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반디는 잘 살고 있나요?

by 볕뉘

반딧불이 모니터링은 세 군데서 이루어진다.

지난번에 갔던 곳과는 다른 곳을 선택.

더 한적하고 깊은 시골길이다.

드문 드문 집이 있고, 작년 내린 비에 매몰된 곳을 보완하는 하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가 진행 중이니 반딧불이도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주에는 겨우 두 마리를 발견할 정도로 귀한 반디들.

오늘은 반디 불빛을 잘 볼 수 있을지.


반디 모니터링을 담당해 주시는 선생님은 자연을 지키는 일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분이다. 마을의 생태 환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열심히 설명하시다 논농사를 하는 할아버지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씀을 주신다. 이 분이 농약을 쳐 쉽게 벼농사를 지었다면 반디는 아주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고. 손길이 더 많이 가고 생산량도 적지만 농약을 쓰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논농사를 지어 달팽이와 우렁이 많이 살고 있다. 우렁이와 달팽이가 많으니 반디가 오고 자연스레 반디의 서식지가 되었다는 말씀을 전해주신다.


이번 주 반디가 많이 나오는 시기여서 오늘 반디 불빛을 볼 수 있을 거라 했는데, 아뿔싸~ 할아버지께서 논두렁 풀을 깨끗하게 제거하셨다. 길을 다니기에는 좋은 일이나 풀이 없으니 반디가 쉴 곳이 없다. 이런 낭패가 있나 아쉬워하시는 선생님을 따라 걷는데 다행히 반디 불빛 하나, 반디 불빛 둘... 지루하지 않을 만큼 생존 신고를 하는 기특한 반디들.


선생님은 반디는 습성이 참 재미있다고 설명해 주신다. 인적이 많은 곳을 싫어 하지만 인적이 아주 없는 곳에도 반디는 살지 않는다는 것. 달팽이와 우렁이 등 먹거리가 있는 곳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곳이니 반디의 서식지는 사람과 가깝고도 먼 거리를 유지해야 하나보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일도 재미있다.

논을 지나 숲길을 조금 오르다 잠시 반디 관찰한 후 뒤돌아선다. 길이 좁고 험해서 아이들이 가기엔 위험하다. 멧돼지가 내려오기도 하고, 밤길 아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어 완만한 길에서 반디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생각보다 반디의 빛들이 보인다. 애반디라고 했다. 운문산 반디보다 빛들이 더 작고 높이 날아가지 않는다.

근처에는 환경을 아끼는 사람들이 반디가 와서 잘 번식할 수 있도록 서식지를 조성해 놓았다. 반디들이 좋아하는 큰 웅덩이에 반디가 좋아하는 먹거리, 그리고 쉴 수 있고 숨을 수 있는 풀 등을 잘 조성해 놓았지만 웬일인지 반디가 살지 않는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환경이 아니라 그런가? 그런 것을 알만큼 예민한 것인지, 오가는 사람들이 있어 반디가 멀어지는지 알 수가 없어 어른들은 아쉬움이 많다.


내려가는 길, 논농사를 짓는 할아버지가 뱀에 물린 이야기를 들으며 작은 물길을 지나고 있었다.

아이가 뱀을 발견했다. “여기 뱀이 있어요~”

선생님 “이 뱀은 살모사야.”

모두들 긴장은 했지만 신기하다.

검은색의 작은 독뱀이다. 가운데 불룩하게 뭔가가 있다. 개구리를 먹었나 보다.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커진다. 대부분 뱀을 보고 징그러워 소름 돋아하는데 한 친구는 매우 즐거워한다. 사진을 찍고 선생님과 뱀의 생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곤충을 아주 좋아하는 친구다.


그 친구는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수업 시간을 지루해하기도 하는데 반디 모니터링을 할 때는 목소리 톤도 높아지고 선생님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다. 선생님은 그 친구의 질문과 이야기가 반가워 다양한 곤충 이야기를 곁들이곤 한다. 눈에 보이는 곤충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기도 한다. 그러면 그 친구는 곤충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묻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기도 한다. 나도 자연스레 그 친구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다. 새를 좋아해서 5살 때부터 새를 관찰하고 공부했다고 한다. 새와 관련된 진로를 선택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의 목소리엔 즐거움이 넘쳐났다. 교실에서의 아이와 어두운 밤 반디 모니터링을 하는 아이의 간극이 크다. 새로운 발견이다. 반디 모니터링이 아니었으면 누구보다 빛나는 아이의 모습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교실에서는 볼 수 없는, 볼 기회가 없는 모습이 이렇게 밖에서 찾을 때가 있다. 그때 아이는 스스로 빛난다. 그 아이와 대화하면서 나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즐거워졌다.


10시 30분. 하늘의 달도 별도 그만큼 깊어진 밤

반디 모니터링이 끝이 났다.

우리 마을 반디,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도 소중하지만 그 경험으로 아이들은 부모님과 세상을 넓게 보고 자신의 삶을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간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어른들이 있어 아이들은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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