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숙제에 마을이 답하다. '청청카페'

by 볕뉘

이젠 마을이 답할 차례였다.

마을은 아이가 던진 숙제를 잊지 않았다.

아이들의 고민을 알고 자신의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 첫출발이 ‘청청카페’였다.

마을엔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이 있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성공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이 소중한 것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자신의 속도대로 삶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이다.

방황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을 모았다.

그 청년들에게 연락을 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을 모았다.

마을에서 자라 자신의 삶을 걸어가고 있는 청년과 진로에 대해 불안하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만나 청년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렇게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기획되었고, 청년과 창소년이 만나는 ‘청청캠프’를 운영한 것이다.

청청캠프는 올해 4회째 운영되고 있다.

마을에서 자란 청년들이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 삶의 여정을 응원하는 진로프로그램이다.


이렇게 마을과 학교가 연결되고 마을 청년과 청소년이 만나 진로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을 듯..

비슷한 진로프로그램은 있겠지만 나누는 이야기의 결과 깊이가 담아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시작은 마을어른들이다.

마을교육에 관심이 있거나 마을에 사는 교사들이 모여 일정과 큰 방향을 어떻게 할 것인가 회의를 한다.

큰 틀이 정해지면 마을에서 초-중을 졸업하면서 자기 길을 열어가는 멘토를 찾는다.

신청을 받고 권유를 하면서 그 해 멘토가 만들어진다.

젊은 창업인부터 대학생까지 12명의 멘토가 모여졌다.

청년 농부와 직업인, 대학생 멘토는 바쁜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대면으로 만나는 것이 쉽지 않으니 화상으로 만나 일정과 진행과정을 협의하였다.

청청캠프를 주관하는 어른과 멘토들의 톡방엔 대화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그 대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뻐근하다.


단장과 부단장을 정하고

자기소개부터 일정 짜기,

내용을 어떻게 채울지, 누가 담당할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협의하고

마을에서는 필요한 물품과 장소를 준비한다.

바쁜 일정을 쪼개 회의를 하고 자기소개 자료를 만들면서 진행 시나리오를 짜는 일이 버거울 만도 한데 청년들의 오가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이 친구들의 진심과 열정이 느껴진다.

이 친구들~~ 참 잘 성장했어!!!


학생을 모집하는 것은 학교의 몫.

마을교육 담당선생님이 긴밀하게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캠프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하필 농구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작은 학교는 대회가 열리면 참가하는 친구와 응원하는 친구들이 빠지면 인원확보가 어렵다.

어~~~ 어쩌지?

농구대회 끝나고 오라고 해야 할까?

그러면 내용을 공유하는 일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려우니 인원이 적더라도 순수하게 희망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사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아이들이 주말에 나와 자발적으로 진로캠프를 참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지만 그동안 마을과 학교가 마련한 판에 기꺼이 참여할 아이들이 있다는 확신이 있다.

7월 12일 토요일 청소년 25명, 멘토 9명.

마을 청청캠프 운영 선생님 8명이 모였다.

첫 시작은 멘토들의 삶 이야기.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와 삶의 방향, 걸어온 길과 그 속에서의 고민, 앞으로 가야 할 길 등이 각자 다른 결이지만 진심을 담은 서사가 펼쳐진다.

뒤에서 듣고 있던 어른들도 먹먹한 감동의 물결.

나는 멘토들을 많이 안다.

수업 시간과 동아리 시간, 또는 마을에서 이 친구들을 만났다.

이 청년들이 가진 사유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지를 알기에~

청년과 청소년들이 모둠별로 만나 진로와 삶 대한 고민들을 나누고 자신의 삶과 미래를 펼쳐낸다.


깃발을 만들어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마을을 돌아보며 마음을 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루의 시간이 어땠는지 돌아보는 시간.

우리의 철학자 멘토가 차근차근 건네는 성장의식은 재잘대는 소리로 시작해 진지한 생각과 여운 담은 문장으로 끝난다.


멘토에게 주는 감사와 응원의 글도 보이고

멘티의 고민과 불안을 덜어주는 따뜻한 응원의 글도 마음을 울린다.

불안 속에서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할 청소년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은 청년도

서로에게 응원의 시간이 된다.

청년과 청소년의 이야기는 어찌나 아름답던지 가만히 듣고 있던 어른들도 마음이 뻐근해진다.

먹먹한 감동.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들 참 복 받은 아이들이다'

어디에서 이런 선배들을 만나고

이런 귀한 만남과 귀한 배움의 자리를 만날 수 있을까?

학원에, 시험에 몰아대며 경쟁에서 이기라는 채찍질 대신

서로를 응원하고 길을 열어가는 시간을 주는 마을과 그 길에 함께 하는 학교

그 속에서 고민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아이들,

참 복 받은 아이들이다.

벅찬 감동의 시간으로 청청카페가 끝이 났다.

아쉬움에 작별의 시간이 길다.

청소년들이 집에 간 후 청년들이 모였다.

청청카페에서 청소년들과의 만남은 어땠는지,

청청카페를 운영하며 아쉬움은 없는지,

내년에는 어떤 것을 채우면 좋을지,

한걸음 나아가기 위한 제안이 있다면,

청청카페 소감 등

진행은 내가 하기로 했다.

얼굴을 보니 청년들의 표정에 지친 기색이 가득하다.


어깨도 처져있고 나른한 몸짓.

청청캠프의 울림과 여운은 크지만 몸이 피곤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침 8시 30분에서 저녁 9시 30분 장작 13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으니 얼마나 피곤할지 짐작이 간다.

자기소개 작성부터 사전 준비까지 많이 부담스럽고 바빴으리라.

그림카드로 청청카페의 소감을 담는다.

길지 않은 문장 속에 청년들의 청년들의 성장 서사가 담겨있다.

청청캠프에 멘티로 참여하던 청소년이 청년 멘토로 참여한 성장 서사.


마을과 학교가 만든 판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대로 삶을 담아내고

고민 많은 청소년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공유하고 응원하는 청년들이 있다.

경쟁과 사회가 만든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을이 있다.

그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청소년이 있다.

희망을 만들어가는 모든 청춘들의 이야기.

마을은 그렇게 서사를 만들어 서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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