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모니터링 하러 가는 길..
8시 35분 도착
시골의 밤은 유난히 깜깜하고 적막하다.
다리 옆에 차를 세우고 밖을 나서니 시원한 공기가 훅 밀려온다.
어! 추운데?
개구리울음소리가 요란스레 들리고 밤하늘의 별은 총총하게 떠있다.
시골이구나~~~
너무 일찍 왔다.
얇게 입고 와서 춥기도 하고 인근에 휴게소가 있어 대추꿀차를 한잔 사들고 서늘하지만 상쾌한 공기에 오랜만의 꿀차는 나름 좋은 선택이다.
한 가족씩 도착해서 다섯 가족이 함께 한다.
형제와 엄마 3명, 두 집의 모녀 4명 , 부자 2명, 우리 부부
이렇게 11명이 어두운 곳에서 만나 길을 나선다.
개체수 모니터링 용지와 반딧불이 보관통에 온도와 습도계까지 챙겨 온 모니터링단. 지난해 참가한 아이들은 이미 익숙한가 보다.
우리 부부와 1학년 친구만 처음이어서 신기해한다.
지난해도 모니터링을 하면서 준비할 것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들은 신나서 앞장을 선다.
아~ 저기 한 마리 있다.
반가운 소리에 안경 쓴 눈으로 열심히 쳐다보지만 잘 모르겠다.
초보자의 눈에 반딧불이는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저기 또 한 마리!
세 번째 반딧불이를 만나고서야 내 눈에도 반짝이는 빛이 보인다.
폰으로 찍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영상은 어떨까? 자세히 보면 순간순간 반짝이는 빛들이 보인다.
예전 우리 어렸을 때에 반짝이던 반딧불이는 신기한 대상이 아니었다.
이리저리 반짝이며 유영하던 그 반딧불이는 귀한 존재들이 되었다.
깨끗한 환경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그 개체수가 감소되어 반딧불이의 보존을 위한 관심이 많아졌다.
마을에서 반딧불이의 개체수를 보호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반딧불이 모니터링이다.
깊은 밤에만 확인이 가능해 아이들이 함께 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지역 환경에 관심을 갖는 의미 있는 일이기에 부모님이 함께 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모니터링 신청자를 받는다.
하고 싶은 아이들도 있으나 늦은 밤에 산길을 가야 할 일이니 아이들만으로는 위험한 일이어서 신청을 받아줄 수 없었다.
깜깜한 밤에 시원한 바람은 아이들의 발걸음을 신비롭게 하나보다.
반딧불이를 찾아 나선 아이들의 재잘대는 목소리엔 설렘이 묻어난다.
일행 중 막내인 1학년 친구는 평소의 개구쟁이 모습은 사라지고 엄마 곁에서 애정 어린 말을 건넨다.
호기심이 강하고 똘똘한 친구는 나보다 반딧불이의 특징과 모습을 더 잘 알아낸다.
지난번 사전교육 시간에 들었던 암수의 특징을 기억해 낸다.
기특한 친구일세~~
몇 년 전에는 반딧불이의 개체수가 많았었는데 지난해엔 많이 감소했다고 아쉬워한다.
세 곳을 모니터링 중인데 올해 한 곳에서는 반딧불이 빛을 찾을 수 없어 걱정이 많은 어른들이다. 하천 재개발에 사업장이 들어서고, 풍경 좋은 곳에 펜션과 주택이 들어서면서 반디가 마음 편하게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간다.
사람 발길이 드문 곳으로 들어서니 반딧불이 빛들이 조금씩 많아진다.
‘여기 세 마리!’
‘여기 더 많아요. 다섯 마리요’
낮지만 들뜬 아이들의 목소리.
유충을 발견한다.
반딧불이 성충은 빛을 깜박깜박거리는데 유충은 항상 빛이 난다고 한다.
조심스레 잡아서 관찰해 본다.
유충을 처음 보는 우리와 1학년 친구들은 무척 신기해한다.
반딧불이를 채집하여 관찰해 본다.
생각보다 아주 작다.
길이 1cm에 몸통의 넓이는 2mm 정도?
불빛을 환하게 내서 손가락 한마디 크기는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주 작다.
관찰하는 반딧불이는 대부분 수컷이다.
암컷은 속 날개가 없어 날아다니지 않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드디어 암컷 발견
몸통이 좀 더 통통하고 발광하는 부분이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아직 내 눈에는 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관찰을 하고 난 후 조심스레 다시 숲으로 놓아준다.
하천변을 걸으며 아이들은 장난을 치다가 재잘댄다.
피곤할 만도 한데 발걸음도 가볍고 즐겁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도 그만큼 소중한 길이다.
중간쯤에 반딧불이 빛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천변을 정돈한 후에 반딧불이 개체수가 감소했단다.
그대로 놓아두면 가장 좋을 것을.
우리가 관찰하는 반딧불이는 운문산반딧불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반딧불이의 빛들이 많아진다.
10시 40분
숲 속에 반딧불이 빛들이 반짝반짝 보석 같은 수를 놓는다.
아~ 예쁘구나
내 폰으로는 그 모습을 잡을 수가 없다.
옆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까만색의 폰을 보던 막내의 한마디
"역시 사람의 눈만큼 잘 보이는 것은 없어요. 별빛도 눈에 보이고 반딧불이 빛도 눈에는 이렇게 보이는데 폰으로는 볼 수가 없네요~“
참 이 아이의 재기 발랄함에 시선이 머문다.
형에게는 그렇게 장난꾸러기인데 순간순간 이 아이의 표현에는 나를 놀라게 하는 지점이 있다.
그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아야겠다.
형이 진중함과 꾸준한 일꾼이라면 이 아이는 번뜩이는 순발력이 있다.
다음 주에는 더 많은 반딧불이가 숲 속을 빛낼 거라고 말한다.
개체수를 확인하고 반딧불이가 좋아하는 조건을 알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오늘 발견한 반딧불이 개체수는 110마리
육안으로 보이는 개체수이다.
이렇게 모니터링한 결과는 지역에서 발표를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반딧불이 모니터링 활동 결과를 발표를 한다.
세 곳에서 했으니 세 팀이 각자 활동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다.
참 뜻깊은 일이다.
마을의 이러한 활동이 소중하고
아이들의 부모와 함께 하는 활동이 참 의미 깊다.
한때 반딧불이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반짝반짝 환하게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소문이 퍼져 사진 찍는 사람들이 플래시빛을 쏘아대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반딧불이는 서서히 사라져 갔다.
조용하던 곳에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반디의 서식지가 파괴되기도 하면서 반디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만큼 마을 환경이 훼손되어 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마을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반딧불이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마을 생태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반딧불이 모니터링’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의미가 깊어지고 있다.
이렇게 마을을 아끼는 어른들이 있어 아이들이 행복하구나.
다시 한번 생각한 날.
반딧불이 모니터링 장소는 비밀이다.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
반딧불이가 많다고 하면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질 것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질수록 반딧불이가 사라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일, 참 어렵다.
그 고민을 담아 가야 할 길을 찾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
가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