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a향기와찬양Lim
Jul 23. 2022
남편은 데칼코마니를 모르나 봐요
- 빨래 널기에서 오는 갈등
우리는 건조기까지 갖추고 하루도 빠짐없이 빨래를 해야 하는 가정이다. 그렇지만 속옷은 손빨래한다. 어느 때부터 우리 부부는 각자의 속옷을 각자가 빨았다. 정신없이 바쁜 나의 일정 때문인지 때로는 남편이 나의 속옷을 빨아서 널기도 한다.
입안의 혀처럼 나의 일을 돕는 남편이, 36년간 꿋꿋이 고치지 않고 있는 버릇이 있다. 속옷을 잘 빨아서 가로 방향으로 넌다. 즉 다시 말해서 반으로 접어서 대칭되게 하는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널지 않는다. 나는 그 점에 대해서 몇 번이나 얘기한 적이 있다. 대칭으로 널어야 빨래가 마르는 속도도 균일하고 잘 마를 것이라고 설명을 했었다. 그런데 그 말에 대한 답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언제가 부부 모임에서,
“빨래를 데칼코마니로 널라고 하니, 원참”이라며 남편이 투덜댔다.
“그러면 그렇게 널면 되지요.”
“빨래하는 것도 고마운데 빨래 너는 것까지 간섭해요?”
“아예 빨래를 못 한다고 말하고 하지 마세요.”
예기치 않게 푹 던진 남편의 말 때문에 좌중은 소란해졌고 의견이 분분해졌다.
그 문제로 집에 돌아와서 우리는 한참 말다툼했다.
“당신은 너무 시시콜콜 사람을 피곤하게 해.”
“피곤하다고요? 그러면 같이 안 살면 되지요.”
나는 가출을 했었다. 물론 남편은 내가 외출을 한 것으로 알았겠지만.
남편은 건강 염려증이 심한 사람이다. 그래서 몸에 좋다는 것을 챙겨 먹는 유형이다. 어떤 정보를 통해서 봤는지 식사가 끝나고 나면 반드시 양파를 먹는다.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좋은 지 나는 모른다. 식사 후에 남편 옆에 가면 양파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래도 술 냄새, 담배 냄새보다는 괜찮다고 여기며 남편이 양치할 동안에는 남편 곁을 피해서 다른 일을 딴청 부리듯 하곤 했다.
그런데 양파 냄새보다 더 견딜 수 없는 일은, 남편이 양파가 든 반찬 통을 연 후에 맨손으로 몇 조각 집어 먹는 것이다. 일단 손에 냄새가 밸 것이다. 양파 냄새가 묻은 손으로 문을 열거나 리모컨을 만질 수도 있다. 그 손으로 뚜껑을 닫으니 찬통으로부터 풍기는 양파 냄새가 냉장고 내부에 퍼질 것이다. 몇 번인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었다. 남편은 나의 눈치를 살피며 양파를 몇 조각 챙겨 먹은 후에는 후다닥 양파 통을 야채칸으로 집어넣곤 했다.
“위생 장갑을 통 안에 넣어 두었다가 먹을 때마다 사용하는 게 좋겠어요.”
그렇게 말했는데도 남편은 여전했다.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당신이 고치지 않으므로 저는 일주일간 당신과 대화를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엄포를 놓았다. 나의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듣는 것을 낙으로 삼는 남편에게는 그런 형벌이 따로 없을 것 같았다.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 이후로 남편은 양파 먹는 것으로는 신경 쓰이게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속옷을 데칼코마니로 널지 않는 이 일을 어떻게 할까? 그게 어려운 건가?’
남편이 유일하게 저항의 깃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함께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언제쯤 남편이 속옷을 데칼코마니, 대칭 모양으로 널게 될까?
사실 대칭으로 널거나 아무렇게 너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빨래는 말라 있을 텐데... 그러나 한 공간에서 함께 살다 보면 신경이 쓰인다. 이런 문제 해결의 가장 쉬운 방법은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내가 단념하는 것일 테다. 글을 정리하고 나니 답이 보인다.
[섬네일 사진: 나무 위키 대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