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 설정은 했는데,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
경쟁사와 똑같은 채널을 쓰는데, 우리만의 차별화된 목소리는 어떻게 만들까?
인스타그램, 블로그, 상세페이지... 채널마다 통일된 이야기를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글에서는 기업이 시장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북극성', 즉 변하지 않는 기준점인 '브랜드 포지셔닝'에 대해 배웠다. 특히 포지셔닝 선언문(Positioning Statement)을 통해 우리 브랜드의 목표 고객, 카테고리, 차별점, 그리고 믿을 만한 근거(RTB)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서 이번 글에서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다룬다. 이는 지난 시간에 확립한 포지셔닝을 고객에게 실제로 전달하고, 그들의 인식 속에 우리의 위치를 각인시키는 실행 과정이다. 포지셔닝 선언문은 이 실행 과정에서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이 나침반을 따라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으로 구성된 마케팅 믹스(4P) 전반에서 전략적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총 7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되며, 앞으로 두 편에 걸쳐 이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 이번 상편에서는 '누구에게, 무엇을, 왜 말할 것인가'를 정의하는 메시지 개발의 핵심 4단계를 다룬다. 구체적으로 ① 고객 세분화 및 페르소나 고도화(누구에게), ② 핵심 메시지 개발(무엇을), ③ 브랜드 스토리텔링(왜), ④ RTB 개발(믿을 만한 근거)을 통해 포지셔닝을 설득력 있는 메시지로 전환하는 방법론을 살펴본다.
다음 하편에서는 '어떻게, 어디서 말할 것인가'를 다룬다. ⑤ 톤 앤 매너 설정(어떻게), ⑥ 채널별 커뮤니케이션 방법(어디서), ⑦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전략을 통해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구축하는 실행 전략을 분석할 예정이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가장 첫 단계는 '누구에게' 말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고객 페르소나'는 시장 조사와 실제 고객(설문조사, 인터뷰 등)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적인 고객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한 가상의 인물이다. 이는 단순히 '30대 여성'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구분을 넘어서야 한다.
페르소나는 자사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특정 니즈에 맞춰 콘텐츠, 메시지, 제품, 서비스를 맞춤화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한 가구 브랜드가 '독립한 2030 프리랜서 여성'을 페르소나로 설정했다면, 이들의 숨겨진 니즈(예: 홈 오피스 겸용 가구)를 파악하고,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링크드인이나 전문 웨비나 같은 유효한 마케팅 채널을 선택하는 근거가 된다.
과거의 페르소나 설정은 설문조사나 인터뷰에 의존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시장 트렌드 변화를 즉각 반영하지 못하는 '정적인(static)' 정보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페르소나 고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AI는 블로그, 소셜 미디어, 이메일 등에서 수집된 방대한 텍스트 및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정교하고 동적인(precise and dynamic)' 고객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의 니즈, 구매 패턴, 라이프스타일을 예측하고 즉각 대응하는 고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핵심 기반이 되었다.
페르소나를 통해 '누구에게' 말할지 결정했다면, '무엇을' 말할지 정의해야 한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두 번째 단계는 포지셔닝의 핵심을 고객의 언어로 변환하는 '핵심 메시지' 개발이다. 핵심 메시지는 단순한 광고 슬로건이 아니라,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본질적인 가치와 철학을 집약한 기초 정보다. 이 메시지는 반드시 포지셔닝 선언문의 핵심 구성 요소, 특히 '차별점(Difference or Unique Selling Proposition, USP)'과 '믿는 이유(Reason to Believe, RTB)'에서 직접 파생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핵심 메시지는 창의성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포지셔닝 전략에 기반한 체계적인 프레임워크를 통해 도출되어야 한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은 4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 포지셔닝 기초 설정 (Positioning Foundation)
메시지 개발은 기존의 포지셔닝 전략을 재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는 포지셔닝 단계에서 정의한 5가지 핵심 요소(목표 시장, 브랜드 이름, 카테고리, 차별점, 믿는 이유)를 명확히 하는 과정이다. 특히 타깃 고객, 핵심 경쟁사, 그리고 자사만이 제공하는 고유한 가치 제안(Unique Value Proposition)에 대한 내부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2단계: 메시징 프레임워크 구체화 (Messaging Framework)
설정된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메시징의 골격을 만든다. 여기에는 브랜드의 차별화된 가치를 내부적으로 정의하는 '포지셔닝 문구'와, 브랜드의 목소리를 규정하는 3가지 핵심 단어인 '브랜드 보이스 필러'(예: 신뢰성, 전문성, 이해성)를 정의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3단계: 키 메시징 문서 작성 (Key Messaging Document)
이는 마케팅 및 영업팀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실무에서 사용할 표준 문구를 만드는 단계다. 이 문서에는 브랜드 혜택을 요약하는 '태그라인', 브랜드를 한두 문장으로 설명하는 '원라이너(One-Liner)', 타깃 페르소나별로 맞춤화된 '페르소나 밸류 메시징', 그리고 소셜미디어, 블로그, 이메일 등 '채널별 작성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4단계: 통합 및 보이스북 정리 (Integration & Voicebook)
최종적으로 모든 브랜드 메시지와 보이스북을 하나의 문서로 통합하여 정리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고객을 접하는 모든 임직원과 이해관계자들에게 배포되어, 그들이 조직 내 역할에 관계없이 일관된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브랜드 홍보대사'로 기능하게 만든다.
핵심 메시지가 '무엇(What)'을 말할지 정한다면,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브랜드의 '왜(Why)'를 전달하여 고객과의 감성적 연결을 강화하는 핵심 마케팅 전략이다.
현대 소비자들은 단순한 제품 구매를 넘어서 브랜드와의 감정적 연결을 중시한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브랜드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브랜드를 독특하게 차별화하며, 고객 충성도를 향상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브랜드 스토리의 가장 기초가 되는 뼈대는 '미션(Mission, 브랜드의 존재 이유)', '비전(Vision, 브랜드가 지향하는 미래)', 그리고 '핵심 가치(Core Value, 브랜드의 신념과 원칙)'이다. 이 요소들이 바로 브랜드의 '왜(Why)'를 구성하며, 이는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의 골든 서클(Golden Circle) 프레임워크의 핵심이 된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은 종종 브랜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대신, '고객을 영웅(Hero)'으로, '브랜드를 가이드(Guide)'로 설정한다. 이 구조에서 브랜드는 고객('영웅')이 직면한 문제('갈등')를 해결하고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현명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진정성(Authenticity)' 있게, 정의된 타깃 페르소나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광고 등 모든 채널에서 '일관성' 있게 전달되어야 한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감성적 연결을 만든다면, RTB(Reason to Believe)는 그 스토리와 브랜드의 약속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설득의 핵심 메시지'다. RTB는 "왜 이 제품을 사야 하는가?"라는 소비자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브랜드가 제시하는 논리적이고 감성적인 근거다.
RTB는 포지셔닝 선언문에서 약속한 '차별점(USP)'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이자, 소비자의 의심을 해소하고 구매 전 망설임을 줄여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RTB는 다음과 같이 논리적 근거와 감성적 근거를 모두 포함하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RTB는 광고 문구, 상세 페이지, 브랜드 스토리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 콘텐츠에 활용되어 메시지의 설득력을 극대화한다. 궁극적으로 '믿는 이유(RTB)'는 브랜드의 약속(포지셔닝)과 그 증거(RTB)의 완벽한 일치를 통해 완성된다.
우리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첫 4단계, 즉 '누구에게, 무엇을, 왜 말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설계 방법을 살펴보았다. 페르소나를 통해 타깃을 명확히 정의하고, 핵심 메시지로 차별점을 가치 제안으로 변환하며,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전달하고, RTB로 그 약속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이 모든 단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포지셔닝이라는 '나침반'을 따라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트렌드를 좇아 메시지를 수시로 바꾸거나, 채널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실수를 범한다. 하지만 진정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은 하나의 명확한 포지셔닝에서 파생된 일관된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누적될 때 완성된다.
여기서 중요한 깨달음이 하나 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는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약속을 '증명'하는 것이다. 메시지는 일방적으로 던지는 무기가 아니라, 고객과 맺는 신뢰의 약속이어야 한다. 페르소나는 고객을 이해하겠다는 약속이고, 핵심 메시지는 명확한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약속이며, 스토리텔링은 진정성 있게 다가가겠다는 약속이고, RTB는 그 모든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증거다.
다음 하편에서는 이렇게 설계된 메시지를 '어떻게, 어디서' 전달할 것인지를 다룬다. 톤 앤 매너로 브랜드의 인격을 부여하고, 채널별로 메시지를 최적화하며, IMC 전략으로 모든 접점을 통합하는 실행 방법론을 살펴볼 것이다.
메시지를 만드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것을 일관되게 전달하고, 모든 고객 접점에서 동일한 경험으로 구현할 때 비로소 브랜드는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