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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J Oct 01. 2022

외노자의 삶5. 평화롭지만 지루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린 나라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갓 입국한 20대 초중반 친구들이 의외로 낯설어하는 호주 문화는

바로 대부분의 식당, 카페 및 쇼핑센터들이 너무 일찍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로 영업시간에 제한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보통 한국에서는 집 앞 카페만 해도 밤 12시 넘게 까지 혹은 24시간을 하는데 호주 카페는 무려 오후 두세 시면 마감을 하고, 쇼핑센터는 5시, 식당들도 보통 저녁 8시 이후에는 주문을 더 이상 받지 않는 곳이 많다. 노동자로 일을 할 때는 워라벨이 지켜지는 생활에 행복하지만, 막상 일 마치고 쇼핑을 하거나 친구랑 커피 한잔하려고 해도 갈 곳이 없다.

내가 마치면 다른 가게들도 다 닫았기 때문이다.

크기만 크지 놀곳은 많지 않은 나라 호주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놀라는 것들 중 하나는 불이 꺼지지 않는 한국의 밤문화라고 한다. 그런 놀거리 볼거리 할 거리가 풍부한 나라에서 20여 년 이상을 살다가 호주에 오면 상대적으로 심심하게 느껴질 수밖에... 가장 활발하게 즐길 나이에 밤 9시 이후에는 깜깜한 호주 시골에서 사는 것이 갑갑해 호주 생활 초기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들도 많이 보았다.

밤에도 북적이는 한국 거리

지루함이야 한 해 두 해 가면 익숙해진다지만, 적응이 되려야 될 수 없는 부분은 은행 및 공공기관 업무이다. 타 은행계좌이체 시에 2022년인 지금도 여전히

몇몇 경우에는 당일 송금이 안되고 2일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부 기관인 센터링크,

자동차 및 전반적인 교통 관리 센터인 Department of road and tranport 같은 기관들은 기본 한두 시간

길게는 세 네 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도 많고,

상황별로 생겨야 한 서류는 왜 이렇게 제각각인지 조금만 확인을 잘못해서 서류가 하나라도 빠지면 다음에 다시 와서 또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호주에서 느린 것은 병원이나 건강 관련 편의시설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시력이 나빠진 것 같아 시력검사 후 새로운 안경을 맞추기 위해 호주 쇼핑센터마다 있는 큰 안경 전문전에 갔다. 시력검사 예약이 일주일 뒤에 가능하고 일주일 뒤 시력검사 후 안경을 받게 되기 까지 또 3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총 4주 넘게 걸려 새로운 안경을 받게 되었는데,

한국 가는 비행기표 끊어서 한국에서 안경을 맞추고 돌아와도 일주일도 안 걸릴 텐데 하는 마음에 새삼 답답해졌다.


비슷한 이유로 호주에 지내고 있는 한국인들 중에 치과치료나 피부과 치료 등을 한국에서 받고 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호주가 비싸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사실 비행기 값이며, 한국 가 있는 동안 일을 못해서 수입이 없는 것 을 감안하면 비용은 크게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한국 가는 것이 손해가 더 클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주일이면 받을 치료를 병원 예약을 못해서 한달 혹은 두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의

고통과 스트레스는 무시할만한 것 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한 대만 친구는 치아가 아파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데, 예약이 많아서 병원에서는 빨라도 두 달 뒤에 수술이 가능하다고 한다. 당장 아파서 잠도 못 자고 일도 못 나오는 상황이지만 무작정 예약 날짜만 기다리려고 하니 통증도 통증이지만 가족도 없이 먼 나라에서 혼자 아프니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해서 안쓰럽고, 언제든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호주의 느린 의료시스템이 무섭기도 하다.


일처리가 느린 데다가 실수도 많고, 직원이 실수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가만히 있던 내 차지라 부당하고 서럽다 느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쪼록 아프지 않고, 은행이나 공공기관 업무 처리할 때 여러분이 간 시간만 사람이 많이 없는 행운이 늘 따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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