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포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청춘이었다.

청소년이 말하고 어른이 듣다(靑話長聞)

by 볕뉘

2023년 12월 눈이 내린 날. ‘청청포럼’이 열렸다. 마을과 학교가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을 지원하는 진로 교육이자 마을 포럼에서 아이가 던진 묵직한 숙제에 대한 답이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청청카페’를 열었다. 마을 초·중학교를 졸업한 선배 중 불안하고 불확실한 삶의 길에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직업인이 함께했다. 좋은 대학이나 사회가 말하는 성공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삶을 만들어가는 졸업생들이었다. 8명의 직업인 선배가 청소년 후배들과 만나 고민을 나누고 진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자리였다. 청청카페는 청소년에게도 배움이었지만 청년들에게도 배움의 장이 되었다.

‘청청카페’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생각보다 깊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의 고민과 불안을 어른들이 이해해야 믿고 응원할 수 있다는 생각에 ‘청청포럼’을 기획했다. 고등학생, 대학생, 직업인이 된 청년들과 다양한 선택지를 앞둔 청소년들이 진로에 관한 생각과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진로에 대한 청소년의 고민이 무엇인지, 청년들이 어떻게 자신의 세계를 쌓아가는지 그 경험을 어른들이 듣는 날이었다. 마을에서는 자기 경험을 들려줄 졸업생들을 찾았고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나누어 줄 재학생을 찾았다. 청청포럼의 주제와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부터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학교와 마을의 담당자가 모여 협의하고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이름이 ‘청화장문(靑話長聞)’이었다.


‘청화장문(靑話長聞)’

- 청소년과 청년이 말하고 어른들이 듣다 -


마을에서 졸업생 고1, 고2, 고3, 대 1, 대 2, 독립책방 운영자, 청년 농부 등 7명을 섭외했다. 중학교에서는 중2 2명, 중3 3명 5명을 섭외했다. 사회는 내가 하기로 했다.

알찬 내용으로 채우려면 사전 준비가 중요했다. 2, 3학년 친구들에게 진로에 관한 생각, 고민, 마을과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 등을 설문조사로 받았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어서 아이들이 대충 적을까 걱정했는데 설문 결과를 읽으며 내가 다 울컥했다. 아이들의 진로에 관한 생각과 고민은 깊고도 다양했고,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감사의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청청포럼이 더 중요해졌다. 그만큼 내 어깨도 무거웠다. 중학교 발제자 5명과 설문 자료를 공유했다. 원고를 쓰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선배들에게 질문을 할 때 참고가 될 좋은 자료들이었다. 설문조사 자료를 보고 동료와 후배들의 생각을 담은 질문을 선별하고 재학생들의 생각을 대변할 질문을 선정했다.

드디어 청청포럼이 있는 날. 하필 눈이 왔다. 시골의 눈길은 험난하고 위험해서 더욱 마음이 쓰였다. 과연 사람들이 모일까부터 혹시 모를 안전사고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다행히 오후에 눈이 그치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그 눈길을 헤치고 온 사람들이 도서관을 꽉 채웠다. 아이들 70여 명과 어른들이 60여 명, 130여 명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의 얼굴을 무대에서 올려다보니 벅차올랐다. ‘청소년의 생각을 듣고 청년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구나.’ 생각이 미치자 뭉클하고 새삼 사회자의 책임이 크게 다가왔다.

마을과 학교의 어른이 전해주는 진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에 이어 발제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발제자들의 이야기는 현실적인 고민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자기 경험에서 나오는 제안과 스스로 길을 찾아가며 찾은 대답들이 다채롭게 담겨 있었다. 뻔한 내용이 없었다. 난 미리 원고를 보았었다. 원고를 읽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많은 청중 앞에서 긴장하며 전하는 이야기는 또 다른 힘이 있었다. 풀어내는 이야기의 결은 다르지만,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였고 하나같이 감동이었다.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사실 다 기록하고 싶었다.

- 중학교 2학년 송○○ 학생

불확실한 미래를 가능성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탐색이 지금 우리의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은 불씨가 큰 불꽃으로 타오를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모른다’가 아니라 ‘아직’에 집중해 달라.

- 중학교 3학년 이○○ 학생

경제적인 여유가 보장되지 않을 것 같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경제적인 여유를 가져다줄 직업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을지 인생 선배님들의 경험을 나누어달라.

- 중학교 2학년 김○○ 학생

막막하고 어려운 미래지만 지금 바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과제이다. 오늘 하루가 우리의 미래를 고민하고 진로를 꿈꾸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날임을 잊지 말자. 우리가 가는 길을 존중하고 격려해 주길 바란다.

- 중학교 3학년 이○○ 학생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잘하는 사람을 보면 작아지는 자신이 속상하고, 진로 문제에서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흔들리는 자신이 고민스럽다.

- 중학교 3학년 김○○ 학생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진로를 준비하는데 자신만 너무 깊이가 없는 것은 아닌지, 하고 싶은 운동 하며 즐거웠는데 인생의 전환점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 고등학교 1학년

방황하고 고민했던 중학교를 경험했기에 그 고민의 시간을 지나 고등학교에서 가장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중학교 학생들에게 필요한 고등학교 생활들이 펼쳐진다.

- 고등학교 2학년

고등학교의 좌절과 고민을 딛고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시 설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꿈을 강요받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을 챙길 수 있다.

- 고등학교 3학년

교대를 목표로 달려왔으나 서이초 등 일련의 사건을 접하며 잠시 흔들렸다. 그럼에도 자신이 원하는 길이라 선택했고 마을과 학교의 다양한 경험이 자신의 성장에 큰 힘이 되었다.

- 대학교 1학년

진로 교육이 특정 직업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삶에 대한 관점이 필요하다. 너무 일찍 진로와 직업을 결정해야 하는 진로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 직업이 아닌 사람을 이해하고 다양한 삶을 통해 자기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 대학교 2학년

고3이 되어서야 진로를 결정했다. 좋아하는 것이 음악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 음악교육과에 진학했다. 음악과의 인연이 마을이었기에 마을과 학교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을 많이 경험하라.

- 독립책방 운영자

경험이 익숙한 사람에겐 도전할 힘이 생긴다. 학교의 학생회, 도서 위원 경험이 독립책방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도전의 즐거움을 아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특별한 길을 걷고 있구나.’라는 말보다 ‘즐거운 길을 걷고 있구나.’라는 말을 듣는 사회를 기대한다.

- 청년 농부

불안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미디어에 몸을 맡기고 고민해야 할 것들을 고민하지 않은 채 미디어로 숨어버리는 사람이 많다. 미디어 폭식을 멈추고 내면을 바라보면서 삶의 방향과 가치를 찾는 것이 곧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길이다.


청년과 청소년이 저마다의 색으로 펼쳐내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깊던지 짧지 않은 시간인데도 아이도 어른도 귀 기울여 들었다. 발제에 이어 청소년이 묻고 청년들이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Q. 내 관심사에 맞진 않지만, 돈을 많이 벌고 안정적인 일 vs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지만 비교적 돈을 적게 벌고 수입 안정성이 안 좋은 일. 둘 중에 무엇을 골라야 할까요?

A1. 좋아하는 일을 하다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함께 그 길을 가는 사람들과 직면한 고민을 함께한다. 그 과정에서 내 삶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에 후회가 생기면 다시 길을 찾아 나서며 길을 만들어 나가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A2.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원하는 삶을 만들어갈 가능성과 싫어하는 일이기에 더 돈을 많이 벌지 못할 가능성 어느 것이 더 클까요? 이 질문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한다.

A3.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독립책방이란 것이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는 분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 서로 응원하고 길을 찾아가고 있다. 좋아하는 일에는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함께 하는 것 같다.

A4. 진정한 행복은 돈이나, 성공, 사회적 지위 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자아에서 온다. 우리 모두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Q. 진로를 찾으면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 힘이 되었던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 주었던 격려와 존중의 말이 있었다면 어떤 말이었나요?

A. ‘널 믿고 있어.’ ‘자신이 빛나는 것을 잊지 마!’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자신을 빛나게 하고 힘들 때 일어나게 해 준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다 어둡고 답답했을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등 질문과 대답이 더 오갔다. 사회를 보는 일에 집중하느라 그 이후 기록을 못 했다. 청춘들의 보석 같은 말이 많았다. 명사 특강에 견주어도 부족함 없이 꽉 찬 포럼이었다. 선택한 길에서 무수히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묻고 다시 길을 찾아간 청년들이었다. 그 삶의 여정이 청년들을 속 깊게 만들고 질문에 답하게 했다. 어른들이라고 분명한 답을 줄 수 있을까? 다양한 갈림길에서 줄다리기하며 걸어왔으니 말이다.


학교와 마을에서 청소년들에게 주는 다양한 경험과 지원이 아이들을 성장하게 했음을 확인했다. 청년들은 마을의 다양한 경험이 자신을 성장하게 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고등학교와 대학, 직업인이 되어서도 마을과 연결되고, 경험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더해졌다. 누구나 흔들리고 방황하며 길을 찾는다. 하지만 지지와 응원, 기다림이 함께 한다면 천천히 가더라도 단단하게 내딛고 뿌리내린다. 찬란한 청춘들이 찬란한 빛으로만 살아갈 수 없는 결과 중심의 현실이 대비되어 그 또한 안타까웠다.


이 마을 청년과 청소년들. 참 감동이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원고를 준비하고 후배들을 위해 달려와 부담스러운 자리를 함께한다.


함께 한 어른들도 참 아름답다. 그들은 여전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꿈을 꾼다.

그들도 청춘이다.


청춘들의 찬란함으로 나도 잠시 찬란해졌다.


꿈을 꾸는 사람들 모두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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