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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 Aug 27. 2023

금요일 저녁, 8시 30분 학부모 민원전화..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

전화받은 제가 잘못된.. 괜히 받았다 싶어요.


거절할걸..

성숙하지 못한 학부모의 전화를 받고 주말 내내 비워내지 못해서.. 오랜만에 쓰고 싶었던 다른 글들도 마무리 못했는데, 급작스런 이런 사건을 쓰는 게 맞나 싶지만.. 요즘 학교 이슈들은 정말 흔하디 흔하게 겪기도 한 일들이거든요. 흔한 일들이지만, 공론화가 오히려 늦게 된 것이죠.


금요일은 학교 바로 앞, 디저트 체험카페에서 점심 일찍 먹이고 출발해서 5-6교시 제가 진로체험 데리고 간 날입니다.


보조인력 없고, 학생들 4명(1학년 1명, 2학년 2명, 3학년 1명) 데리고 갔네요.


체험카페는 학교인근이라 직접 가서 한 학기 1번 가던 곳이네요. 아이들이 좋아하기도 했고, 사장님께서 아이들의 말도 귀찮아 않고 잘 반응해 주시고 서비스 체험도 구성해 주셔서 만족스러운 곳인데.. 학생들이 사회적 눈치가 좀 없잖아요.. 처음 갔을 때 서비스 음료를 꽃얼음이 들어간 과일청음료를 주셨는데 넙죽 잘 마신 것도 아니고.. 생소한 예쁜 음료를 남기거나 안 마셔서 제가 좀 챙주신 분한테 민망했어요. 두 번째 방문에서는 저만 아이스커피 챙겨주셨어요. 근데 그건 또 애들 보는데서 혼자 홀짝거리는 것도 민망(학생들은 얼음물, 수제젤리뽀 같은 거 주셨어요. 근데 그것도 안 먹겠단 애들이 있고..).


이번 방문에는 제가 미리 얘기했어요. 사장님이 주시는 꽃차(꽃얼음 음료 같은 거) 너희가 안 좋아하잖아. 우리 체험이랑 상관없이 서비스로 자꾸 음료수 달라고 하지 말자. 선생님이 체험 끝나고 마트 가서 음료수 사줄게~~ 이렇게요.


그렇게 말해도 애들이 체험 중에도 시원한 거 주세요. 말해서 사장님이 시원한 물도 챙겨 주셨어요.(애들이 재료로 나온 프리첼 과자를 또 엄청 먹더라는.. 예상이 되는 상황이었죠) 그래도 미리 당부해서 그런지 얼음물로 달래졌어요.


6교시 3시 20분 마치고-3시 30분 청소 종례-3시 40분 하교 정도 일과인데.. 애들 체험 마친 게 3시 25분쯤이었어요.


1학년 아이는 친구랑 같이 하교할 거라고 건널목 건너는 거 보고, 종례 들어가게 했고~


나머지 2, 3학년은 미리 하교 바로 시킬 거라 가방, 핸드폰 가지고 나온 거라 마트 음료수 사러 갔답니다. [이게 문제 시발점]


2학년 여학생이 장애활동지도사 분 차로 하교하고, 방과 후 수업으로 바로 간다고 알고는 있었어요. 보통 통합반에서 종례하고 가니깐 특별히 제가 하교를 챙기진 않았어요.


마트는 애들이랑 3시 35분쯤 도착한 거 같고,


음료수사서 애들이랑 직접 바코드 찍고 계산하고 나름 화기애애하게 걸어서 학교 앞에 45분쯤 도착했어요.


애들이랑 헤어지고 저는 학교, 교실로 걸어가는데 3시 53분에 장애인 활동지도사분이 전화가 왔어요.


"ㅇㅇ이 간식 사주셨어요?"


"아~네, 아이들 음료수 하나씩 사서 보냈습니다. ㅇㅇ이 탄산음료 사면 안 되나요?.."


"제가 30분부터 전화를 4통이나 ㅇㅇ이한테 했는데,

선생님이 음료수 사주신대서 빨리 나와야 하는데 전화도 일부러 안 받고 늦게 나오고..(중략) 조심해 주세요.."


"아.. 네.. 제가 체험 끝나고 단체문자 보냈을 때, 저한테 바로 전화 주셨으면  ㅇㅇ이 바로 하교시켰을 텐데.. 바로 종례 보낸 아이도 있었거든요. 본인이 마트 가서 직접 고르겠다고 해서 데리고 간 거데.. 저한테 바로 연락 주셨으면 좋았을걸 그랬네요. 다음부터는 바로 보내겠습니다."


그래서 일단락된 줄 알았습니다.


금, 저녁 8시 30분.


ㅇㅇ이 아버지(장애활동 지도사분과 사실혼 부부세요.)가 전화하셨어요. 아무 생각 없이 전화받고 주말 내내 마음이 끝도 없이 바닥을 칩니다..ㅜㅠ


"(다짜고짜 버럭, 경상도 사투리) 우리  ㅇㅇ이 학교에서 수업하는 거 말고는 다 안 합니다! 버스체험이니 마트체험이니 다 데리고 가지 마세요! 아무 데도 데리고 나가지 마세요!"


"아버님.. 무슨 오해가 있으신 걸까요?"


"아니 됐고요. 밖에는 데리고 나가지 마시라고요!"


장애인활동지도사분께 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셨다. 음주상태인신가.. 여쭤보고.. 그분은 웃음을 흘리면서

불똥이 선생님한테 튄 것 같다고 하시네요. 두 분이서 한잔하다 이야기가 나왔는데.. ㅇㅇ이가 일부러 전화도 안 받고, 숨기려고 하는 그런 행동을 고쳐야 하는데.. 블라블라..


저는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내내 그 술 취한 아버지 전화 메아리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네요. 그분은 저희 학교가 교과교실제 이동을 한다고 2학기 시간표를 애들마다 색깔 들어가게 다 일일이 만들어주고, 연습시키는 중에 학부모님 단체문자로 '아이들이 잘하고 있습니'라고 보냈는데..


-근데 왜 이렇게 수업을 하는 겁니까?

문자가 왔어요.

-□□중학교는 교육부 지정 교과교실제 시행 학교입니다. 코로나로 그간에 전염우려로 운영하지 못하다가 2학기부터 이동 수업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문의는 학교 통해 안내받으시면 더 정확합니다.

-정상인 학생도 찾아다니려면 힘들겠는데 장애학생이 찾아다니려면 더 힘들지 나요?


다짜고짜 저한테 역정을 내시는 듯하여.. 다시 전화드려 1학기부터 안내가 있지 않았냐.. 10년 넘게 하고 있는 학교 정책이다. 설명드리니.. 본인이 교육부에 민원 넣어야겠다는 둥.. 생떼 쓰시는 어깃장에 선생님들도 안 좋아하지만.. 학교 운영에 저도 따라야 하지 않냐 무마시켰거든요.


저는 2학년 여학생 한 명이라  ㅇㅇ이 때문에 수학여행도 따라가고, 에버랜드 2만 보 걷고 왔거든요.. 제 교육계획이, 활동들이 하교시간 10여분 넘겼다고 기다리다 열받는다고 음주상태로 버럭 하시면서 폄하되는 상황이.. 너무 비참합니다. 제가 무슨 본인들 사설 고용인도 아니고..


제가 예민할 걸까요?


학부모님과의 소통을 위해 공개된 제 전화번호를 비밀로 감추고, 속 시원하게 통화하면서 나눌 수 있는 학생의 일과들을 문자로 정선해야.. 선을 지키고 예의를 갖추시겠습니까..?


장애학생의 학부모까지 아직은 보듬지 못하는 그릇인가 봅니다. 생각만 해도 벌렁거리는 심장이..

내일 만나는 우리 학생한테 전이되지 않길.. 간절히 내 마음을 다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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