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정도가 되는 사람이라면 어릴 적 고향에서 속이 뻥 뚫린 커다란 나무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름도 모른 채 술래잡기를 하며 놀던 그 커다란 나무가 대부분 느티나무다.
봄이 되면 연록의 고운 새순을 올리고,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이 되면 가지마다 짙푸른 녹음을 더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가을엔 고운 단풍으로 계절의 깊이를 더하다가, 눈 내리는 겨울 가지 위에 흰 눈을 얹어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던 느티나무, 마을 한 귀퉁이에서 온갖 풍파에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계절을 맞는 느티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어린 마음에도 가슴 한가득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우종영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