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다가 옷에 흘리는 것을 보고 더럽다고 말하는 게 문득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히 같은 음식인데 입 안에 들어가면 깨끗한 거고, 입 밖에 소매에 묻히면 더럽다고 하는 건가.
분명히 입 주변으로 흘리면서 밥을 먹고, 옷에 묻히는 것이 문명사회에서 지양해야 할 필수 교양에 속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꼭 '더럽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상하다.
더럽다는 말을 사전에 검색해 본다. 단어의 뜻은 '때나 찌꺼기 따위가 있어서 지저분하다' 이다. 그럼 우리는 평소에 때나 찌꺼기 따위를 먹는 건가? 음식이 아니라?
필자는 '더럽다'는 표현을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 모든 것들은 자신만의 자리가 있고, 만약 자신의 자리에 있지 않을 때, 맞지 않는 곳에 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더럽다고 부르는 것으로. 사람들 머릿속에 직접 들어가 본 건 아니지만 어쩐지 그럴 것 같다.
음식이 더러운 것이 아니다. 때나 찌꺼기도 아니다. 그것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청결하냐, 더럽냐가 결정된다. 입 안에 넣어서 꼭꼭 씹어 먹으면 청결한 것이고, 옷소매나 바닥에 여기저기 흘리면 더러운 것이다. 자기한테 맞는 자리에 있어야 청결하다. '제자리'라는 단어 자체가 그런 의미를 내포한다. 모두 제자리가 있다.
회사에서 상사가 괴롭혀서 때려치울 때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더럽고 치사해서 그만둔다!"
그 상사가 자신의 그릇에 맞지 않는 너무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이다. 제자리가 아니다. 또한 우리의 능력으로는 원래 이보다 훨씬 좋은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자리가 제자리가 아니다. 그래서 더럽다고 한다.
세상 모든 것은 자기 자리가 있다. 운명이든 뭐든, 정해진 그 자리에 있지 않을 때 어색하고, 불편하며, 더럽다. 가장 나답게, 가장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자기 자리다. 여기저기 방황을 하고 길 잃고 헤매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자리에 돌아오게 된다. 그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산다. 자기 자리가 아닌 것이 자명한데도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상세계에서 당당하기 위해, 자신을 속이며 산다. 처음엔 분명 쾌감일지 모르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하고 어색하다. 결국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나는 우연도, 의지도, 운명도 모두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 믿는다. 누가 뭐라 해도 제 것인, 자신만의 자리. 얼핏 서툴러 보이지만 그래서 더 진심이라 아름다운 자신만의 제자리.
모두, 제자리에 편안하게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