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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 인간에 대한 사색

Homo sapiens sapiens, 인간에 대한 사색

이유야 어찌 되었건 애초라 불리는 오래전 또는 태초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온 것들에 대해 언제인가부터 ‘이것’ 또는 ‘저것’이라는 특정한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데에는 ‘교만’과 ‘왜곡’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잔재주가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굳이 철학자나 사상가의 견해를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기도 악하기도 한 분명한 존재이며, 또한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 불분명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선천성은 후천적인 사고와 행위에 의해 발현되어 그것에 의해 삶이 나아가는 방향이 정해지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선함과 악함은 선천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흑과 백의 논리를 기반으로, 후천적인 요인의 영향을 통해 그 농도가 짙어지기도 옅어지기도, 이리로 가기도 저리로 가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초 '재료의 케이아스'에서 야기된 사고의 혼돈 속에서 인식의 씨앗을 뿌리며 살아왔다. 그 씨앗에서 줄기가 자라나고, 가지가 솟아나고, 잎과 꽃이 피어 각종 열매를 맺어왔다. 또한 줄기와 가지와 잎과 꽃과 열를 지탱하면서 땅 안으로 깊숙하게 뻗어나간 뿌리는, 흔들림 없이 태초의 대지로부터 정신계의 양분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한 기반 위에 사색이라 불리는 ‘세상과 인간의 근원 알기’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논리와 체계를 갖추어 간 사색의 진화는 문명의 진화와 진보를 끌어가는 중심이 되어갔다.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의 숙명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이다. 사색을 통해 제공된 동력은 ‘무엇을 생각하란 것인지’와 ‘어떻게 생각하란 것인지’, ‘왜 그런 것인지’를 추적하려는 시도를 통해 인간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긴 여정을 시작케 하였다.

‘생각하기에 아주 능한 무리’의 출현을 단지 돌연변이의 결과물이라고 하게 되면 인간의 영적인 면에 대한 탐구가 너무 허술해 보일 것 같다.


생물학이나 고인류학에서 사용하는 학명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이다. 라틴어에서 ‘아는 것’을 뜻하는 sapere를 어근으로 하고 있는 사피엔스(Sapiens)는 ‘아는 이’, 즉 ‘현명한 이’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이에 대해 영문 원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Sapiens is a Latin word meaning ‘one who knows’ (Latin: sapere = to know)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라는 두 번의 사피엔스가 붙여진 인간 무리에 대한 학술적 명칭에서, 인간을 지구 상의 다른 동물처럼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세포들의 기능적인 집합체’라고 보고 있는 또 다른 학문과의 커다란 간극을 발견하게 된다.


얘기하는 이에 따라서 인간은 영적인 존재가 되기도 하고 생물학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둘 다가 맞는 얘기 같아 보이지만 어느 하나만을 받아들이자니 주저하게 된다. 모든 주저함에는 어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영적인 존재라고 믿기에는 어딘가 모를 공허함이 끼어들것 같고 생물학적인 존재라고 인정하자니 심히 허무함이 느껴질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은 생물학적인 존재이자 영적인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지는 것, 결정의 순간 생각의 끝을 자르지 못하는 우유부단함, 한 번 내린 결론을 수시로 바꾸는 변덕스러움, 이것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것을 인정하고 이것에 대해 사색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학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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