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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Oct 27. 2024

내 안의 마을

  어느 날 문자를 받았다.

내가 20년 넘게 몸 담아 살았던 마을 이야기를 공모한다며 응모해 보란다.

마을은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그 당시  남쪽의 마을은 낯설고 내키지 않은 곳이었지만 삶의 무게로 나는 밀리듯 떠났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일단 짐을 쌌다.

기쁨 없이 시작한 그곳의 생활은 낯설고 쓸쓸하며 마땅치 않았다.

  오랜 세월을 그곳에서 지내고 돌아와 내가 바라던 곳. 서울에서의 생활을 너무 감사하며 잘 지내고 있지만 

나는 늘 그곳을 이야기한다. 그곳은 진정한 내 안의  마을이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살기는 서울의 삶과 마찬 가지나 그곳은 세월을 거스른 듯 맑음이 있다. 그곳엔 아침 이슬 같은 반가움이 있다. 그곳도 벌이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건지지만 목 넘김이 부드러운 아카시아 꿀 같은 정이 가득하다. 돌아보니 그렇다. 적어도 내겐.


  터를 잡은 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남편의 직장이 궁금하여 찾아가던 때  추적추적 내리던 비와 

도시의 한 복판에 자리 잡은 문중의 묘에 실망하던 그날이 생각난다. 

세월 속에  묘는 사라져 그곳엔 대형 병원이 들어서고 그날의 비는 축복의 비가 되었음을 오늘은 안다.

새로운  마을의 이웃과 친구들 덕분에 나는 세상을 알게 되었고 그곳의 문화 사랑 덕에 나의 감성을 깨우고

내 안의 나를 밝히는 데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글을 써내려 가는 동안 잊었던 곳곳의 지명이 떠오르고 빛나던 순간들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  마을 속 이야기가 생각났다. 추억의 조각들을 펼쳐보니 그것은 참 아름다운 한 편의 보자기가 되었다. 내 삶의 귀중한 무늬들이 새겨진 비단 보자기였다. 돌아보니  지금 숨 쉬는 기쁨 속에 담겨있는 그 많은 사연들이 오늘의 내 삶의 디딤돌이고 징검다리였다.


단숨에 글을 마감하고 글을 보내려다 살펴보니' 아뿔싸' 주최 측에서 원하는 요강과는 거리가 있다.

잠시 망설이다 나는 그대로 送稿(송고) 하기로 했다 .당락을 떠나서 나의 마을 사랑과 고마움을 그들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내가 그곳에서 살면서 받은 기쁨과 많은 사랑을 표현할 기회가 있겠는가.


     봄. 여름. 가을. 겨울. 23번을 지냈다.

내가 보낸 4 계절의 온갖 좋은 추억과 살면서 누린 영광과 감동 또한 오롯이 남아있는

 내 가슴속의 정겨운 사람들이 사는 마을.

나는 그곳의 수많은 추억을 앞으로도 계속하여 기억하며 그 온정으로 가슴을 데울 것이다.

지나간 과거의 시간이 현재로 이어지며  즐겁고 복된 추억이 가슴에 있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때로 힘들었던 순간 속의 결정이 보석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며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것을 

붉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보며 새삼 느끼는 아침이다.

정겨운 마을의 이름은  광주 광역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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