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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Nov 05. 2021

하나후다(花札)와 화투(花鬪) - 7월

싸리에 멧돼지 - 萩に猪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427


하나후다(花札)의 7월을 대표하는 그림은 싸리(はぎ)는 가을초(秋意七草)로, 가을을 나타내는 고전 시가의 대표적인 계절어(季語)이다 <만엽집(萬葉集)> 4516수와 <팔대집(八代集)> 9502수중에 244수나 등장할 정도로 빈도수가 높아, 후세에 지어진 와카(和歌;일본 고유 형식의 시)와 하이쿠(俳句;일본의 5·7·5의 3구 17음으로 되는 단형시)에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어 일본 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볍게 볼 수 없는 화류(花類)라 하겠다.

싸리가 본래 초록색인 것을 감안하여 실제 하나후다(花札)에서는 검은색과 붉은색이 있다고 하여 싸리(萩;はぎ) 대신에 붉은 팥(赤豆;あかまめ)을 사용하는 부르는 경우도 있다.

싸리는 가을에 나는 식물이고(앞서 설명한 바와 마찬가지로 음력 7월이면 입추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 7월을 가을의 시작으로 본다), 콩과의 식물로 일본 문학에서 가을을 대표하는 화류(花類)에 해당한다. 게다가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란다는 성질이 덕분에 일본의 산에 가면 자주 볼 수 있어, 일본인이 친근하게 느끼는 꽃으로 사랑받아 왔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사기(邪気; 나쁜 기운)를 없애고 귀신을 쫓는 식물로도 여겨지고, 싸리나무줄기를 사용하여 젓가락을 만들어 궁중 행사의 음력 정월 대보름(十五の節句) 등에도 사용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성장기의 싸리의 가지는 보들보들하지만, 마른 상태가 되면 딱딱하게 되고 젓가락으로도 충분한 강도가 되기 때문에 앞서 4월에 언급했던 것처럼 싸리빗자루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7월을 대표하는 동물로 등장한 멧돼지는 옛 일본에서 싸리 위에 누운 멧돼지의 모습(臥猪の床/伏猪の床)이라고 표현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여기에 멧돼지가 나오는 이유는 근대 일본에서 성행했던 멧돼지 사냥철이 7월이었기 때문이다. 멧돼지 사냥은 종족보존을 위해 주로 수컷에만 국한돼 있었다.

실제로 일본의 자연에서는 싸리가 자주 산에 있는 식물이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던 특성상 일본의 화가들의 세계와 와카의 세계에서는 하나의 패턴으로서 짝을 지어지게 되었다. 실제로 다 자란 싸리나무는 잎이 부드럽기 때문에 멧돼지가 잘 때 싸리나무를 깔고 자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확실히, 하나후다 그림 속의 멧돼지는 싸리 속에 웅크리고 몸을 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편, 멧돼지는 마리지천(摩利支天; 무가에서 숭배하는 싸움의 신)이 말을 대신하여 타고서 싸우는 용도로 사용하여 언제나 승리했다는 전설에 의거하여 마리지천과 마찬가지로 소중히 여기는 민간신앙이 있었다고 한다.

 

전국 시대, 모리 모토나리(毛利元就)와 야마모토 간스케(山本勘助)도 이 민간신앙으로 믿었다는 기록이 있다. 구스노키 마사시게(楠木正成;가마쿠라 시대의 무장)와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는 마리지천의 초상을 자신의 투구 안에 넣고서 출진한 것으로 유명할 정도이다.

머리가 일곱인 멧돼지를 타고 다녔다는 전설을 그린 그림

굳이 말도 아니고 신처럼 구름도 아닌, 멧돼지를 타고 다녔다는 전설은, 멧돼지가 갖는 ‘저돌적으로 맹진하는 모습을 따서, 한 가지 일에 몰두하고 맹렬한 기세로 돌진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서 전쟁은 물론이고 기세를 중시하는 직업이나 도박 등에도 재수 좋은 동물로서 귀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또 멧돼지가 다산(多産)을 하기 때문에 자손이 번영하는 의미를 가져 좋은 운수를 끌고 다니는 동물 이미지로 사용되어 오고 있다.

앞서 4월을 설명하면서 보았지만, 7월에 등장한 이것이 진짜 싸리이나, 한국에서는 4월이 흑싸리라고 바뀌어 불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구분을 위해 ‘홍싸리’ 또는 ‘칠(7)싸리’라는 국적 모를 이름으로 불린다. 동물로 등장하는 멧돼지는, 바로 앞에서 설명했던 나비와 함께 일본의 문화에서 대표되는 ‘이노(멧돼지), 시카(사슴), 쵸(나비)’중 하나이다.

이노시카쵸. 한국의 화투에선 의미없지만 하나후다에서는 무조건 5~6점 한국의 고도리에 해당한다.

12 간지를 이야기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돼지띠의 돼지가 당연히 그냥 돼지이지만, 일본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 등장하는 ‘멧돼지’를 돼지띠에 나오는 돼지라고 본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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