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사람들은 너에게 관심이 없다
소심한 나를 위해 적어보는 다짐글
밥벌이로 글을 썼던 사람의 습관일 수도 있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특징인지도 모른다. 내 글 주머니 속에는 항상 자기 검열의 꼬챙이가 있어서, 쓰고 싶은 것이 많아 자판 위에서 손가락이 춤을 출 때조차 마음껏 자유롭지 못했다. 이야기가 또 산으로 가면 어쩌지? 이런.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는 글이면 오또카지? 아이 C, 대부분 그렇잖아. 맞다, 맞춤법! 젠장. 꼬챙이는 날카롭고 집요해서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엉덩이가 따끔따끔했다.
하지만 최근 브런치를 냠냠 먹어보기로, 아니 브런치에 글을 남겨보기로 결심하면서 되새기는 낭군님의 말이 있다.
"걱정 마. 생각보다 사람들은 너한테 관심이 없어. 너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우리는 다 그냥 그런 사람들이야."
그런가. 자신이 뭔가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그 기준에 이르지 못했을 때 자괴감을 느끼고 불행해지는 것일까. 누군가 내 글을 읽으며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러니 나는 좀 더 멋진 글, 웃긴 글을 써야 한다고 읊조리며 주머니 속 꼬챙이를 꺼내 자꾸 나 자신을 쿡쿡 찌르고, 피를 철철 흘리면서
"아... 아무래도 나는 안 되겠어. 이번 글도 글렀어."
장렬하게 전사하던 나의 어리석음. 그나마 비공개로 저장했던 임시저장 글조차 삭제해 버리고 쓸쓸히 돌아누워 잠이나 쳐 자던 작가 아닌 '잠'가의 초상. 그게 나였다. 내가 뭐라고, 있지도 않은 '환상 속의 그대'를 그려놓고 낙담했던가. 무얼 그리 대단한 걸 해보겠다고 지레 지쳐서 돌아섰을까.
이제는 누가 뭐라든, 꼬챙이가 얼마나 나를 아프게 찌르든, 멈추지 않고 써봤으면 좋겠다. 미국 생활은 여전히 흥미롭고, 아이들은 아직도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지만 - 글을 쓰지 않을 때의 나보다 글을 쓸 때의 내가 좀 더 살아있는 듯이 느껴진다. (좀비?) 더 이상 글도 쓰지 않는데 누군가가 나를 '한작가'라고 부를 때마다 느껴졌던 부끄러움과 가책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