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역사가 짧지만 학생들이 반듯하고 학력이 우수하다. 그래서 매년 신입생이 많이 몰려온다. 학급 수가 줄고 한 학급의 재적이 줄어드는 추세인 요즘, 우리 학교는 예외다. 과대 학교, 과밀 학급이다.
그러한 것에 비하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축구실력은 별로였던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생각을 완전히 둘러엎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학교 미들스타 팀이 승승장구하더니 결국 결승 고지까지 도달했다.
우리 학교 미들스타 팀에는 축구를 전문적으로 했던 축구부 출신도 없고 개인 기량이 뛰어난 학생도 없었다. 나는 사제동행 축구시합을 할 때 직접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봤었다. 그들은 일단 근성이 부족하고 필드에서 상호 대화하는 요령도 없었다. 경기 도중에 실수하는 친구를 원망하며 구시렁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필드 내에서 가까이 들어보면 그들은 팀워크가 심히 약했다. 같은 팀 선수를 상호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올해, 코로나를 뚫고 다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 미들스타 리그 전에 출전하면서 미들스타 팀의 축구 실력이 점점 좋아졌다. 미들스타 팀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도 있었지만 체육 교사와 교장 선생님의 열띤 응원과 지도가 오늘의 역사를 쓰게 했던 것 같다. 학생들은 그분들의 지도로 말미암아 자신감이 생기고 체력도 많이 향상되었다. 우리 학교 미들 스타 팀은 리그전을 할 때마다 실력이 향상되어 가고 있었다.
설마 이 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하고 그들의 리그를 한 경기씩 마음 졸이며 지켜보아 왔다. 그들은 끝까지 지치지 않고 집중하여 결국은 승리를 이끌어내곤 했다.
대망의 결승전을 앞두고, 우리 학교는 아침시간에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서 [인천 유나이티드 미들스타 리그전 결승 출정식]을 가졌다. 학생회장이 격려사를 하고 미들스타 팀 대표와 지도교사가 각오를 힘차게 외쳤다. 교장선생님이 전교생과 함께 우렁차게 외친 "파이팅3창"은 청명한 가을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학생들과 교사들도 북과 꽹과리를 챙겨서 결승전에 참가하여 응원을 할 예정이다. 2022년 10월 16일 오후 3시 30분에 우리는 한 자리에 모여서 월드컵 경기의 붉은 악마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응원을 할 것이다.
미들스타 팀원 대부분이 3학년인데 이들이 입학하던 날이 기억난다. 코로나가 창궐하여 그들은 3월에 입학식을 하지 못하고 6월에 처음으로 교정을 밟았다. 아픈 손가락처럼 그들을 바라보면 맘이 짠했었다. 모든 행사가 비대면으로 대치되어 그들의 중학교 시절은 무채색으로 암울할 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꽤 완화되어 올해는 체육대회도 했었고 축제 준비도 한창이다.
게다가 인천 유나이티드 미들스타 리그전 결승 진출출정식으로 전교생이 처음으로 운동장에 다 함께 모였다. 그 광경은 감개무량했다.
결승의 결과는 이제 크게 의미가 없다. 여기까지 달려온 선수와 지도교사들, 그리고 한 마음으로 응원했던 교사들과 학생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코로나를 헤쳐오며 써낸 미들스타 리그전 역사의 잉크가 아직 마르지 않았다. 마지막 한 점을 찍을 때까지 우리는 한 마음이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 미들스타 팀 선수들은 인생 어떤 역경에 부딪히더라도 이 시절의 인내와 흘린 땀을 떠올리며 잘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지난 몇 해 동안 코로나로 인하여 우울했던 마음을 응원으로 풀어내고 있다.
2022년 인천유나이트 미들스타 리그전이 치러지는 [인천 축구 전용경기장]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지켜볼 마음에 벌써부터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