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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Feb 10. 2022

영어 교사 정년은 62세도 빠르다!

  - 정년퇴임 1년 반을 남겨둔 현직 영어 교사의 소신 발언

* 나는 현직 교사다.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나는 마흔일곱 살에 교단에 발을 내디뎠고 앞으로 1년 반 후면 정년퇴임을 한다. 항간에는 영어 교사의 정년은 40세다 라는 말이 떠돌곤 했다. 그런 일반적 관념의 틀을 깨고 소위 영어 교사 정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 겁 없이 영어 교사가 된 셈이다.

   ‘영어 교사의 정년은 40세’라는 속담 같은 말을 만든 자들의 염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 말을 한 자들은 크게 두 가지의 걱정을 했을 것이다. 첫째로는, 파릇한 젊은이들에 비하면 나이 든 사람들이 좀 더 구린 발음과 엑센트를 가졌다고 우려를 했을 것이다. 그러한 것을 염려할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혀를 잘 굴리고 미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듯한 발음이라면 동가 홍상일 것이라고 나도 백번 동의를 한다. 그런데 내게는 그것을 반박할 수 있는 사례가 몇 가지 있다. 한때, 우리 학교 영어 교사들이 0교시에 원어민 교사와 영어 회화를 한 적이 있다. S라는 선생님의 순서가 되어 그분이 원어민과 대화할 때면 참 답답했다. 발음과 엑센트가 몹시 어색했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원어민 교사는 아주 편안하게 그분과 소통하고 농담까지 하는 게 아닌가? 아하, 그렇다면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의 영어 발음과 엑센트가 아니라 말하고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TV 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어설프게 해도 우린 다 알아듣지 않는가? 이상하고 불명확하게 한국어를 하더라도 우리는 그 사람의 말을 듣기 위해서 귀를 들이대고 듣지 않는가? 또한 반기문 유엔 총재가 다소 답답한 발음과 엑센트로 연설을 해도 전 세계인들이 기립박수를 치며 소통하고 있지 않은가? 델라웨어 주립대학에서 인턴 기간을 보낼 때 있었던 일이다. 2년간 뉴욕에서 공부했던 일본인 교사가 우리 앞에서 수업 발표를 했다. 일본말을 듣고 있는 줄 알았다. 발음과 엑센트 모두 일본어 같았다. 그러나 그 일본인 교사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당당하게 자기가 연구한 주제를 발표했다. 일본인들은 영어 사대주의가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요즘은 전국 영어 듣기 평가의 대본 읽기에 미국식 발음뿐만 아니라 영국식, 호주식, 인도식 악센트를 곁들여서 녹음한다. 글로벌 잉글리시 시대이다.

   둘째로, 영어 교사의 정년은 40세라고 말하는 자들은, 그 나이쯤 되면 컴퓨터나 IT 다루는 기술이 부족할 것으로 염려했을 것이다. 영어 교사는 다른 과목에 비하여 원활하게 그러한 것들을 척척 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SNS를 불편 없이 활용하고 있고 IT를 다루는 기술이 대체적으로 평준화되었다고 본다. 지금 나는 학교에서 실시간 비대면 쌍방향 수업을 무난하게 잘하고 온라인 클래스 개설하는 일이나 수업자료를 탑재하는 일이 조금도 어렵지 않다. 동영상이나 PPT를 만드는 등의 일에서 혹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만능 박사, ‘지식인’을 검색하면 모든 것은 해결할 수 있었다. 오히려 젊은 선생님들을 도와준 적도 적지 않다. 한걸음 앞서서 준비하면 매사의 어려운 일도 미리 해결할 수 있었다.     


 * 나는 학생들과 잘 소통하고 있다.

  나의 매시간의 수업을 아주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디자인한다. 학생들 앞에 쏟아놓기 위해서 내가 부지런히 연마한 영어 훈련이다.    

 

- 6개월간 원어민 쌍방향 연수: 당시 홈스쿨링 교사를 하고 있던 퇴임한 미국인 교사와 주 1회 스카이프를 통하여 수업하고 메일을 통하여 많은 자료를 전해 받음.


- 1개월간 뉴욕, 델라웨어 대학 현지 인턴: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통해 미국식 교수 학습 방법 습득, 현지 학교 방문함.


- 1개월 캐나다 현지 학교에서의 한국 문화 수업: 현지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참관하고 한국 문화를 소개해주는 수업으로 현지 학생들과 소통함.

         

캐나다 현지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수업 진행

- 여름, 겨울 방학마다 2주간 원어민과 수업: 방학을 하면 인근 학교 영어 교사들과 원어민 활용 연수를 함.


- 6개월간 심화 연수로 원어민 수업 참여: 외국어 수련부로 매일 등원하여 원어민 교사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영어 학습에 심취함.  

            

원어민들과 즐거운 추억


- 5년간 원어민과 코티칭 수업: 원어민 업무 담당을 맡으며 원어민 교사와 영어 수업 교실에서 함께 학생들을 지도함.     


  이런 연수를 통하여 다양한 수업 방식을 배웠고 그것을 내 수업에 녹였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학생들에게 영어 수업으로 드러내 줄 것이 많다.    

  

코로나 시대 교실 풍경 - 짝꿍 없고 사물함 이용 못함


* 내 수업의 특색은 다음과 같다.     

* 모둠 수업: 친구들과 협력하여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영어 시간은 모둠으로   앉음.


* 멘토, 멘티 또래 도우미: 미도달 학생과 가장 가까이에 앉은 학생이 멘토가 됨. 수업 중에 몇 번이라도 돌아보고 도와줌. 멘토와 멘티에게 상호 도움이 되는 도우미 활동.


* TA(Teaching Assistant): 학급당 2명의 TA가 있어서 한 단원이 끝나면 교사가  준비해주는 ppt 슬라이드로 단원 정리를 하며 스몰 퀴즈 활동을 하도록 함. 최 종 수업 정리는 교사가 첨삭해줌.


* 타이포셔너리: 한 달 정도의 여유를 두고 모둠별로 어휘를 결정하고 상의하여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게 함. 우수 작품이 영상으로 편집되어 전국 영어교사 단톡방에 선을 보임.


    https://youtu.be/I2p4rCrM2Zs

   ->  타이포셔너리: 학생작품을 모아서  영상으로 편집한 링크   


* Reader’s Theater: 광고나 생활 지문이 있는 경우에 모둠별로 각자의 부분을  연기하듯이 읽는 학습으로 지도.


* 모두가 참여하는 수업: 발표 순서는 계속 순환되어 누구나 예외 없이 발표를   하게 함. 학생의 수준에 따라 교사의 도움 정도가 달라짐. 이것은 코로나 시대에 대면, 비대면으로 스위치 될 때도 그대로 유지됨. 학생들의 발표력 향상과 친구들의 목소리를 수업 시간 내내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음.


* 시간표로 만들어진 플래너: 교사 시간표에 학급별 시간표를 재편집하여 수업했던 기록을 플래너로 사용하여 진도가 달라지거나 수업 결손이 있더라도 사전에 대처할 수 있고 대면·비대면 수업으로 스위치 되어도 아주 유용한 팁이 됨.     


  영어 교사에게 힘든 일 중의 하나는 시험 문항 개발이다. 학생들은 학원이나 과외 등으로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영어 공부를 많이 한다. 영어 본문 전체를 외워버리는 것은 기본이다. 아빠가 외국인 회사에 다니느니 본인이 외국에 몇 년 살았느니 하며 영어에 관한 자신감을 내보인다. 그래서 나는 항상 새 학기 직전 방학에 시험 문항을 미리 개발해둔다. 시험 문제를 먼저 개발해놓고 수업을 하면 학생들에게 더욱 핵심적인 것을 가르치기 마련이다.

  학교 사정을 아는 이는 알겠지만, 영어 교사가 영어만 잘 가르치면 그만인 것은 결코 아니다. 담임 역할은 물론 자신이 맡은 업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잘 처리하여야 한다. 나에게 주어지는 어떤 업무도 무리 없이 해냈다. 적어도 내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었다. 최근에 사서교사가 없는 도서관 업무를 3년간 맡았으며 지난해에는 교원평가, 학교 홍보 신문 발행, 연수 업무를 동시에 맡았지만, 개발자 정신으로 교원평가 프로그램을 세팅하고 학교 신문을 정기적으로 발행했으며 쉼 없이 쏟아지는 연수 업무를 무난히 처리했다.


* 선생이라는 어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선생先生

          1.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2.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이라고 나온다. 한자어 의미대로 학생보다 먼저 태어나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교사이며 선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영어 교사의 정년은 40세라고 말한 자들에게, 정년퇴임을 1년여 앞둔 현직 영어 교사가 그건 ‘취소해도 되는 말’이라고 전하고 싶다. 오늘날을 백세 시대라고 하며 미국 대통령이 80세인 것을 보면, 한국의 영어 교사 정년은 62세도 빠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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