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준 선물, 부끄러운 어른들

by 볕뉘

청소년들이 어른들이 중심이 된 반딧불이 모니터링에 참여한 지 5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판에 아이들이 참여하는 것을 넘어 주체적인 활동이 필요한 시기였다.

반딧불이 친구들이 모여 협의를 했다.

반디 활동의 의미를 나누고 반디가 반짝반짝 마음껏 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친구들과 어른들에게 반디를 알리고 함께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엔 막막하게 생각하던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엉뚱하고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까지 아이들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모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모둠 제안 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의견을 모아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 첫 번째 활동이 ‘청소년 반딧불이 축제’였다.

그 사이 나는 학교에서 물러나 내 속도대로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준비한 ‘청소년 반딧불이 축제’가 궁금했다.

출발지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청소년 반디축제를 책임질 청소년들은 미리 와서 삼삼오오 모여 수다스레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서도 선배들이 반디를 어떻게 만나는지 궁금해서 부모님 손을 잡고 모여들었다.

어두운 곳에서 엄마와 아빠 손을 잡고 긴장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에 담당 선생님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인원을 파악하고 모둠을 만들고 반딧불이를 설명해 줄 청소년들과 연결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어둠 속에 불빛 없이 진행되는 일이라 안전 상의 문제도 있어 긴장되기도 했다.

나도 어린아이 손을 잡고 출발했다.

깜깜한 불빛 없는 길을 들어서보니 아름다운 밤하늘과 조용한 기대를 담은 사람들의 설렘만 남았다. 오손도손 다정한 가족들과 함께 하니 그 길이 참 아름다웠다.

반디를 찾아가는 길이니 어둠 속 숲길은 깜깜했다. 휴대폰의 조명도 없이 조용하고 깜깜한 길을 가려니 아주 어린아이들은 무서워졌다. 내 손을 잡고 가던 6살 꼬마는 무섭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했지만 형이 내민 손을 잡더니 양손 가득 힘을 주면서 뒤돌아서지 않았다.

반딧불이 불빛이 보이면 신기해하며 조용히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우리 모둠의 안내를 담당할 아이는 앞에서 조용조용 설명을 해 준다.

지금 나오는 반디가 어떤 반디이고 우리는 반디가 사라지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용하면서도 필요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건넨다. 휴대폰 빛이나 다른 빛을 내면 반딧불이가 사라지니 어두워도 불빛을 내지 말고 위험하니 잘 따라오라는 당부도 함께 한다. 길 옆의 풀을 밟지 말라고 당부한다. 풀 속엔 반디 유충이 있을 수 있어 움직이지 못하는 유충이 사람들의 발에 밟혀 죽을 수도 있음을 강조하는 야무진 청소년. 너무 설명을 잘해서 놀랐다.

가는 길, 풀 속에 있을 유충을 위해 달팽이 먹이를 던져주는 일도 함께 하다 보니 무서움보다 기대에 찬 즐거움이 자리 잡는다.

반디가 반짝반짝 빛을 낼 때면 그 신비롭고 선명한 빛에 황홀했다. 6살 아이의 사랑스러운 감탄이 더해져 더 신비로운 길. 너무 사랑스럽고 똘똘한 아이에게 반하고 말았다.

어두운 길을 반딧불이가 많이 출몰하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희미하지만 불빛도 보이고~

가까이 보니 어른들이 렌즈가 달린 사진기를 들고 반딧불이 사진을 찍으려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곳에 반디 불빛이 많다고 입소문이 난 까닭이었다.

이름하여 반딧불이 사진 포토라인.

불빛을 따라 어른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카메라의 셔터 소리

휴대폰의 불빛 등이 만들어내는 소음.

어른들이 만드는 소음과 불빛에 우리 아이들 걱정이 많아졌다.

다음 반디가 많이 보이는 장소로 이동한다.

반디 불빛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반가움의 눈빛과 소곤소곤 감탄하는 소리들

그곳에도 이미 카메라를 든 어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숲 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는 어른이 있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을수록 반디를 아끼는 사람과 사진을 찍으로는 사람 사이 언쟁도 생겼다.

정말 반디를 사랑하는 사람은 숲 속으로 마구 들어가서는 안되었다.

풀 속을 헤집고 들어가는 일이 반복되면 앞으로 반디를 계속 보는 일도 어려울 수 있고, 유충이 밟혀 귀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으려면 빛을 내는 일이라 가급적 사진을 찍지 말아야 하지만,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한 지켜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레 소리치고 떠들고 있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아이들은 반디를 살리겠다며 조심스레 다니는데도 사진 하나 건지겠다며 그렇게 하는 행동도, 그 행동을 제지하는 소리에 큰 소리로 떠드는 일도 아이들에게 무척 부끄러웠다.

그 어른들을 지나 세 번째 포인트에 도착했다.

신비로웠다.

10여분을 이곳에서 반디를 구경했나 보다.

숲 사이 반짝반짝 빛을 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신비로움이다.

영롱하게 빛나는 반디들. 아이들은 조용히 숨도 죽이고 반디들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낮의 산책길도 편안하고 예쁜데 밤엔 더욱더 신비롭고 아름답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구나

자연이 준 큰 선물이었다.

다시 돌아가는 길.

사람들이 더 많아진 듯했다. 카메라 든 어른들이 있었고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에게 반디를 설명하는 청소년이 살만한 풀들 사이 카메라들 세우고 풀을 밝고 있는 어른에게 조용히 권한다.

“반디는 카메라 불빛을 싫어해요”

“이렇게 풀을 밝고 있으면 혹시 유충이 있다가 밟혀 죽을 수 있어요.”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있는 어른에게도 말한다.

“풀 속에는 유충이 있을 수 있어요. 유충이 건강하게 잘 자라야 반디를 많이 볼 수 있어요”

소곤소곤, 그렇지만 단호하게.

어떤 어른은 겸연쩍은 모습으로 얼른 대답을 하지만, 어떤 어른들은 여전히 뭉기적거리곤 했다.

정말 부끄럽더라. 때론 아이들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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