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손주는 2021년에 시작한 마을살이 봉사활동이다. 봉사활동 시간이 내신 점수에 반영이 되면서 학교교육과정 안에 봉사활동을 운영하였다. 대부분의 학교가 10시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의미 있게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 봉사활동 소양교육, 캠페인 활동, 학교환경 정화활동 등이 있고 대체적으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기 쉬웠다. 그러다 보니 학교는 고민이 많았다. 봉사의 의미와 가치를 살리는 활동을 운영할 여건은 되지 않고, 시간 확보를 위한 교육이 아니었다.
마을도 고민이 있었다. 마을의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나눔 활동이 오랫동안 운영되었다. 마을 교회의 오병이어 활동이었다. 매주 토요일 마을 사람들의 후원을 받아 자원봉사자들이 반찬을 만들고 뜻을 함께 하는 마을 활동가들이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 댁에 반찬을 배달했다. 어르신 반찬 배달을 지속하고는 있으나 반찬을 만들고 배달하는 일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자원봉사자들도 나이가 들어가고 소수의 마을활동가들만으로는 지쳐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어르신 반찬배달이 그저 반찬을 전하는 것으로 끝나는 듯한 아쉬움이 있었다.
지속가능한 어르신 돌봄을 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할 때였다.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함께 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에게 일상의 활기를 드릴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학교와 마을이 만났다. 학교는 마을에서 아이들이 마을 구성원으로서 가치 있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고 마을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마련해 주길 요청했다. 마을은 학생들이 어르신들을 만나 도시락을 드린다면 어르신들에게도 밝은 에너지를 전할 수 있고 마을 활동가들이 배달하던 반찬을 아이들이 배달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터였다.
학교와 마을이 서로의 필요와 가치를 함께 하며 운영한 활동이 마을살이 봉사활동인 “동네손주 왔어요”였다. 실무팀들이 모였다. 교장선생님과 나, 교회 목사님, 마을 함께 돌봄 담당자가 만나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매주 토요일 가급적 같은 어르신을 방문하도록 할 것,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 어르신을 만나 반찬 배달과 함께 손주처럼 친근하게 행동할 것, 그리고 학부모의 참여가 중요했다. 시골 구석구석을 다니려면 인솔자가 필요했고 어르신들을 만나는데도 부모님의 동행은 중요한 역할을 할 터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참여가 관건이었다. 토요일 활동을 아이들이 얼마나 신청할까?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부모님들 인솔이 가능할까?
아이들의 참여는 내 역할이 중요했다. 교과의 특성상 수업과 연결하기도 좋았다. 외로운 어르신들의 고독한 일상, 내 주변 사람들,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 마을 어른들의 의미 있는 활동 등 함께 이야기하고 ‘동네 손주’가 되고 싶은 친구들 신청을 받았다. 생각보다 아주 많은 친구들이 신청을 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신청을 해서 운영의 틀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렸다. 3~4인 기준 20 모둠을 편성하고 한 달에 한 달에 한 번 같은 어르신을 만날 수 있도록 편성을 하였다. 1주 차, 2주 차, 3주 차, 4주 차 토요일 각 5팀에 모둠장을 선정하고 동네 손주가 무엇을 해야 할지 협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전 준비도 필요했다. 인솔하실 부모님들도 동네 손주와 어르신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경험이 없었다. 부모님들을 모아 오병이어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동네 손주까지 이르렀고 동네 손주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연수를 하고 필요한 의견을 들었다. 사실 모두들 처음이었다. 학교도 처음이고 마을도 처음이고 부모님과 아이들도 처음이었다. 그러나 마음만은 활기에 넘쳤고 의욕도 가득했다.
드디어 동네 손주들이 어르신을 만났다. 처음엔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낯설었다. 한 주가 가고 한 달이 지나면서 점차 어르신들이 바뀌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감돌고 어느새 환한 미소로 바뀌고 있었다. 사람들을 마주 하지 않는 어르신도 인사를 하고 토요일이면 아이들의 인사를 기다렸다. 골목 정자나무 그늘에 앉아 아이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르신도 있었다. 아이들이 주는 에너지는 다른 듯했다. 똑같이 도시락을 배달해 드리는 일인데도 어르신들이 해맑게 맞이해 주시고 즐거워하셨다. 활기가 생기신 것이다.
아이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의미 있는 일에 봉사활동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니 하면 좋겠다고 시작한 아이들. 그런데 한번 두 번 어르신을 만나며 자꾸 자신이 멋진 일을 하는 사람이란 것을 느끼곤 했다. 스스로 어르신들이 반가워하고 고마워하는 소박한 인사에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몸으로 경험하고 마음으로 느낀 것이다.
부모님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집에서는 아직 어리기만 한 아이들이 자신도 낯설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색한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르신을 대하고 인사하고 때론 청소도 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많이 컸구나~’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은 진정한 마을 돌봄이 시작된 것이다. 반찬만 배달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와 마을,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외로운 어르신을 찾고 인사를 드린다. 어르신이 어디가 불편한지, 집 안의 청결 상태는 어떤지, 고장 난 곳은 없는지를 확인하고 기록을 한다.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기록한 자료를 보고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마을이 살아있어 가능한 돌봄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움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한 결과가 아이들의 참여로 이어진 것이다. 마을이 활발하게 삶을 일구고 함께 즐거운 세상을 꿈꾸니 학부모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
동네 손주들이 졸업하고 후배들이 들어와 동네 손주를 이어간다. 5년째 동네 손주 활동은 틀이 잡혔다. 학부모님들은 서로 소통하며 아이들을 인솔하고 아이들은 토요일이면 자연스럽게 교회로 모인다. 도시락을 들고 어르신을 찾아뵙고 대화를 나는다. 어르신이 밝으면 아이들도 밝고, 어르신이 아프면 아이들도 아파한다. 그 모습은 감동이다. 내가 퇴직을 하고도, 그 마을에 살지도 않는데 동네 손주 활동에 발을 담근 것도 그 감동의 현장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