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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대리 Oct 25. 2021

그대의 삶이 불행해보일지라도


 세달 전


 나는 또 다른 시작을 맞이했다. 


 그리고 나는 늘 그렇듯이 출근하고 퇴근을 한다.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자면 나는 신체적으로 다리가 다소 불편하고, 정신적으로 다소 불안한 상태이다. 의학적 용어로 설명하자면 고관절 비구이형성증과 비구순파열로 간간히 다리를 절고, 공황장애 초기 진단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새로운 시작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나는 낯선 곳에 와있다.      


 내 우여곡절을 지켜본 가족과 지인들은 용기 있는 선택이라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것이 왜 용기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다. 다리가 불편하고, 잠시 불안이 나를 궁지로 몰고간다한들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살 순 없었다. 이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었다. 다리의 상태가 더 심해지면 수술로 건강한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의사 선생님을 믿었기 때문이고, 앞으로 내 불안한 심리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자는 의사 선생님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삼십년 살이 동안 가장 불행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작년 여름일 것이다. 퇴근 버스에서 하차하던 순간 고관절에 원인 모를 강한 통증이 스쳐갔고,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내가 내 질병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대학병원만 세 곳을 다녀온 결과, 모든 의사들이 나에게 수술밖에 답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결국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수술을 결정했지만, 의사 파업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방적으로 수술이 두 번 취소가 되었다. 7개월간 목발을 짚고 다니는 사이 어느 순간 나는 조금 절지만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어떤 의사도 내가 왜 다시 걷게 되었는지 명확히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인생 사 새옹지마라는 명언(?)을 남기신 채, 아파서 다시 못 걷게 되면 그때 수술하면 되고 다시 일상의 행복을 찾음 되는 거라 했다.

     

 그래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가장 최악의 사건은 직장에서 벌어졌다. 직장에서 당하고 겪었던 그 모진 일들은 다 나열할 순 없지만, 나를 가장 바닥으로 내려꽂은 건 내 일터였고, 그 안의 사람들이었다. 일터에서는 사람에 대한 기대도, 그 어떠한 따뜻함도 찾으려고 한 적은 없었지만 최소한의 상식을 기대했던 나는 거하게 뒤통수를 맞았다. 각자 행동의 이유들은 그들의 속마음에 있었기에 알고 싶지도, 알려고 들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벌어진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뿐. 그 일련들 사건들 속에서 나는 결국 공황이란 녀석을 다시 마주했다.      


 그 당시 그 시간들이 나에겐 가장 불행했지만, 나의 관점과 삶의 기준을 바꿔준 순간도 바로 그 때였다. 모두가 알 듯 세상은 원래 내 마음처럼 굴러가질 않고,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운명이란 장난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이 세상 속에서 그나마 내가 고른 선택지로 나침반의 방향이 조금 달라질 수만 있다면 그 선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고른 그 선택지도 예측과 다소 다른 결과였음에도, 인생이란 원래 그렇게 한 뼘도 알 수 없고 또 흘러가니까. 그 다사다난한 사건들 속에서 내가 배운 건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과 결국 이 애틋한 인생살이는 내 삶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그대의 삶이 불행할지라도 그대만큼은 그대를 애틋하게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오랫동안 가장 가까이 함께 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오늘의 하루를 살아낸 모두들 평안한 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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