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색하는 인간, 개체와 속성 그리고 본질

사색하는 인간, 개체와 속성 그리고 본질

1.

이제 ‘사피엔스적으로 생각하기’는 세상과 인간을 향해 가지를 뻗어간다. 그것들 중에서 ‘자신이라는 존재의 근원 찾기’라는 가지에서는 본질에 대한 물음의 잎이 피어나서 사색이라는 광합성을 통해 초록의 생명을 잔뜩 끌어올린다.


흔히들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라고 한다. 그렇다면 생각하는 존재를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생각’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어떤 사람이나 일 따위에 대한 기억,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짐 또는 그런 일’이다.

‘생각’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이런 작용들은 비단 인간에게만 있는 것일까.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는 이런 작용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옆에 웅크리고 누워서 나를 바라다보면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검둥이를 보고 있으면 이놈 또한 분명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 것만 같다는 확신이 든다.


생각하는 것이 비단 인간만의 작용이 아니라면 이제 우리는 인간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짚어봐야 한다. 무엇이 우리 인간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사색하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사색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사색하는 존재이기에 비로써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색(思索, contemplation, meditation)이란 무엇일까. 사색이란 단어는 한자에서 온 것이기에 한자어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한자어 사思는 ‘생각, 뜻, 마음’을, 색索은 ‘찾다, 가리다, 선택하다’를 의미하고 있다. 한자어의 의미로 보면 사색은 ‘생각을 통해 어떤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사색이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것의 이치를 따져가는 정신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사색하기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하게 되는 것 문제 중에 하나가 ‘본질(Essence, Nature)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본질(本質)은 사물이나 현상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성질을 나타내는 단어이며, 철학에서는 실존(實存)에 상대되는 말로, 어떤 존재에 관해 ‘그 무엇’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성질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철학적으로 만이 아니라 개체와 속성이라는 논리를 통해서도 접근 가능하다. 본질은 사물의 하나라 칭하는 어떤 특정 개체(Entity)가 가진 여러 가지의 속성 중에서, 그 의미나 값어치가 변하지 않는 고유한 속성(Attributes(성질,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본질은 또한 ‘그 속성을 빼면 더 이상 그 개체가 아니게 되는’ 또는 ‘그 속성으로 인해 그 개체다워지는’ 속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개의 개체는 자신의 본질을 통해 여타의 개체들과 구분이 가능한 것이 되는 것이다.

존재하고 있는 모든 개체는 그 개체만의 본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본질이라는 고유한 속성은 그 개체를 규정하는 좁지만 강력한 틀이라고 할 수 있다.



2.

한 개체가 가질 수 있는 속성에는 정성적인 속성(Qualitative Attributes)과 정량적인 속성(Quantitative Attributes)이 있다. 정량적인 속성이란 그 개체가 가진 속성 중에서 측정할 수 있고 셀 수 있는 계량 가능한 속성이며, 정성적인 속성이란 감성적이거나 논리적인 형상화하기 어려운 속성이다.


또한 개체는 그것이 속하고 있는 종에 따라 그 개체들만의 고유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때 같은 종의 개체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속성을 일반 속성(General Attributes)이라고 하고, 같은 개체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정한 속성을 원형 속성(Primary Attributes)이라 한다. 원형 속성 또한 일반 속성과 마찬가지로 종에 따라 하나 또는 여러 개가 되기도 한다.


본질주의자들은 철학이나 과학이 절대 진리에 도달할 수 있고 그것을 표현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본질주의자들은 모든 사물이 지닌 본질적인 면과 그렇지 않은 면에 대해 탐구한다. 여기에서 사물이 가진 본질적인 면에 해당하는 것이 원형 속성이고, 그렇지 않은 것이 일반 속성에 해당하는 것이다.


인간에게로 문제를 돌려보자. 인간 개개인은, 인간의 원형 속성인 '생각하는' 속성 이외에 아주 특별한 '그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 이렇게 개체 무리 내에서 어느 특정한 한 개체만이 가지는 속성을 핵심 속성(Key Attribute(s))이라 할 수 있다.


개체가 지닌 속성과 속성은 서로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연관성을 갖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배타적이기도 하고 보완적이기도 하다. 이 중 핵심 속성은 해당 개체의 모든 속성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유일한 속성이며, 서로 직접적 연결이 없는 속성들을 간접적으로 연결하는 브리지(Bridge)이기도 하다.


인간이란 개체의 원형 속성은 생각하는 데 있고, 이것은 인간 자체의 본질이다. 여기서 나 자신에게 눈을 돌린다. 이제 문제는 나 자신의 실존에 대한 문제이다.

나 자신만의 고유한 속성, 핵심 속성은 무엇일까. 인간 속에서 나를 규명하는 유일한 속성에서 나의 본질을 찾아볼 수 있을까. 나를 제대로 아는 것, 그것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지 않을 런지 모르겠다.


나의 '핵심 속성은 이것이다'라고 뚜렷하게 말할 수 있을 때, 나의 실존에 대한 문제는 해결로 찾아가는 자그마한 실마리가 만져질 것이다.

keyword
이전 23화길 걷기,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