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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Jul 22. 2024

과거와 미래는 한 곳에서 숨 쉰다

지하철이 만원이다. 경로석이 눈에 뜨이니 그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예의 바른 대한민국의 청년들과 아직 노인의 길에 서지 않은 이들에게 감사하며

자리에 앉아 습관적으로 톡을 살핀다.

제법 긴 글이 올라온 단톡방에 댓글도 만만찮다.

먼 길 함께 걸어온 아내에게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남편이 보내온 글이다.

지금까지 함께 견디어 오며 보낸 세월이 고맙고 지금 건강하여 여전히 곁을 지키며 손잡고 걸어주니 고맙다고 솔직한 맘을 전한다.

정치성 글이나  친구의  바캉스 사진에도 별 반응 없던 다른 친구들이 손을 들어 답을 한다.

이구동성으로 어쩜 지금 우리 상황을 꼭 맞게 표현했느냐며 댓글을 올린다.

지금은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며 자신들의 현주소를 밝힌다. 나는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흐뭇했다.

책임과 의무에서의 자유로움과 마음껏 게을러도 된다는 노년의 시간적 여유와 행복을 이야기한 것이 공감할만하다.늙음의 편안함으로 노후를 예찬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내가 알기론 과거의 한 때는 지금과 조금 다른 상황의  삶이었던 친구들도 있다.

사업으로 자식으로 부부간의 문제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누군들 젊은 날에 힘들지 않았던 이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우리는 이미 고단하고 팽팽했던 감정들과 이별한지오래되었다. 내려놓음과 익숙함으로 그리고 측은함과 동지애로.

그것이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법임을 깨달았으므로.

그래야 밝아 오는 하루가 기분좋은 시작이 될것이다.

우리의 대부분은 남편과 아내의 이름으로 만나서 반세기를 살아오며

많은 사건을 만나 부딪치고  힘든 시간을 넘어왔다.그리고 이제 노년의 언덕에 서서

누구보다도  그 무엇 속에서도 가장 가깝고 귀한 짝으로 곁에서 힘을 실어주는 이가 되어있으니 얼마나 든든한가.

우리 삶을 흔들던 열정과 숱한 문제 들을 지나간 세월 속에 묻어 두고  멀리서 바라보는 때가 된 것이다.

곁에서 함께 나이드는 남편을 보고 때로는 나보다 더 귀한 이가 된 듯한 생각도 하며 돌아보는 과거는 오늘을 지나  다가오는 미래에 충분하고 확실한 모습으로 연결되어 숨 쉬고 있음을 안다. 

먼 나라  페루 산 속의 오지마을에 사는 노인은 말했다

'나는 자연과 동물이 있으니 행복하답니다.

욕심 부리지 않으니 행복하답니다.

그녀는 정말 행복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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