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있는 수업, 함께 성장하는 시간

by 볕뉘

나는 질문이 있는 수업을 높이 평가한다. 수업을 하면서도 좋은 질문이 나오면 가장 반가워하고 칭찬을 아까지 않는다. 모둠활동의 가치도 질문의 다양함과 풍성함에서 나온다. 물론 모둠원들이 함께 협의하고 자료를 제작하면서 발표로 공유하는 과정이 수업의 가장 큰 흐름이지만 정말 중요한 시간은 질문하는 순간이다. 그 시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시에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다. 아이들의 살아있는 눈빛도 좋고 호기심 담긴 대답도 너무 좋다.

2학년 정의로운 사회 단원이었다. 모둠 주제를 선정하여 모둠원들이 함께 자료를 제작한 후 발표를 하는 시간이었다. 모둠 발표 주제는 ‘정의로운 국가란 어떤 모습인가?’. 정의로운 국가의 조건이 무엇인가 조사하다 행복한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닌가 생각해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을 조사한 모둠이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를 순서대로 말하며 그 나라들이 왜 행복한가 나름의 이유를 제시한다.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핀란드, ‘함께 더불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서로를 비교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덴마크 사람들, 직업 편차가 적은 노르웨이 등

행복한 나라의 모습을 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현실로 이어진다. 우리 마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비교적 괜찮은 삶을 살아가지만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에 대한 발표가 이어진다. 발표는 아주 매끄럽고 내용도 알차게 진행되어 보는 나도 흐뭇했다.

발표가 끝나면 질문이 이어진다. 사실 수업의 중심은 발표이지만 발표보다 더 중요한 시간이 질문하는 시간임을 우리는 안다. 아이들은 질문을 할 줄 안다. 질문의 방향은 다양하고 때론 날카롭게 핵심을 찌르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눈빛이 빛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Q.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들의 행복지수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어디쯤 위치하는가?


A. 행복지수를 조사하다 보니 어떤 기준이냐에 따라 행복지수 순위가 다르더라며 자신들은 유엔에서 발표한 것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우리나라는 그 당시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54위였다. 사회 부패 부분에서 낮고 불행한 감정이 높다는 점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 판단했다. 우리나라처럼 경제적으로 높은 나라들이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 나라들도 많았다.


Q. 행복지수가 높은 다섯 나라 중에 한 나라를 선택해서 살고 싶다면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답해달라


A. 첫 번째 친구는 '핀란드'라고 답한다. 지난해에 핀란드 교육 영상을 보고 교육이 부러웠다는 아이는 핀란드의 학교를 경험하고 싶다며 지난 해 보았던 핀란드 편 영상을 찾아 보여준다.

두 번째 친구는 '아이슬란드' 역시 교육에 있다. 예전 아이슬란드의 학교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굉장히 부러웠다고 말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살아보고 싶다고 답한다.

세 번째 친구는 '덴마크' 덴마크의 사람들이 행복한 삶은 비교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다. 그래서 실제 그들의 삶을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한다.

네 번째 친구는 '노르웨이'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라서 선택했다.

Q. 우리나라는 그럼 ‘헬조선’인가?


A. 인터넷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행복지수가 조사하는 것마다 조금씩 달랐다. 사람의 생각도 각자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는 비교적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Q. 교육과 행복은 상관관계가 있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의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들인데 그럼 교육과 행복은 어떤 관계냐?


A. 교육이 어떠냐에 따라 나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좋다는 것은 그 나라가 여러 가지를 잘 만드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우리나라처럼 너무 경쟁적인 교육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Q. 노르웨이가 직업 편차가 크지 않아 행복 지수가 높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직업 편차가 크지 않냐? 직업 편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말해달라

A.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좋은 직업과 하고 싶지 않은 직업이 차이가 많이 나서 더 경쟁이 심하다. 줄일 수 있는 방법까지는 잘 모르겠다.



발표한 모둠의 내용은 좋았다. 발표자의 목소리와 내용에 대한 이해와 분명한 어조는 인상적이었다. 대답을 하면서 예전 보았던 영상을 즉시 찾아내 대답으로 이어지도록 만든 순발력과 능력도 매우 돋보였다. 모둠원 중엔 평소 입이 열리지 않은 소극적인 친구도 있었지만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 자신의 목소리를 잘 내어 그 점도 큰 배움이었다. 수업의 내용도 풍부하고 오가는 질의응답은 흥미로웠다. 수업이 훌륭해서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들었고 오가는 대화를 간단하게 메모하게 만드는 수업이었다.


발표를 매끄럽게 잘하는 수업만으로는 ‘훌륭하다’는 평가를 하긴 어렵다. 물론 모둠원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시간을 들인 내용을 잘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수업의 가치는 크지만 수업이 훌륭한 이유는 ‘질문’에 있었다. 날카롭고 깊이 있는 질문이 있어 수업은 풍성해지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질문이 있어서 발표한 내용들이 풍부해졌고, 모둠원들이 열심히 준비한 시간들이 빛날 수 있었다.


준비한 자료를 발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질문에 답하는 것은 준비한 자의 자신감이고 역량이다. 발표 내용으로는 알 수 없는 새로운 내용들이 답변 과정에서 드러나고 질문과 답변을 들으면서 아이들은 다른 관점을 생각하게 된다. 질문자와 발표자, 경청하는 모두에게 배움이자 사고의 확장이 이루어지는 순간인 것이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단순한 의문에 그치지 않는다. 발표한 내용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그 내용에 대한 사고를 거쳐 나오기 때문이다.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은 그래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 또 다른 생각할 문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우리가 더 깊이 다루어야 할 이야기들이 질문과 대답 속에 있다. 그래서 질문이 있는 수업은 살아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질문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유 담긴 질문이 나오면 아낌없이 칭찬을 한다.

교과서 내용을 외우고 시험 준비를 하고 문제풀이를 하는 교실에서는 이런 질문과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모둠발표도 점수를 얻기 위한 과정일 뿐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동료의 말에 경청하고

모둠 발표의 내용에 관심을 갖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스스로 찾고

궁금한 것이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질문을 찾고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사고의 흐름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함께 생각하고 공유하면서 배움을 찾아간다.

그 속에 단단한 성장이 자리 잡는다.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어른들

초등학교에서의 협업활동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수업

그렇게 아이들은 마을 속에서 어른들의 존중을 받으며 세상을 향해 나아갈 기반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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