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십이월 Nov 03. 2022

참척(慘慽)의 세상

세상 모든 어미, 아비가


참척(慘慽)의 세상

세상 모든 어미, 아비가




어떤 숫자는 그 어느 어휘나 이미지 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이태원 거리에서 돌아오지 못한 젊은이들. 

분향소에는 그들의 영정도 위패도 없고 우리가 아는 것은 오로지 숫자 몇 개뿐이데 

그 숫자가 이렇게 가슴을 내려 앉히고 찢어 놓는다. 

그렇게 어린 젊은이들이 그렇게 많이......

나는 회사에서 젊은 직원들이 자식 같다는 생각을 안 하려 노력했다.

열아홉 살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말을 놓지 않았다.

자식 같다는 말은 일 시킬 때나 잔소리 늘어놓을 때 쓰는 말이 아니다.

절절이 책임을 느끼는 이런 순간에 자식 같다 말해야 하는 것이다.   







참척(慘慽)의 세상




내가 너를 낳고

내가 너를 먹이고

내가 너를 키우고


너로 인해 기쁘고

너로 인해 근심하고

너를 향해 소리치고

너를 향해 손짓하고

너와 같이 웃고

너와 같이 꿈꾸고


오늘

내가 너를 앞세워

내가 너를 묻고

내가 너를 보내니


세상 모든 아비들이 피눈물을 쏟고

세상 모든 어미들이 제 가슴을 치는

참척의 세월


꽃 같고 별 같고 파랑새 같은

너는 가고

나는 여기 남아


내가 너를 보듬고

내가 너를 새기고

내가 너를 기리고

내가 너를....

너로 남게 하리니


세상 모든 어미, 아비가

통곡으로 길을 열고

분노로 불을 놓아

참척의 세상 너머에서


꽃 같고 별 같고 파랑새 같은

너와 함께 하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