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 때를 아는 것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378
사랑은 의지의 실천이다.
즉 하고자 하는 의도와 행동, 두 가지 모두를 같이 묶은 것이 사랑이다. -M.스코트 팩-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습니다.
그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설령 쓸쓸해 보이고 힘겨워 보일지라도, 혹은, 그 아름다움에 눈물이 흘러 당신의 가슴을 아리게 할지라도 말입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고 그 사람을 아끼고 싶고 서로 아껴주는 것은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시겠지만, 사랑이라는 것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사랑이 아름다운 모습만 가지고 있었다면 사람들은 사랑을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하지도, 추억하지도, 슬프다 말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듯 사랑은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라고 기억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랑을 어떻게 자신의 눈에 보기 좋고 자신에게 편한 것에서만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건 너무도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엄밀히 사랑은 아닌 것입니다. 자기 아집과 집착에서 비롯된 사랑은 결코 사랑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했다는 사람은 많아도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적은 것입니다.
한 여배우의 극적인 사랑으로 유명해진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을 언어자체의 뜻만으로 해석하려 든다면 비논리적이라며 무시해 버릴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이란, 마치 모든 사랑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아주 절실한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파오고 아무런 병도 없는데 심장의 안에 숨어 있는 어떤 것이 마음을 송두리째 때리고 뒤흔드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사랑을 한다는 것이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하는 이들은 사랑을 하기 위해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이 아닙니다.
서로 아끼고 서로에게 좋은 것만을 해주고 싶고 서로에게 계속해서 기억되고 싶고 늘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가 아프고, 상처받고, 좌절하고 쓰러져 있을 때도 그런 당신의 사랑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가를 당신 자신에게 자문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고 실력도 없고 얼굴도 자세히 보니 잘 생기지도 않고, 성격도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아서 그 순간 꺼리고 만나기가 왠지 망설여진다면 당신의 마음은 어느 순간 사랑이라는 것에 회의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가슴 설레는 얼굴로 당신의 친구에게 신나게 떠들었던 사랑이라는 말을 거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모독이기에 앞서 당신이라는 인간에 있어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일 것입니다. 왜 이런 엉뚱한 주장을 하느냐고 반문하시지는 말아 주십시오. 당신은 사랑이라는 단어는 물론이고 당신에 대한 이미지와 당신의 상대였던 사람까지 욕되게 하는 짓을 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신세대에게서는 그런 사랑에 대한 존중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인스턴트 음식이 발달하고 모든 것이 빨라야 살아남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시대에는 어쩌면 아주 적절한 시대적응인 것 같아 보입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사람의 감정이 시대를 타고 변질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도 대답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사랑이라는 것은 물질적이고 육감적이며 가시적인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입니다. 일회용 사랑이고 인스턴트 사랑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어느 누구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서로의 합의하에 즐기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점차 인간이 짐승과 변별되는 능력과 차이를 스스로 지워버리는 행위일 것입니다. 사랑을 하기 때문에 인간은 짐승과 구별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랑을 하기 때문에 짐승과 구별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이라는 것을 인간들이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그들에게는 너무도 중요합니다. 요즘 신세대라고 모두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소망입니다.
별로 오래되지 않은 옛날.
사랑과 아픔이 살았습니다.
아픔과 사랑은 서로 만나자마자 서로가 자신이 꿈에 그리던 상대라는 것을 알고서 항상 같이 다니고, 항상 서로를 생각해 주고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픔의 몸이 안 좋아지고 점차 상태가 악화되어 모습이 시든 꽃처럼 일그러져가고, 몸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그런 아픔을 꾸준히 간호하고 그에게 도움이 되고 용기가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아픔의 외모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픔은 누구보다 사랑의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픔은 자신 때문에 슬퍼하는 사랑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자신의 몸이 아프고 모습이 추해지는 것보다도 더 슬펐습니다. 그렇게 슬퍼하던 아픔은 자신이 곧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신이 사랑의 곁에 있음으로써 그런 슬픔이 생겨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픔은 사랑에게 편지만을 남기고 사랑의 곁을 떠나갔습니다.
사랑은 아픔이 떠나간 자리에서 태어난 그리움을 안고 그 자리에서 아픔을 기다렸습니다.
사랑에게는 아픔에 대한 그리움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픔은 사랑을 떠나면서야 절실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지만 사라져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이 생겨나는 추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사라져 가면서도 아픔은 결코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남겨진 추억 덕분이었습니다.
사랑은 아픔을 동반하지만, 그 아픔이 물리적이거나 가시적인 것이어서 그것을 떨쳐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는 만들지 않습니다.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그가 때를 알고 있기 때문에 결코 후회라는 감정을 남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이의 뒷모습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그런 때가 왔을 때,
결코 주저하지 않을 수 있으려면 당신은 용기가 대단한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