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마을, 동네 손주와 함께!

by 볕뉘

2021년 10월 30일. 동네 손주들이 모였다.

봉사단 조끼와 작업용 장갑, 물 등을 챙기고 동네 손주들과 함께 했다.

트럭이 동원되고 마을 어른들과 동네손주들 자못 비장한 모습이다.

동네 손주들이 할 일은 마을 어르신의 가득 쌓인 쓰레기 등을 치우는 일.

외로운 마을 어르신의 동네 손주를 하면서 만난 할머니댁이다.

나도 동네 손주들과 함께 간 적이 있다.

마을 정자에 앉아 반찬 가방을 가지고 가는 우리를 보고 뒤에서 우리를 부르셨다.

아주 작은 할머니였다.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 드리려고 대문을 여니 그냥 놓고 가라 하셨다.


"할머니, 반찬이 있어 무겁고 더위에 상할 수 있어요. 냉장고에 넣어드릴게요~"

"아녀~~ 그냥 놓고 가. 남부끄러워서 안 돼야~"


대문을 열고 도시락을 문 앞에 놓아드리려 대문을 밀어보니 잘 밀리지 ㅇ낳았다.

마당을 가득 채운 쓰레기 때문이었다.


"쓰레기 치워드릴까요?"

"그럼 좋지. 그런데 남부끄러워 안 돼야~"

할머니 이야기를 아이들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저장강박증에 걸려 마을의 쓰레기들을 모으고 계신 할머니였다. 한없이 쌓여가는 쓰레기를 두고도 다시 쟁여놓고 마을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마당 안에, 창고에 쌓았다. 방 안에도, 부엌에도 빈 곳엔 쓰레기들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었다.


고약하게 썩어가는 쓰레기더미는 건강에도 좋지 않았다. 여름이니 얼마나 냄새는 고약스럽겠는가?

할머니의 건강을 생각해서 쓰레기를 치워드리려 하지만 저장강박증을 가지고 계신 할머니는 물건을 끊임없이 모아두셨다. 정신이 돌아오실 때면 쌓여 있는 쓰레기가 부끄럽다는 것은 알고 계셨지만 치우지 않으셨다.

몇 년 간 모아 놓은 쓰레기들이 쌓여 썩고 고약한 냄새로 이웃들까지 고통스러워서 면사무소에서 쓰레기를 치운 적이 있었다. 깨끗해진 마당과 방과 부엌이 시원할 만도 한데 할머니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빈 곳이 허전하실 때면 화를 내시고 소리 지르셔서 지자체가 애를 먹었다고 했다.


마음의 치유가 필요했다. 마을에서는 마음을 보듬는 대화를 하고 천천히 마음을 여는 시간을 보냈다.

동네손주들이 매주 토요일 할머니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며 말벗이 되어 드렸다. 천천히 할머니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드디어 쓰레기를 치우는 일에 동의를 하셨다.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 일.

사전에 할머니에게 여러 번 이야기를 하고 확답을 받았다.

동네손주들도 뵐 때마다 쓰레기를 치울 것을 권했다.

그리고 직접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면서 할머니와 함께 거사(?)를 치르기로 했다.

마을 어른들과 부모님, 동네 손주들이 모였다.

토요일 아침에 마을 할머니 쓰레기를 치우러 모인 아이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상황은 더더욱 심각했다.

가끔 저장 강박증 현장을 TV에서 보았지만 할머니의 집은 생각보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다. 3년 전 쓰레기를 치운 후 후폭풍이 심해서 한동안 치우지 못하고 쌓이기만 한 쓰레기의 양은 내가 생각한 그 선을 훨씬 벗어난 양이었다.

마당 가득 쌓인 쓰레기더미들을 보니 보이는 대로 주워오신 듯했다.

분리수거용으로 버려진 페트병, 공병, 플라스틱, 폐지와 박스, 고철, 스티로폼부터

장난감과 옷가지, 버려지는 가전제품과 그릇류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이 숱한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이 모아져 있었다.

창고에도 마당에도 방에도 빈 공간 없이 가득 쌓이고 쌓이면서 쓰레기들은 썩어가기도 했다.

몇 년 동안 모아놓은 은행도 있고

음식물 등이 남아있는 플라스틱통 안의 부패된 내용물까지 고약한 냄새가 퍼져나갔다.

쉽지 않았다.

냄새도 고약해지고 곰팡이 가득한 쓰레기 더미도 있었다.

손대는 것이 차마 어려운 곳은 어른들이 마무리하고 집게로 치우곤 했으나 종류별로 분리수거하다 보면 속이 편치 않았다.

비위 약한 나는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어떡하지~~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너무 힘차게 일을 하고 있었다.

공병~~~ 플라스틱~~~~ 캔~~~

외치며 분리수거하는 친구부터 요령 피우지 않고 눈에 보이는 일을 꾸준히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무거운 짐을 나르다 잠시 편의점으로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 친구도 있지만 그 모습조차도 이쁜 친구들이었다.

집게를 구해오고, 손소독제와 휴지 등 물건들을 찾으러 오가는 시간이 더 좋았을 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사람들의 손이 무섭다.

그 많던 쓰레기들이 치워지고 있었다.

12시에 대충 마무리되었다.

창고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치워야 하고

방 안에 가득한 쓰레기들도 치워야 하지만

마당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만큼 할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져 갔다.

마음이 불편한 할머니는 구경을 하시다 결국 쓰레기봉투를 다시 한 곳에 놓아두셨다.

마을 어르신들이 다시 대화를 하고 필요 없는 물건임을 상기시킨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셨다.

새삼 아이들이 기특하고 대단해 보였다.

역한 냄새에 나갈 만도 하고

더러운 것에 소리 지르고 피할 만도 한데 어른들보다 더 밝고 씩씩하게 일을 했다.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를 반성할 정도로.

이렇게 보석 같은 친구들이라니...

그 사이 할머니는 동네 손주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익숙한 목사님과 마을 어른들과 대화를 나누며 쓰레기가 치워지는 모습을 바라보셨다.

고장 난 장판을 버리려 하니 그건 어딘가 깔아놓으려 하니 놓아두라고 당부도 하시고

버리려는 쓰레기를 중단시키다 이건 못쓴다는 말에 수긍하시며 지켜보셨다.

그럼에도 내일이면, 일주일 후면 속상하신 마음에 교회에 와서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지만 살뜰하게 보살피는 어른들이 있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다.

할머니에게는 4명의 자녀가 있었다고 한다.

아들 셋에 딸

아들 셋이 사고로 스스로 세상을 떠난 후 그 깊은 상처는 할머니 삶을 지배했으리라.

자식을 앞세운 삶이 어떨지 경험해보지 않고 그 상실을 헤아릴 수 없는 일

그 깊은 상실감과 죄책감은 고스란히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고 상처는 더 깊이 파고들었으리라.

슬픔을 치유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삶의 무게는 할머니를 무겁게 짓눌렀으리라.

할머니가 마음의 짐을 덜어내시길

마을의 세심한 관심과 애정이 할머니의 상실감을 보듬어드리길

따뜻한 대화가 마음의 벽을 열어드리길

동네 손주들의 밝은 인사가 할머니의 마음을 가볍게 해 드리길

가벼워진 마당만큼

할머니가 마음의 문을 열고 슬픔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마음을 드러내며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내시길...

그렇게 허전함을 달래시던 할머니가

용기를 내어 대문을 열고 사람을 맞이하시려 한다.

그렇게 할머니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시려 하나보다.

일을 끝낸 후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린다.

환한 얼굴로 반갑게 손을 잡으시는 할머니.

내가 누군지 알리도 없지만 오늘 마음이 가벼우신가 보다.

할머니에게 그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가끔씩 허전해서 다시 버려진 물건을 모으실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다시 치우면 될 일~

피곤한 몸이 나른해진다.

아이들을 보내고 정리를 한 후 돌아오는 길

차 안을 경쾌하게 가르는 노래

국카스텐 보컬 하현우의 솔로 앨범 속 '무지개 소년'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가 새로운 삶을 꿈꾸기 길

과거의 상처에 매이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시길

마을의 관심이, 아이들의 방문이 할머니의 새로운 삶을 만드는 물줄기가 되길..

누구나 무지개 소년을 꿈꾼다,

할머니의 메마른 마음속에도 사람들의 따뜻함이 깃들어 무지개 소년을 꿈꾸시길...

노래와 결은 다르지만

무지개 소년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 속에 스며들곤 한다.

아이들을 보다

나보다 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살아내신 어른들을 보다

내 삶을 들여다보다가 나도 함께 ‘무지개 소년'을 꿈꾼다.


마을이 함께 외로운 어르신을 돌보는 일,

너무 감동스럽다.

아이들이 마을 어르신의 마음을 위로하는 일,

너무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외로운 노인들이 남는 시골.

나도 노년기로 접어들어가는 시기.

마을에서 함께 누군가를 돌보며 누군가 또 나를 돌봐주는 일.

그 귀한 일을 한걸음 먼저 시작하고 있다.


다음날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흰벽 앞에 환한 햇살 맞으며 환하게 웃고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깨끗한 방에서 편안하게 주무셨다는 말과 함께 동네 순주들이 할머니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는 응원과 함께!

정말 큰 힘이다.

아이들의 웃음과 인사는 그 자체로 어르신들에게 의안이다.


이렇게 훌륭한 일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마을살이 봉사활동 동네손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활동하는지,

그 속에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실어보려 한다.




동네손주 (4).jpg


keyword
이전 10화청청포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청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