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Nov 06. 2021

하나후다(花札)와 화투(花鬪) - 8월

참억새에 달 - 芒に月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431


 

8월의 하나후다(花札)에서 대표하는 보름달, 기러기 3마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한국의 화투(花鬪)에서 ‘산(山)’이라고 인식되었던 것은 8월의 화류(花類)인 산억새가 가득 핀 억새밭이다.

현대 하나후다에서 검은색으로 인쇄되었지만 억새는 확실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원래는 엄청나게 많은 억새가 뒤덮인 들판이다. 억새 군락 위를 날아가는 세 마리의 새는 기러기이다. 앞서 설명했던 4도 인쇄를 하면서 한국 화투에서는 녹색이고 흑색이고 모두 흑판으로 내놓는 바람에 억새 무늬가 없어져 억새로 표현되었던 초록색이 검은색으로 모두 뒤덮여버리면서 산처럼 보인 것이다. 음력 8월에는 팔월 한가위가 있어 일본에서 ‘오츠키미(달구경)’의 계절인 동시에 철새인 기러기가 대이동을 시작하는 시기임을 알려주는 완연한 늦가을의 상징인 셈이다.

한가위라는 것은 한중일 동양 농경사회에서는 가장 바쁜 추수철을 의미한다. 그래서였을까? 한가롭게 시를 쓰고 낭송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지 8월에도 관련 시구는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그림 속의 보름달은 음력 8월 15일 한가위를 표현한 것이다. 중국과 한국이 추석이라고 하여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명절임에 비해, 일본에서는 그다지 큰 명절로 치지 않는다. 그저 달구경을 하는 ‘오츠키미(月見子)’라는 연례행사 정도로 그친다.

유럽의 억새종, 그라스 모닝 라이트

참억새라는 식물은 가을의 일곱 가지 화초 중 하나로도 유명하고, 주렁주렁한 이삭이 은빛으로 빛나며, 바람에 술렁술렁 흔들이는 풍경이 정말로 운치가 있는 소재이다. 참억새는 앞서 7월에 나왔던 싸리와 함께 일본문화에서 일컫는 가을을 의미하는 계절어에 해당한다. 억새를 의미하는 스스키(すすき)와 달을 의미하는 츠키(つき)는 말음(末音)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 들어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억새는 한 개만이라면 수수하고 그냥 마른풀 같지만, 군생(群生)하는 고원 등에서 온통 억새가 무성하여 바람이 불면 그것에 맞게 흐르는 강처럼, 또는 땅을 기어가는 동물처럼 변화무쌍한 모습은 달빛 아래 사무라이들의 결투 장면에 클리쉐처럼 쓰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만 이렇게 부르는 애니<바람의 검심> 타이틀

현대 일본에서는 고원 이외에도 근처의 고수부지나 학교 주변 등, 생활 속에서 조용히 생육하고 있는 서민적 식물 되시겠다.

 

옛날부터 일본에서는, 억새풀과 사초(莎草) 등의 볏과 식물을 총칭해서 ‘카야(萱かや)’라고 부르며 집의 지붕 자재로서 일반적으로 어느 집에서나 사용하여 왔다. 한국에서 초가집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일본의 초가집

벼나 보리는, 같은 볏과 곡물이지만 수분을 흡수하는 것에 비해, 억새나 사초는 적당한 유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발수 효과가 높고 빗물이나 적설 시에도 침수하지 않고, 또한 높은 보온성으로부터 겨울철 실내의 온기를 유지하며, 여름철에는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농경생활을 하며 집을 지을 재료를 찾던 일본인들에게는 아주 적합한 재료였다고 한다. 또, 가축의 사료로도 유용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민들의 농경생활에 밀접한 화류였던 셈이다.

대구 팔공산

한국의 대구지역에서는 8월이라는 이름과 지역의 산 이름이 동일한 탓에 그것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팔공산(八空山)’이라고 불렀었는데, 경상도 노름판에서 전성되었던 것이 대구를 가보지도 못한 이들마저 8월의 화투를 팔공산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8월 광은 가장 높은 패인 광이면서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도안 덕분인지, 화투의 대표 이미지가 되어 상징처럼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화투를 나타내는 이모지가 8광 형태로 되어있다든가. 제조사가 플레잉 카드의 스페이드 에이스에 상표를 넣는 것처럼 8광의 달에 상표를 그려 넣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또 한 가지, 8월의 하나후다(花札)에 그려진 모델이 되었다고 하는 산이 실존한다는 것. 교토의 금각사 북쪽에 ‘五山の送り火’이라고 하는 오산(五山) 중 하나인 다이몬지산(大文字山)이 있는데, 이 중 북쪽에 타카카미네(鷹峰), 와시카미네(鷲峰), 텐카미네(天峰)의 3개 봉우리가 있고 이 봉우리들을 타카카미네산샨(鷹峰三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일반적인 일월도

에도(江戸) 시대의 임파(琳派)의 화가가 이 산을 그려 ‘일월 산수도(日月山水圖)’라고 하였는데 그것의 영향을 받아 그렸다고 하는 설이 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439


이전 10화 하나후다(花札)와 화투(花鬪) - 7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