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대해 고민이 있어요." 고2의 전화

by 볕뉘

전화가 왔다. 졸업하고 학교에 오고도 하고 마을에서 만나 밥 한번 먹기도 한 친구였다.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다 머뭇거린다.


“선생님, 내일 시간 있으세요?”

“언제? 오후에 선생님 시간 나실 때요.”

“오후 시간 괜찮아”

“네. 괜찮아요.”

“2시 어때? 무슨 일 있어?”

“수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요. 수업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중학교 때는 어떻게 토론하고 발표하는 수업을 했는지 긍금해요.”


순간 당혹스러웠다.

고2 학생이 중학교 선생님과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나도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수업에 대한 고민이 자칫 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그 친구의 고민을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섬세하고 생각이 많은 친구였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친구.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역량을 발휘해서 훌륭하게 해내곤 했다.

자신의 생각이 분명하고 학교 생활에 매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친구라 그 친구가 일을 하면 나는 그냥 지켜보며 응원만 했다.

그 결과를 보고 흐뭇해하며 큰 박수를 보내곤 했다.

중학교에서 근무했기에 고등학교 상황을 잘 모르기에 이해의 폭이 좁을 수도 있고 적절한 조언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고등학교에서 온 선생님과 함께 있어도 되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 친구도 나도 존경하는 교장선생님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 학교도 혁신학교여서 수업에 선생님들의 수업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수업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그 친구를 고민스럽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오후 2시.

교장실에 모였다.

그 친구는 수업이 너무 답답하고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둠활동을 하고 있으나 수행평가 점수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 협업은 없다고 했다.

발표를 하지만 질문이 없다고 했다.

질문이 있어도 대답이 형식적인 수업이라고 했다.

수업이 살아있지 않다며 이런 수업을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친구들은 왜 그런 고민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이 해야 할 내용을 정일하고 발표한 후 점수를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냐고 말한단다.

담임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교과 선생님과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지만 수업의 주체인 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변하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다양한 문제들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으로 담아내기도 하고 발표로 담아내기도 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느낀 희열과 효능감을 느낄 수 없는 친구는 형식적인 절차로 진행되는 수업이 견디기 어려운 그 친구는 돌파구를 찾고 싶어 중학교를 찾았다.

담임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교과 선생님과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지만 수업의 주체인 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변하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중학교 수업 이야기로 넘어갔다. 다양한 주제들이 수업 안에서 다루어졌고 자신의 생각을 문장 속에 담아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수업, 모둠원들이 주제를 선택하고 자료를 찾아 정리를 하고 발표한 후 질문과 대답이 오가던 수업, 로봇권 등을 주제로 치열한 찬반 토론으로 흥미진진했던 수업 등 함께 했던 수업을 소환하며 그것이 가능한 이유를 함께 이야기했다.

마을이 만들어놓은 판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던 경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함께 배우고 협업하는 수업,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학교,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함께 공유하며 배우고 성장했다. 정해진 답을 찾는 수업, 반복되는 문제풀이로 수업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되어 배움을 찾아가는 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작은 마을의 작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스스로 배움을 찾기도 전에 학원에 문제풀이에 길들여지고, 배움을 찾기도 전에 시험 성적에 매몰되기 쉬운 입시 중심의 교육에 매몰되어 가는 교실에서는 스스로 주체가 되는 경험을 찾기 어렵다. 친구들의 문제가 아니라 한 교실에 너무 많은 학생들이 있고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치열한 경쟁과 입시 중심의 교육에서는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변화를 찾기가 어렵다.


그 친구의 고민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 친구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선생님의 마음은 얼마나 무거울까?

선생님이기에 살아있는 수업에 대한 갈망이 클 것이고

아이들이 느끼는 효능감을 생생하게 경험해주고 싶은 마음은 모든 선생님의 바람이리라.


입시 구조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교실,

학원 숙제가 먼저인 아이들,

문제풀이와 점수에 목매는 아이들과 학부모,

일류 대학만이 성공하는 삶의 통로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진정한 배움을 찾아가는 교육은 쉽지 않다.


고2 친구, 교장선생님, 동료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친구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없어 안타까움만 커졌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었다. 살아있는 수업을 고민하는 학생이 있고, 그 학생의 고민을 관심 있게 듣고 함께 해결을 찾아가는 선생님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마을과 학교가 중요하게 생각한 교육이 소중한 것임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과정,

스스로 배움을 찾아가는 수업,

느리더라도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학부모,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마을,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연대와 협력이 있어 아이들은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때론 더디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자신의 길을 열어가는 아이들이 있다.

이 소중한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건강한 마을 시민으로 성장해서 마을에서 뿌리를 내리고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들어가기도 할 것이다.


그곳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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