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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Nov 07. 2021

하나후다(花札)와 화투(花鬪) - 9월

국화에 술잔 - 菊に盃(さかずき)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435


한국의 화투에서 노름꾼들이 복주머니라고 부르는 빨간색 덩어리의 정체는 사실 술잔이다.

이는 9세기 경인 헤이안 시대부터 유래된 ‘9월 9일에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꽃을 덮은 비단옷으로 몸을 씻으면 무병장수를 한다’는 일본의 전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목숨 수(壽)’자가 술잔에 적혀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국화는 일본의 왕가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이를 감안하면 일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흐르는 물에다 술잔을 띄워놓고 국화주를 마시면서 자신들의 권세와 부귀가 영원하기를 기원했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도 보인다. 특히 일본은 근세 에도시대부터 국화 재배가 성하여 일본은 현재 세계적인 국화 재배국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본 왕가의 문양이 국화인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일본 황실의 문양, 국화

술잔인 ‘盃(さかずき)’와 국화의 ‘菊(きく)’가 말운과 두운이 연속성을 갖는다.

 

하나후다(花札)의 놀이 중 하나인 ‘코이코이’에서는 규칙에 따라 삼광+9월 열 끗(하나 미자케 ;花見酒) 혹은 팔광+9월 열 끗(츠키 미자키 ; 月見酒)으로 게임을 끝낼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규칙이 적용될 경우 무조건 먹어야 되는 패에 해당한다.

 

그런데 왜 국화에 술잔일까?

앞서 잠시 언급했던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年 ~ 1185年)부터 일본에는 다섯 명절이라는 풍습이 생겼다. 물론 이것은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생긴 것으로 일본의 자생적인 문화는 아니다. 다섯 명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의 중양절 광고 포스터

1월 7일 인일(人日;じんじつ) の節句 

3월3일 삼짇날(上巳;じょうし) の節句 

5월5일 단오(端午;たんご) の節句

7월7일 칠석(七夕;しちせき) の節句 

9월9일 중양(重陽;ちょうよう)の節句 

 

뒤에 일본어로 붙어 있는 ‘절(節)’이 갖는 의미는, 중국 당나라 때, 역법(暦法)으로 정한 환절기를 뜻한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홀수를 길한 숫자로 여겨 왔다.


그중에서도 홀수에서 가장 큰 숫자의 9가 겹친, 9월 9일을 ‘중양(重陽)’이라고 이름 짓고 명절로 지내왔다.

그런데, 홀수 날(양)이 겹쳐서 짝수 날(음)이 되는 날, 예를 들면 9월 9일은 9 홀수 + 9 홀수 = 18짝수로 짝수날은 음의 날이 된다. 본래, 음의 날은 재수가 없는 날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피사(避邪 : 마귀를 쫓는 일)의 행사가 열리는 것이 유래하게 된 것이다. 피사의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당 계절의 제철에 나오는 꽃이나 열매로부터 생명력을 받아 그 사기(邪気 : 나쁜 기운)를 없애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이 명절의 의미이다.

한국의 중양절 설명

본래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국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명절로 인식되지 않는 반면,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도 그 전통이 남아 있는 편이다.

 

이 중국의 역법과 일본의 농경을 하는 사람들의 풍습이 합쳐져, 정해진 날에 궁중에서 사기를 없애는 연회가 개최되게 되고 일본에서는 현재까지도 ‘'세츠구(節句; 명절)’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이 중양절(重陽節)의 9월 9일의 딴 별칭 중에서 ‘국화의 명절(菊の節句)’이라는 것이 있다.

실제로는 음력에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양력으로는 9월 말~10월경에 행해졌다. 현재 일본의 황실(皇室)에서는 아직도 이 전통을 살려, 아카사카 쿄엔(赤坂御苑)에서 ‘국화를 구경하는 모임(菊を観る会; 菊花壇展)’이라는 행사를 연다. 참고로 아베가 봄마다 모임을 주최하여 지원하며 검은 돈을 썼다는 ‘벚꽃을 구경하는 모임’은 이 모임의 이름을 딴 것이다.

국화는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약효가 있는 꽃으로 귀중하게 여기고, 헤이안 시대에 중국에서 일본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화의 꽃잎에 쌓인 아침 이슬을 먹어 불로불사(不老不死)가 되었다는 중국 왕의 전설이 일본에서는 사실처럼 전해지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보더라도, 국화꽃의 진액에는 세포의 항산화 작용, 해독 작용 기능이 있는 물질 글루타티온(Glutathion)의 재생을 높이는 유효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옛날부터 섭취를 한 것이 그저 전승과 의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슬 머금은 국화

헤이안 시대에 중국에서 일본에 건너오게 된 국화는, 중국문화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 이렇게 음력 9월의 대표 상징 화류(花類)가 되었고, ‘불로장수의 약효 = 재수 좋은 꽃 = 국화꽃을 술에 담가 마신다 = 불로장생과 액을 물리친다’는 공식이 성립되어 자연스럽게 그 연회장의 ‘국화에 술잔’이라고 그림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중양절이 있었고, 실제로 국화전을 부쳐먹는 풍습도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추억하는 사람조차 없는 정체불명의 명절로 사라져 버린 상태이다. 한국에서 국화의 이미지는 인고(忍苦)와 사색(思索)을 의미하는 꽃으로, 일본의 하나후다(花札)에서 상징되는 무병장수와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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