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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tree Jun 07. 2024

우리의 만남은 우연일까, 운명일까?           

                   -첫 눈에 반한 사랑-

           

  살아가면서 생기는 모든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우연으로 간주하는가’하는 문제는 우리의 세계관이나 가치관과 깊이 연결된다.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나중에 깨닫게 되는 나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저 우연일뿐이라고도 생각한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비스와바 쉼브로스카가 쓴 시에 베아트리체 가스카 퀘이라차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이다. 제목은 어떤 반전도 없는 남녀간의 설렘을 담은 사랑이다. 어떤 이에게는 매혹적이겠지만, 또다른 누군가에는 이미 진부하며 크게 의미가 부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책을 넘기면 연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사랑을 이어준 것은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확실성은 더욱더 아름답다고 한다. 그들이 오래전부터 계단에서 마주쳤을 가능성, 잘못건 누군가의 전화 목소리, 누군가의 어깨에서 다른 이의 어깨로 날아간 나뭇잎, 문고리와 초인종에 겹쳐 졌던 두 개의 손, 물품보관소에 있었던 두 개의 가방......



 이 모든 것은 두 사람을 만나게 한 운명일까, 그저 우연일뿐인가?

 이와 유사한 시가 있다.  정끝별시인의 ‘끝없는 이야기’가 그러학다. 그러나 이 시에서도 우연인지 운명인지 밝히지 않는다.               


 


네가 앉았던 삼청공원 벤치, 내가 건넜던 대학로의 건널목, 네가 탔던 동성택시, 내가 사려다 만 파이롯트 만년필, 네가 잡았던 칼국수집 젓가락, 내가 세들고 싶었던 아현동 그 집     

열쇠 수리공은 왜 그때 열쇠를 잃어버렸을까

도박사는 왜 패를 잘못 읽었고 시계공은 왜 깜빡 졸았을까 하필 그때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사과를 건넨 그때는 왜 하필 그때였을까


                                        - 정끝별, ‘끝없는 이야기’ 중-     



 이 시에서는 우연이나 필연보다도 만날 수 있었는데, 만나지 못한 이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시를 읽은 후 얼마간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다.      




너 있으나 나 없고 너 없어 나도 없던

시작되지 않은 허구한 이야기들

허구에 찬 불구의 그 많은 엔딩들은

어느 생에서야 다 완성되는 걸까     


                           - 정끝별,‘끝없는 이야기’ 중-     


 오히려 이 시에서는 만나지 못함의 아쉬움을 발견한다. 한때는 운명적인 만남, 첫눈에 반한 사랑과 같은 어쩌면 운명적일 수도 있는 것에 집착했다. 강렬한 것에 대한 환상, 나여야만 한다는 오만이 지배했던 날 등이다. ‘사랑’을 발견하지 못했던 나날들의 착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루틴에 맞춰 작은 삶을 날마다 보내는 것의 행복과 감사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삶이 너무 가치있고, 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버겁다. 그 사이에 있는 작은 틈 사이를 발견했고 나는 평안하다.     




배소이의 키트


루틴을 지키는 건강한 생활: 아침사과 / 캐모마일 티/ 시슬리 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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