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따뜻함이 전해지기를

by 볕뉘

차 토요일엔 동네손주를 만나러 간다.

일이 있을 땐 다른 선생님에게 부탁을 하겠지만 월 1회는 동네손주를 만나는 것이 내 몫이라 생각하면서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는 일에 작은 손 보태려는 마음이다.

비가 많이 와서 걱정스럽기도 했다.

어르신댁 가는 길이 괜찮은지

많은 비로 피해를 입은 집은 없는지

습하고 더운 날 잘 참여할지 등등

12시 40분쯤 도착했다.

교회 옆 개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물길은 고요하지만 전날의 사나운 흔적들은 남아있다.

마침 목사님이 나오셔서 교회는 괜찮으냐 물으니 물이 조금 새는 곳이 있었으나 손질해서 괜찮아졌다고 한다.

새벽 6시경 계곡물이 사정없이 좁은 개울물이 길 위까지 넘칠 뻔했으나 다행히도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범람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위험할 뻔한 상황 ㅠㅠ

1시가 가까워지자 동네손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정이 있어 빠진 친구들이 3명.

시간도 잘 지키고 인솔하실 보호자님도 모두 오셨다.

늦을 만도 한데 귀찮을 만도 한데 씩씩하고 밝게 와주는 친구들.

더구나 금요일 방학을 했단다.

방학하면 마음도 느슨해지고 게을러진다.

올해 동네손주들,

정말 장하다.

비가 온 후라 당부할 것도 많다.

비가 세는 곳은 없는지,

비 피해는 없는지,

어르신 건강은 어떠신지,

놀라시지는 않았는지,

더위에 힘든 일은 없는지 등

오가는 길 험할 수 있으니 안전 운전 꼭 당부한다.

도시락 메뉴는 삼계탕과 노각무침.

더운 여름을 잘 나시라고 삼계탕 준비했으니 따뜻하게 데워 잘 드리시는 인사도 드리고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줄 것을 안내한다.

동네손주들이 도시락을 가지고 출발했다.

한가해진 나는 교회 옆 초등학교로 가본다.

폭우로 흘러들어온 토사에 운동장 곳곳에 파헤쳐진 현장.

초등학교 운동장이 험해지니 마을 어른들이 삽을 들고 트랙터를 끌고 운동장의 물을 퍼내고 흙을 고르던 곳이다.



운동장은 폭우가 지나간 흔적이 있지만 생각보다 괜찮다.

몇 년 전 불어난 계곡물이 사정없이 휩쓸고 지나간 뻘밭 같은 때보다 평화로운.

피가 세차게 몰아친 새벽엔 운동장은 험했었다.

폭우가 지난 험한 운동장을 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치우려 했으나 마을 어른들이 먼저 나섰다.

우리 마을의 소중한 학교 일인데 우리가 함께 해야죠~'그렇게 이른 시간부터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

필요한 기구에 트랙터까지 더해져 무적군단이 삽시간에 만들어졌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마을 톡방엔 사진들이 올라오고 용사들의 당당한 사진을 보고 박수를 보냈었다.

지금은 평화로운 운동장과 학교 풍경들

잠시 앉아 커피 한 잔 하며 다정한 마을을 생각한다.

참 좋은 마을 어른들

이런 어른들이 있어 아이들의 삶도 안전하고 마음은 다정하다.

동네손주들이 가능한 이유!

동네손주들이 돌아온다.

친구들과 수다스레 들어오는 친구들

잘 다녀왔어?

어르신들은 어때?

비 피해는 없어?

비 피해는 없는데 비가 와서 새는 곳이 있어요.

어르신 현관문이 잘 열리지 않아 불편해졌어요.

신발장 한쪽이 부서져 수리가 필요할 듯해요.

어르신이 우리 보고 너무 고맙다고 반가워하셨어요.

어르신 집에 쓰레기가 아주 많이 쌓여있어 치워야 해요.

어르신이 반갑게 인사하시는데 몸이 불편하시데요~

어르신들이 안 계셔서 아쉬웠어요~

동네손주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고스란히 날적이에 기록으로 남는다.

보호자님들은 그날의 분위기와 어르신의 반응, 아이들의 모습 등을 사진으로, 글로 간단하게 남긴다.

특별히 관심이 필요한 경우 지원해야 할 내용도 적는다.

이렇게 공유된 것은 마을 함께 돌봄에서 복지사와 연계하기도 하고 가족과 협의하기도 하면서 지원을 한다.

00 어르신의 고장 난 곳은 해결할 수 있겠다.

쓰레기가 쌓이는 것은 상담사와 이야기하고 손주와 협의해서 치워야겠다. 여름 동안 쌓인 쓰레기는 부패해서 건강에도 안 좋다. 등등 해결할 대안을 찾아보고 공유해 준다.

방학하니 나오기 더 귀찮지?

아니요~ 당연히 와야 할 일인데요~

네! 귀찮더라고요, 하지만 우리가 해야죠!

이렇게 기특한 친구들이다.

자연스럽게 마을 어른들을 찾아뵙고 나이 드는 어른들을 이해하고 함께 사는 방법을 몸으로 경험하는 아이들이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모습을 만들어가는 마을은 이렇게 함께 걸어가는 중이다.

그 과정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반복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

참 좋다.

너무 좋다.

동네손주들,

너무 사랑스럽다.

* 이야기 더하기

동네손주가 모이는 곳은 마을 교회이다.

아주 오래된 교회가 중심이 되어 마을 어르신에게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오병이어'활동을 시작했고

교회의 오병이어 활동이 마을로, 마을에서 학교로 확장되어 함께 돌봄이 가능한 일이다.

동네손주를 인솔한 보호자는 교회를 보더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자신이 어렸을 때 이 교회에 왔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그 모습으로 있다고.

변함없이, 옛 모습 그대로.

심지어 예배당 안의 의자도 똑같다고.

예배당 안으로 들오가 다시 보니 의자가 정말 아주 오래된 것이다.

시골 동네 교회는 동네에서 가장 수려한 외관을 자랑하곤 한다.

지나가다 보면 우뚝 솟은 건물이 교회 건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마을 교회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비가 새면 손보고 마을 사람들과 벽지를 바르고 그렇게 실내를 불편하지 않게 수리하지만 크고 좋은 건물을 지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과 공동체를 꿈꾸며 마을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존재하고 있다.

건물은 소박하나 일은 빛나게.

목사님이 돌아가신 후 고민이 많았는데 목수남의 뜻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목사님이 오셔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이 마을의 역사와 마을공동체를 함께 하는 교회가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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