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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Nov 22. 2022

'Α~Ω'(알파~오메가), 곳곳마다 있는 좋은 당신!

- <당신이 있어 참 좋다>라는 책을 만나다

맴찢

가깝게 지내는 사모님에게 암이 발견되었다는 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암'이라는 그 단어가 가슴에 훅 들어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기에 발견되어 치료가 가능한 모양이다. 지난 몇 년간 부단히 우리 가정에 먹거리를 챙겨주셨던 가슴 따뜻한 사모님이다. https://brunch.co.kr/@mrschas/36

며칠 전에 만났을 때도 그 사모님이 경량 패딩, 구스 다운 패딩, 한우로 끓인 미역국을 챙겨 온 것은 물론이거니와 휴대폰 백, 외출용 가방을 뜨개질하여 만들어 오셨다.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을 선물 받았다. 항암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발바닥, 손바닥이 헌다는데 그런 손으로 한코한코 뜨개질을 하셨다니 '맴찢'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당신이 있어 참 좋다>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사모님이 우리와 함께 있어 참 좋다.

                                                 [사모님께 써 드린 캘리]  /  [사모님이 뜨개질한 가방]     


핸디 사이즈,  <당신이 있어 참 좋다>라는 책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여러 가지의 우연과 필연의 사연이 있다.  금년초에 브런치 작가로 등단하면서 틈틈이 글을 발행해오고 있다. 초이스 작가는 나의 글에 '라이킷'을 누르고 댓글을 써주시는 것으로도 감사한데 나의 '구독자'가 되었다. 초이스는  KBS 드라마 PD, 최윤석 님이다.  초이스 작가는 책의 발간에 대한 글을 발행했었다.


https://brunch.co.kr/@williams8201/105


브런치에 발행되는 서로의 글에 댓글을 쓰기도 하고 그 댓글에 대댓글을 달며 소통해왔다. 나는 브런치를 통해서 초이스의 글을 이미 읽은 적이 있으니 그의 책은 믿고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도서관에 신간 신청 목록에 올렸다. 도서관에 신간이 들어왔을 때 이 책을 만나니 마치 초이스 작가를 만난 듯이 반가웠다. 지금까지 잡아본 책 중에서 가장 핸디 했다. 책의 사이즈가 맘에 들었고 표지나 편집 디자인도 좋았다. 글 내용에도 정감이 넘치고 따뜻했다.


내가 훗날 책을 출간하게 되면 초이스님이 추천사 한 번 써주실 수 있느냐며  농담의 댓글을 썼더니 이렇게 답글을 보내왔다.


A~Z까지, 좋은 당신이 있으니

알파와 오메가라는 말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라는 의미다. 초이스의 책을 읽으면서 그 책 제목을 음미하니 세상은 살만한 곳이었다. 돌아보니 나와 보폭을 맞추며 동행해준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알파벳 A에서 Z까지 좋은 사람, 좋은 것들을 나열해보았다.

 (순서 무관)
A: 10년간 의식 없이 누워있는 아들 때문에 절망이란 건 모르고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비록 그렇게 병상을 지키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무거운 짐 같이 느껴진 적이 없다. 우리와 함께 있는 아들, 네가 참 좋다.

B: 남편은 조용한 사람이라 공기처럼 무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해도 그의 부재를 생각만 해도 질식할 것 같다. 남편은 내게 공기 같은 사람이다. 남편이 있어 참 좋다.

C: 내 생명의 연장선 같고 나의 속맘을 가장 깊게 읽어주는 딸은 영원한 나의 우방이다.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이고 멋진 여자라고 여겨지는 딸이 있어 참 좋다.

D: 장모의 사랑은 사위라는 말이 맞다. 사위는 내가 흔들만한 깃발이다. 논리적인 사위가 있어서 삶의 매듭으로 헤맬 때 의논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E: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에서 마음을 나누는 나의 동료는 인생의 동반자다. 만나기만 하면 하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어서 참 좋다.

F: 아들을 돌보는 활동 보조 선생님은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도와주는 우렁각시다. F1, F2, F3, F4, F5, F6... 이분들이 있어서 참 좋다.

G: 내가 필요한 것을 언제나 채워주는 여동생은 나의 서포터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일단 동생한테 연락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H: 친정의 큰 기둥인 오빠는 생각만 해도 믿음직스럽다. 친정의 바람막이며 울타리다. 오빠가 없었더라면 나는 친정의 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오빠가 있어서 참 좋다.

I: 소리 없이 자신들의 가정을 잘 꾸려가는 보석 같은 세 명의 동서는 생각만 해도 고맙고 정이 간다. 나는 대견한 동서를 셋이나 가지고 있는데 그 동서들이 참 좋다.

J: 내 글을 읽어 주고 라이킷 해 주는 '브런치 구독자'들은 내 인생의 박수 부대다. J1~J80까지 80명의 구독자가 있어 참 좋다.

K: 내 글에 대해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는 문학 박사님은 보약 같은 존재다. 그분의 조언으로 글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 글을 쓰다가도 그분의 진심 어린 조언이 떠올라서 글이 바른 길로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L: 막막할 때 마음을 내놓으면 전문 상담으로 코칭해주는 그분은 비 오는 날 우산 같은 분이다. 일 년에 두서너번 만나지만 항상 맘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믿으며 지낼 수 있고 지란지교를 꿈꿀 수 있는 그분이 있어서 참 좋다.

M: 변함없는 모습으로 교회를 함께 지키며 신앙의 길을 걷는 집사님과는 끝까지 동행하고 싶다. 단 한 번도 딴 데를 보지 않고 함께 걸어왔던 그 수많은 발자국들을 함께 헤아려 볼 날이 있을 것이다. 그 집사님이 가까이에 있어서 참 좋다.

N: 모든 것을 자식에게 다 쏟아놓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이 가뿐 어머니는 늘 죄송스러운 분이다. 그래도 끝까지 정신을 차리시며 우리를 위한 기도 때문에 훌훌 떠나지 못하는 내 어머니가 여전히 이승에 계셔서 참 좋다.

O: 사랑과 헌신이 무엇인지 삶으로 보여주신 '시댁 작은 어머니'는 늘 존경스럽다. 말없이 나의 등을 잔잔히 두드리시며 격려하고 계실 것 같은 생각에 눈시울이 적셔지는 작은 어머니가 계시니 든든하고 참 좋다.

P: 만나면 서로를 챙기느라 여념 없고 즐거워하는 시동생들이 세 분이다. 맏형이 환란과 우환을 당하여 집안을 돌아보지 못하지만 항상 안부를 서로 물어보며 의지하고 지낼 수 있는 시동생들이 있으니 나는 복에 겨웠다.

Q: 숟가락 하나 덜렁 들고 흰 고무신 신고도 무대를 화끈하게 빛내는 시누이를 생각하면 그냥 좋다. 가족의 우애를 위해서 웃겨주고, 뭔가를 나눠주려고 하는 시누이가 있어서 참 좋다.

R: 석류알처럼 상큼하고 달콤한 학생들은 내게 에너지를 준다. 언제나 바른 모습으로 인사하며 상냥한 학생들이 내 주위에 많아서 나는 참 행복한 교사다.

S: 10년간 힘든 터널을 걷는 우리에게 각양 여러 가지 모습으로 후원해주신 분들은 하나님이 보낸 천사들이다. S1~Sn까지 무수히 많은 후원자들의 기도는 우리에게는 햇살과 같다. 외롭지 않도록 기도의 손을 모아주셨던 그분들이 있어 참 좋다.

T: 작은 교회를 돌아보고 품고 가는 모체 교회는 형님같이 든든했다. 미자립 교회 목회의 길에서 그런 의리 있는 모체 교회가 있으니 참 좋다.

U: 외롭고 쓸쓸할 때 문득 그리워지는 고향이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노스탤지어의 아련한 그리움이 삶에 적당히 깔려있는 것도 행복이라고 여겨진다. 수구초심이 마음속에 있어서 좋다.  

V: 내 맘 속의 멀미를 받아주는 브런치가 있어서 좋다.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알 수 없는  바람기를 느낄 때 너끈히 받아주는 곳이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면서 머릿속이 많이 맑아지니 이 또한 좋다.

W: 매주 설교 영상을 보고 아낌없는 리뷰로 색다른 역사를 써나가는 권사님은 내 삶의 창이다. 그런 귀한 분의 존재는 메가톤급으로 좋다. 그 리뷰를 구슬처럼 엮어본다면 주옥같으리라.

X: 모두가 별나다고 하는 '시댁 고모'는 매년 김장을 해서 전해주시는 정겨운 분이다. 핏줄이 뭔지? 잊지 않고 우리 것까지 챙겨서 김장을 하신다. 조카가 당한 우환에 맘 아파하는 시댁 고모가 계셔서 참 좋다.

Y: 글 '마실'에서 틈틈이 만나는 '브친'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 서로의 글을 보며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이 따사로운 마음씀이 있어 참 좋다.

Z: 만날 때마다 먹거리와 입성(옷)을 챙겨다 주는 사모님께 늘 죄송하다.  황혼의 길목에서 암이라는 몹쓸 병이 찾아왔지만 나눠주고 챙겨주는 일을 내려놓지 않으시는 사모님이 있어 참 좋다.

곳곳마다 돌아보면 아름다운 것도 많고 좋은 분도 많다. 세상은 나쁜 사람 몇몇 뿐이고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당신을 만나서 참 좋았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당신이 있어 참 좋아요."

이런 말을 하며, 이런 말을 들으며 산다면 인생은 살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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