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인 듯 한식 아닌 한식 같은 너
호주 우리 집 근처에는 조용한 동네에서 드물게 평일에도 웨이팅을 해야 할 만큼 맛집으로 소문난 'C감자탕'이 있다. 동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라 구글에 좋은 후기가 대부분인데 그중 눈에 띄는 별점 하나짜리 후기가 있었다.
'이 식당이 왜 맛집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음식이 짜기만 하고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그때당시 나는 '맛있기만 한데, 왜 이렇게 예민하지? 근처식당 사장이 쓴 거 아냐?'라고 생각했었다.
최근 3년 만에 간 한국에서 동네 감자탕집을 가 보고 나서야 그 별 하나짜리 후기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이해되었다.
실제로, 호주에서 친구들과 여러 한식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이런 맛이면 한국에서는 망할 텐데...' 혹은, '한국은 집 밑에 짜장면집도 맛있는데... 여기는 맛있다고 소문난 곳을 가도 별로다..'라는 얘기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호주에서 먹는 한식의 퀄리티가 한국에 비할바가 못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호주의 유명한 감자탕맛집이라고 해도 한국 동네 감자탕집의 발끝도 못 미친 다는 건 또 다른 충격이었다.
호주식당 1. 코리안 바비큐라고 간판을 걸어놓은 고깃집 메뉴는 50가지가 넘는데 그중에는 후라이드치킨과, 알탕짬뽕도 포함되어 있다.
호주 식당 2. 삼계탕 전문점으로 유명한 식당에서는 콘치즈 김치볶음밥과 대패삼겹살볶음을 판다.
다양한 메뉴선택지를 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오지 않기 때문임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작은 식당에서 50~100여 개의 메뉴를 준비하느라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된 맛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져서 손님은 손님대로 불만족, 직원들은 직원들 대로 고충이 있다.
메뉴판이 백과사전만큼 두꺼웠던 한인 식당에서 일했던 친구는 손님이 메뉴 제일 뒤쪽에 있는 잘 안 팔리는 메뉴를 주문하면, 순간적으로 '우리 가게에 이런 메뉴가 있었나...? '싶었다며, 그 많은 메뉴들에 들어갈 식재료가 제대로 관리될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호주에서 몇 년간 맛있게 먹었던 'n족발집' 특히 불족발이 유명한데, 한국에서 팔아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 아니었다 족발은 한국 시장족발이 최고였다.
식당에 가기만 하면 기본적으로 깔아주는 신선한 밑반찬이며, 아무 데나 들어가서 아무거나 시켜도 맛없을까 봐 걱정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2n년간 누리다가 호주로 왔다.
파는 음식은 기본적으로 먹을만하게 내놓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호주 몇몇 한인식당은 그 당연한 걸 못해내면서도 장사를 한다. (맛없는 곳들은 금방 망하거나 주인이 바뀌긴 한다.)
이렇게 푸념하다가도, 곧 'c감자탕'이나 't고깃집' , 'h중국집' 중에 어디서 저녁을 먹을지 고민할 것이다. 낮아진 한식퀄리티에 불만을 가지다가도 곧 익숙해져서, '이 정도면 먹을 만 하지'라고 생각하다가 가끔 한국에 갈 때마다 김밥천국 치즈돈가스에도 감탄하며, 그렇게 지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