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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Oct 15. 2022

창피함은 내 몫!

- Z세대는 자기답고 말랑말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캘리 그래피 시간이 돌아왔다. 5~6교시 연강이다. 앞 시간인 5교시 수업 중에 칠판에 부착되어있는

교내 욕설 없는 주간,  '고운말'에 관한 이모티콘이나 캘리 작품 공모

라는 안내문을 발견했다.


- 우리 이번 시간에는, 반듯체, 공병각체, 또박체, 세로선 사선으로 긋기, 전체 둥글게 쓰기,  흘림체 등을 잘 연습하고 다음 시간에는 '고운말' 공모에 출품할  캘리 작품을 만들어 보기로 해요.

라고 말씀하시며, 강사 선생님이 계획된 수업을 변경하여 고운말 관련 캘리그래피 작품 만들기로 진행하셨다.

6교시에 학생들에게 종이를 하나씩 나눠주고 욕설 없는 주간을 맞이하여 광고 원고처럼 카피를 생각해서 캘리그래피로 표현하기로 했다. 나는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칠판에 적힌 샘플 문구를 보고 글씨를 썼고 몇 개의 컷을 넣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났고 수업 마무리할 때가 되어서 교실을 휙 둘러보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학생들은 자기답게 작품을 완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만 평면적인 생각을 하고 그냥 샘플 문구만 따라 하고 있었다.


- 이런 거구나. Z세대들은 순발력도 있고 생각도 말랑말랑하구나.


나와 그들의 작품은 많이 달랐다. 그들은 글씨를 쓴다기보다 디자인해서 작품으로 완성했다.

이 작품은 곧바로 눈에 띄었다. 아하, 이렇게 하는 거구나. 글이 그림이 될 수 있는 것이 캘리그래피라는 것을 깨달았다. 캘리그래피는 쓴다고 말할 게 아니라 그린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학생들이 완성해가고 있는 작품을 보니 자꾸만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시간에 과제가 주어졌는데 내가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디자인을 학생들은 척척 해낸다. 세대차이라는 말이 뇌리에 확 스쳤다. 나는 왜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뇌를 유연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창피했지만 그런 Z세대들과 한 자리에서 이런 과제를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창피함을 무릅쓰고 생각의 틀을 깨고, 열려있는 사고를 한다면 천천히 늙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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