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향기와찬양Lim Jul 18. 2022

우영우ING

- 생각이 많습니다

(0.2% 정도의 스포 주의) [사진 및 링크:나무 위키]

우영우 말투 버전으로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남편과 저는 성향이 다릅니다. 남편의 MBTI 유형은 ‘성인군자형’입니다. 그에 비하면 저의 유형은, ‘사업가형’, ‘언변 능숙형’, 혹은 ‘친선 도모형’ 이런 쪽입니다. 그래서 즐겨보는 TV 프로그램도 당연히 다릅니다. 노 젓기 운동기구나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남편이 소일 삼아 보는 TV 프로그램은 제가 보기에는 재미가 꽝인 것만 골라보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참 오랜만에 두 사람의 취향이 딱 맞아떨어지는 프로그램을 만났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입니다. 알고리즘에 계속 걸려드는 ‘우영우’가 슬슬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켰던 TV에서 그것을 재방송하고 있었답니다. 제6화의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확 몰입되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넥플릭스로 정주행 했더니 남편에게 보내는 카톡 말투가 '우영우' 버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참신해요.     

  옴니버스와 에피소드 형식이 연결되어, 각 회차에서 케이스만 다를 뿐, 결국 '우영우'를 둘러싼 하나의 스토리였습니다.  지루하지 않고 진부하지 않았습니다. 참신했습니다.

트렌디해요.

   최신 유행(의), 유행의 첨단을 가는 (사람)등의 의미인 트렌디라는 말이 이 드라마에 딱 어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막 벌어지고 있을 법정의 모습이 떠오르니 말입니다.          

작품성이 좋아요.

   판타지를 드라마로 제작한 것이라 뭔가 몽롱하면서 빨려 드는 기분입니다. 때때로 고래가 등장하여 빌딩 숲에서 유영하는 장면이 딱딱한 현실에 떡고물처럼 재미를 덧입힌 것 같은 것입니다.    

연기력이 좋아요.

  뭐니 해도 연기력입니다. '우영우' 배역은, 실제 드라마 속 주인공 그 자체인 듯합니다. ‘동공까지 연기하는 듯합니다. 반향어(상대방 말에 그대로 답하지 못하고 반복해 말하는 행동)를 하고, 대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기 어려워하고, 손가락을 자주 움직이는 등의 모습은 사랑스럽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asmr 같다는 평을 받는 그녀의 '목소리 연기'는 대체 불가한 것 같습니다. 정주행 하는 중에 목소리도 말투도 행동까지 슬슬 따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중독성이 심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이 많아요.

   딸 내외도 <우영우>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세대를 다 아우르는 시청자를 확보한 셈입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는, 본방송 사수하는 드라마는 1년에 한 편이 될까 말까 합니다. 이런 무미건조한 사람을 드라마 속으로 홀딱 빠지게 하며 끌고 들어갔으니 굉장한 것 같습니다.

  딸 내외와 <우영우>에 관하여 얘기를 나누는 중에, '섬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섬광은, “섬광처럼 나타났다”라는 표현 등에서만 보았는데, 자폐 환자는 섬광이나 불빛 등을 무서워한다는 연구 조사가 있다고 합니다.

    저의 아들은 네댓 살 때, 옷가게의 마네킹을 몹시 무서워했었습니다. 벽에 걸린 그림도 가려 달라고 울어댔고 옷을 거는 옷걸이도 몹시 무섭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마네킹이 있는 곳을 피해서 다른 길로 돌아서 가고 옷걸이는 옷으로 덮어서 모양새를 변형시켰습니다. 그림 액자는 신문지로 모두 덮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는 아기를 혼냈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니, 자신에게만 무섭게 보이는 섬광 같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모두가 자폐가 있는데 그 정도의 차이가 다를 뿐이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게 미미하면 생활하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심하면 흔히 말하는 자폐 증후군으로 볼 것 같았습니다. 사람은 모두 다 자기의 섬에서 살아가는 듯합니다. 모든 사람과 마음을 활짝 열고 사는 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우영우>를 시청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자신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챙겨보게 되었고 어쩌면 모두 고독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tps://youtu.be/mc43e_AhJJg






이전 09화 시월드 플렉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