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가을을 보내며

by 히비지비

공기가 식고

푸른색이 빠지면

단풍이 든다.


그러면 사람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카메라를 들고

산을 오른다.


빨강, 주황, 노랑

매달린 그 앞에서

자세를 취한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셔터를 누른다.


막걸리 한 사발에

파전을 찢어 먹는다.


단풍놀이는

그렇게 끝난다.


공기가 얼고

손이 주머니 속 숨으면

단풍이 진다.


그러면 사람들은

코트에 얼굴을 파묻고

그 위를 걷는다.


서걱서걱

발 밑에서

부스러지고 찢긴다.


아파트 경비원이

빗자루를 들고

조각조각

쓸어담는다.


쓰레기봉투에

고이 담겨

해방을 기다릴 뿐이다.


단풍놀이는

매년 어김없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