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초튠'이라는 작가님이 자신의 브런치북을 정돈해서 글로 발행한 것을 읽었다. 나도 브런치에 발행한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서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올해 2월에 등단하여 쉼 없이 글을 썼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적는 작업이 마치 수를 놓는 것과도 같았고 단어와 어휘로 뜨개질을 하는 느낌이었다. 때로 뜨개질의 바늘 코가 빠지거나 무늬가 잘못되면 다시 풀어서 뜨개질하듯 글 매무새를 다듬고 또 다듬었다. 한 편의 글을 발행하기 위하여서는 수없이 쪼물딱 거리며 떨리는 마음으로 글 공간에 내보내곤 했었다. 내 글의 어법이나 맞춤법을 빈틈없이 교정해준 남편은 이때를 위한 '글 머슴'이었다. 한 번도 싫은 기색 없이 글 농사에 동참해주었다. 농사에 잡초를 찾아서 뽑아내듯이 내 글에서 발견되는 오류를 정교한 레이더 망으로 잘 스캔하여 알려주었다. 남편은 내 글 속에서 어색한 표현이나 어법 등을 용케도 잘 찾았다. 글을 쓰는 나보다 읽는 그가 독자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도록 늘 조언을 해주었다.
8개월 만에 발행해낸 작품이 '이 정도였구나!' 하면서 정리하는 도중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아들 간병도 해야 하는 삶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틈에 짬을 내어 글 뜨개질을 해냈는데 생각보다 수확량이 풍성하다. 추수감사절에 한 해 동안의 농사에 감사하듯이 이번 추수 감사절에는 글 농사에 대해 감사하고 싶다. 나의 글 수레가 가득하여 긴 여름 흘린 땀을 추수한 알갱이를 보면서 다 잊어버리는 농부와 같은 맘이 든다. 이제 이 글을 곡간에 잘 저장할 터인데 브런치 마당에 일단 한 번 빛을 쪼이고 싶다.
총 조회수 5만 회 이상에 134편의 글이 발행되었다. 다른 작가들의 분량에 비하면 많은 것인지 평균 이하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브런치에 등단하지 않았더라면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을 생각들을 갈래 잡아 잘 정돈하고 나니 생각의 집을 대청소한 기분이라 맘이 개운하다. 브런치북 8권 완결, 매거진 2권은 진행 중이다.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글은 '시월드 플렉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은 아들의 생일', '반려 가전제품, LG전자레인지'등이다.
브런치북을 발행한 것도 좋았지만 이 공간을 통하여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초이스', '김똑띠', '김성호', '야초튠'과 같은 작가들과 소통하고 있다. 또한 글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 브런치를 통하여서 배우고 있다. 아직도 나는, 맘 깊은 곳에 울림을 주는 글을 쓰지 못하며 킥킥대며 웃다가 도파민이 발산되게 하는 글도 쓰지 못하고 있다. 브런치를 통하여서 내 글 솜씨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었다. 나는 전문 글쟁이는 아니고 단지 향기 나는 아마추어 작가로 부담 없이 내 방식대로 글을 발행해내며 나의 길을 갈 듯하다.
이렇게 글을 적어 나가다 보면 출간이나 또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만나게 될 것 같다. 설령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브런치 특급 열차에 오른 것만으로 행복에 겹고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