하는 이들의 이혼을 비롯해서 이제는 일반인들까지도 이혼사유로 너무도 당당하게 ‘성격차이’라는 글자에 멋지게 동그라미를 그린다.


맞다. 성격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데 어떻게 계속 살을 부비며 같은 침대에서 잠자리를 할 수 있겠는가? 이혼한 누군가의 말처럼, 이혼할 때가 되니까 이제는 상대방의 숨 쉬는 소리까지도 불편하고 역겨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이어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들어보면, 그것도 한쪽이 아닌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연 없는 집이 없고 사연 없는 커플이 없으며 이혼에 이르기까지 이유가 없으려야 없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연재 칼럼을 시작하면서 첫 글부터 내가 반드시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글은 바로 당신이 그렇게 맞지도 않은 상대방을 단순한 원나잇도 아니고 연애도 아니며 어찌 보면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결혼이라는 큰 결정을 어떤 이유로 내렸는가에 대한 초심(初心)에 대한 이야기이다.

맞지 않아도 너무 맞지 않는다는 그 차이.


생각해 보자.

이제 20대에 결혼하는 커플은 정말로 눈 씻고 찾아봐도 힘겨울 정도로 드물다. 최소한 서른은 넘어서 심지어 이제 40대가 넘어 결혼하는 것도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닌 경우가 되어버렸다.

상대방까지는 볼 것도 없다. 당신 자신부터 한번 생각해 보자.


30년이 넘도록 자신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구축하고 생각은 굳을 대로 굳어지고 사회생활을 했어도 근 10여 년을 한 성인이 또 다른 성인을 만나 감정적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공유하고 현실적으로 결혼이라는 생활을 ‘함께’ 영위하는 데 있어 딱 맞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했나?  


취미? 취향? 습관? 

사소하게는 집안정리는 어떻게 하는지 좋아하는 음식이나 영화, 음악은 무엇인가에서부터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잠자리 습관이나 집안 대소사를 처리하는 태도, 부모님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재산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이미 30여 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당신이 늘 당연하고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당신의 방식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30여 년을 넘게 살아온 또 다른 집안의 사람과 딱 맞을 거라고, 아니 어느 정도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확률적으로 기괴하기 그지없는 억지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라.

사랑할 때는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 결혼을 하고 생활이 되면서 연애할 때와는 전혀 달라졌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고 싶은가?

아니다. 그건 그저 육감적인 본능에 휘둘려 술에 떡이 되어서는 원나잇을 하고 나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를 때 내뱉어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그날 점심을 먹지 않아도 배부를 정도로 욕을 대차게 처먹을 정도의 궤변이 지나지 않는다.


설사 당신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당신을 차지하고 싶어 당신과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진 괴팍한 상대방에 결혼만을 목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감추고 당신의 취향에 모두 맞춰주고 맞는 것처럼 위장한 뒤 결혼을 하고 나서 자신의 정체를 커밍아웃했을지도 모른다는 헛소리를 또 내뱉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것 역시 아니다.

만약 그 궤변이 성립하려면 당신은 사람을 보는 눈이 거지 같으니 애초부터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 같은 것도 시작해서는 안될 지극히 지능과 눈치와 사회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질이일 뿐 임을 자임하는 결과를 내놓은 것뿐이다.


무엇보다 당신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렇게까지 사기행각에 가까운 결혼을 상대방에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어가며 할 필요가 있겠는가를 냉철하게 생각해 보라.


당신 역시 너무도 맘에 드는 상대를 만나 그와 결혼을 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평소 지저분하고 너저분한 당신의 취향을 감추고 상대가 원하는 나이스한 모습들만으로 연기하며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혼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아니, 솔직히 연애를 해본 사람들도 안다. 상대방의 유려한 외모? 아니면 어마어마한 상대방의 재력? 그러한 이유로 결혼을 목적으로 삼은 자들의 헛된 꿈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들이 증명해 준다.

당신과 너무도 맞는 사람과 살고 싶다고?

지금 당신과 사는 사람이 당신과 정말로 맞지 않는다고?

그 사람을 누가 선택했나?

아니, 왜 선택했나?

그 사람을 선택한 이유가 그 사람을 배척하는 이유가 되어버리는 이 아이러니의 주범이자 공범은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다.


비근한 예를 들어보자.

주말이면 집안에 있는 것이 지긋지긋하다 못해 밖에 나가지 않으면 일주일의 삶이 동맥경화로 터져버릴 것 같은 성향의 사람이 집돌이, 집순이를 만나서 결혼하는 경우가 드문가?

매일같이 자기 관리를 위해 식단조절을 하고 새벽마다 운동을 나가는 사람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늦잠 자기 일쑤인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가 보기 드문 경우던가?

‘사람은 바꿔 쓰지 못한다.’는 말과 ‘사랑하면 변화할 수 있다.’는 서로 배치되는 모순 명제가 아니다. 30여 년간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어느 한순간 바꾸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만큼이나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서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뀌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


뭐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냐고 시비를 걸고 싶은가?

아니, 당신이 헤어짐을 선택한 이유는 상대방이 당신과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당신 스스로가 인정하고 초심(初心)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헤어질 결심을 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과정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 첫 번째 과정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자기부정을 하는 뻔뻔한 소리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이유로 상대방이 싫어진 것을 굳이 상대방이 나와 맞지 않아도 너무 맞지 않는다는 허접한 핑계로 덮으려는 것은 그런 상대방을 인생의 반려자로 선택한 당신을 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로 그것이 당신이 깊이 숙고한 과정에서 튀어나온 것이라면 좀 더 냉철하게 생각을 정리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왜 상대방이 그렇게 나와 다른지, 그리고 상대방이 다른 것에 대해서 내가 다른 것이 상대방에게도 그렇게 불편하고 역겨운 것은 아닌지, 내 마음이 좋을 때는 그 모든 것들이 좋은 이유들이었는데 다른 이유로 내가 마음을 바꿔먹고 공기가 차가워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것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30여 년을 넘게 당신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상대방이 당신과 다른 것은 너무너무너무 당연한 일이란 말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당신이 똑같이 느껴질 것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생각해 보면, 게다가 당신이 그것을 철 모를 때 속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문제의 핵심은 ‘성격차이’이거나 서로 안 맞아도 너무 안 맞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단 말이다.

그리고 다음 편에서 좀 더 심도 있게 다루긴 하겠지만, 무엇보다 당신의 그 허술하고 허접한 논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로 내뱉는 실수를 하지 마라.


당신은 당신의 감정이 이미 식어버렸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가차 없이 ‘우리는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다.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맞는 게 하나도 없었어.’라는 칼과 창을, 당신을 보기만 해도 콩닥거리던 그 상대방의 심장에 수도 없이 처박아버리고 마는 것이다.


내가 상담했던 1500여 커플, 3천여 명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보더라도 결국 그렇게 감정에 휘둘려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 언행을 벌인 자는 상대방을 상처 입히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인생을 똑같이 망쳐버리고 말더라.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금도(禁道)’라는 것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신은 상대방과 맞지 않아 헤어짐을 결심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은 원래부터 당신과 맞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와 잘 맞네 안 맞네 하는 것은 결국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그것을 늘 바뀐다.   


그것이 한번 미숙함으로 이혼한 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열차 갈아타듯 계속 이혼을 이어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4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