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의 문학강연은 너무 지독했어. 갑자기 일본문학이 싫어질 것 같아.
일연도 끝에 자리에서 웃으면서 쳐다보며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이내 내 잔도 주문하였다. 저 여기도 잔 내주세요.
앉는 자리가 이상하게 여자끼리 가운데로 해서 왼쪽에는 성복, 오른쪽에는 일연이 앉았다. 원래는 쌍쌍이 남자, 여자 순서대로 앉을 텐데 자리를 잡을 때부터 서로 모르는 사람을 소개하는 상태로 몰리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안쪽을 보니까 넓은 탁자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일부러 긴 의자가 있고 술 시중을 드는 종업원들이 가까워서 그런지 디귿 모양으로 된 자리들은 이미 다 차서 자리가 없었다. 양철판 사각 통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거기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꼬치가 담겨 구미를 당겼다. 그리고 나한테도 위스키 잔 크기의 잔이 나왔다. 뜨거운 술이 담겨 있으니 데지 않게 조심하세요. 청색 두건을 쓰고 흰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이 깍듯하게 내게 시선을 맞췄다. 더 필요한 것이 없나 대기조처럼 잠시 기다렸다. 나를 위한 배려였다. 그런 자리는 내가 처음이라 머뭇거렸다. 매운 꼬치 하나에다 국물을 많이 주세요. 성복이 주문을 대신해 주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술은 많이 마셔보았지만 뜨거운 술은 처음이었다. 후룩후룩 술을 마셨다. 옆에서 성복이 걱정하는 눈이었다. 천천히 마셔. 팔을 잡았다.
“윤서 너. 뜨거운 술 처음이구나. 이거 은근히 취해. 달짝지근하다고 계속 마시다 보면 주체 못 한다니까.”
“그래. 일본 술은 오묘하다고. 와인하고 비슷한 거 같아.”
그게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미라의 화려한 변신이 이어졌다. 여자는 와인이야. 얼마나 섬세하고 종류가 많다고. 그런데 남자인 오빠들이 그런 여자인 내 맘을 아냐고. 특히 일연 오빠? 와인이야기를 꺼내는가 싶더니만 예상한 대로 미라의 궁금증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학과는? 아. 학과는 이미 들었고. 수학과라고. 어디 살아? 제2 전공은? 가족사 항은? 성복 오빠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그전에는 어떤 남자랑 사귀었어? 연애 경험 없어? 고등학교는 어디 다녔어? 스무고개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빅매치였다. 불꽃이 안 튈 뿐이지 굉장히 날카로웠다. 술집에 오기 전에 성복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대처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 또한 상당히 예민하게 곤두섰다. 몰아붙이는 식이어서 나도 그만 맞받아치는 형태로 대답하다 보니 둘이서 말다툼하는 형세로 바뀌었다. 옆에서 보다 못한 성복이 나섰다. 그만 좀 해. 무척 난처해하는 눈빛으로 나와 미라를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왜들 이래? 처음 만나서?”
“그래. 꼭 둘이 싸우는 거 같아. 애들같이.”
일연은 일연대로 자못 굳어진 표정으로 성복의 말을 받아 공감하는 투로 덧붙였다.
“네 사람이 모였는데 왜 둘이서만 열이 올라서 그래? 혹시…, 미라 너 성복 형 여자 친구라니까 질투 나서 그래? 허허 이것 참. 야단 났군.”
“엉뚱하기는 참나. 아니야. 내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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